창원 아파트 하자 논란, 본질은 ‘생활안전’
창원 아파트 하자 논란, 본질은 ‘생활안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4.0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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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한 집’으로 가는 계기되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얼마 전 한 독자로부터 '창원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시행사 창원아티움씨티·시공사 현대건설) 안전 관련 부실시공 의혹을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지난달 진행한 입주자 사전점검과 두 차례 공용부 점검에서 심각한 안전사고 유발, 과도한 원가절감으로 의심되는 사항들이 확인돼 이를 제보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제보자가 제기한 문제점 대부분이 △2층 정원 난간 높이 △놀이터 철제 기구 △약한 유리 커뮤니티 출입문 △공용부 CCTV 부족 △약한 비상계단 난간 재질 △커뮤니티 출입계단 지지대 미비 △메인가스 배관 보호장치 미확보 △에어컨 실외기함이 타고 오르기 좋은 형태로 유소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등 통상적으로 부실시공 또는 하자로 판단하기 어려운 항목들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지하 주차장 균열·누수'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첨부한 사진들을 확인하곤 생각이 바뀌었다. 사진에는 끝이 날카롭게 마무리된 난간, 파손 우려가 상당해 보이는 키즈까페·맘즈카페 유리 출입문, 성인 허리 높이인 2층 난간, 어린이들의 놀이 욕구를 충만하게 만드는 사다리 형태 에어컨 실외기실 울타리, 손으로 잡아도 휘어질 정도라는 비상계단 난간, 지지대가 없어 안심 통행이 어려운 커뮤니티 출입계단 등이 담겨있었다. 누가 봐도 안전사고가 심히 우려되는 장면들이었다.

창원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 입주예정자협의회가 부실시공 또는 하자가 의심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곳들 ⓒ 독자 제공
창원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 입주예정자협의회가 부실시공 또는 하자가 의심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곳들 ⓒ 독자 제공

우리나라는 수십년 간 공동주택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아파트 단지 내 생활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119구조구급활동실적보고'를 살펴보면 '주택APT'에서 구조된 인원은 2016년 3만5895명, 2017년 3만7486명, 2018년 4만453명으로 사고장소별 구조인원 중 가장 많고 매년 증가했다. 또한 구급환자 이송실적도 '가정'에서 이송된 인원이 2013년 81만5432명, 2014년 87만5394명, 2015년 92만5552명으로 장소별 이송실적 중 가장 많고 매년 늘었으며, 그 비중은 2017년 기준 55.9%까지 확대됐다.

편안한 휴식터가 돼야 할 집이, 특히 국민의 60~70%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이 안전 사각지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주거지에서의 생활안전사고가 어린이, 노인 등 안전취약계층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어린이 안전사고는 대부분 주택(2018년 기준 67.8%)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추락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 중 56.4%가 아파트 등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고령자의 경우에도 집이나 그 주변에서 낙상, 충돌, 화상 등 안전사고 빈도가 가장 높았다.

안전의 확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권리 중 하나이며, 그중 집에서의 안전 확보는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주택을 구매한 소비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또한 생활안전은 개개인의 건강과 생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생활안전이 미확보된 집에서 거주할 경우 거주자의 육체는 물론, 심리적, 물질적으로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해하고, 나아가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생활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각자 안전문화 인식을 갖고 늘 주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개인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이 안전친화적으로 조성되지 않는다면 생활안전은 결코 담보될 수 없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들에는 입주자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탑재된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지능형 CCTV, 스마트폰을 활용한 세대 내 스마트 보안시스템, 미세먼지 저감 설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낮은 난간에서 떨어지고, 연약한 유리문과 충돌해 다치고,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다 난간이 휘는 바람에 넘어지는 건 어떤 기술로도 막을 수 없다. 기본이 부실한 건축물에 아무리 각종 호화 기술들이 적용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행히도 창원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 논란의 경우 경상남도가 나서서 품질검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공용부 부실시공이나 하자에 대해서는 납득 가능한 부분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단지 창원이라는 한 지역에서만 그칠 게 아니라, 전국에 '안전한 집' 패러다임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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