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에 타일 깨지고, 결로 생기고…부실시공 의혹 아파트 속출
겨울 한파에 타일 깨지고, 결로 생기고…부실시공 의혹 아파트 속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1.05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①] 새해에도 계속되는 부실시공 논란
"어느 건축물이든 하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어…무책임한 하자보수가 문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0년 여름에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철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비가 줄줄 새는 아파트가 속출하더니, 2021년 새해 연초에는 전국에서 거실·화장실 타일이 깨지고 세대 내 결로가 생겨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 차원의 집중 점검과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과 더불어, 각 건설사들이 하자보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을 취합하면 서울, 경기, 광주, 부산, 강원, 경남 김해·양산·진주·창원 등 전국 각지의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연말연시 겨울 한파로 인한 타일 균열, 결로 현상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에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된 아파트 대부분은 DL E&C(구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중흥토건, 계룡건설, 반도건설, 두산건설, 에이스건설, 양우종합건설, 삼정 등 유명 건설사가 지은 단지들이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면, 대우건설이 서울·수도권 남부 지역에 지난해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한 A단지는 일부 세대 내 안방, 주방 등에서 심각한 결로 현상이 발생해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몇몇 세대에서는 주방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신발장 내부에 설치된 누전차단기(두꺼비집) 등에도 물방울이 맺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A단지는 입주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새 아파트다.

중흥토건이 경남 지역에 지은 B단지에서는 거실·안방 화장실에서 갑자기 벽 타일이 깨져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여러 세대에서 목격돼, 특히 자녀를 둔 입주민들의 걱정이 큰 실정이다. 실제로 반도건설이 경남 지역에 분양한 C단지에서는 최근 화장실 타일 균열로 한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B단지는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고, C단지 역시 입주한지 6년이 막 지난 아파트다.

이밖에 2017년 당시 대림산업(현 DL E&C)과 롯데건설이 서울 지역에 공급한 D단지, 2019년 3월 각각 입주를 시작한 부산 지역 E단지(한화건설 시공)와 경남 지역 F단지(두산건설 시공), 2016년 계룡건설이 광주 지역에 분양한 G단지,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강원 지역 H단지(에이스건설·양우종합건설 시공), 2017년 삼정이 경기 서북부 지역에 공급한 I단지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에 제보된 최근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아파트 단지들의 세대 내부 사진. 제보자 요구로 각 사진별 시공사와 단지명은 공개하지 않음 ⓒ 복수의 독자 제공
본지에 제보된 최근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아파트 단지들의 세대 내부 사진 ⓒ 복수의 독자 제공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한 건설사들의 반응은 '입주민들의 관리 소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 등 책임 전가·회피가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입주민이 제때 환기를 하지 않아 결로가 생긴 것이며, 부쩍 추워진 날씨에 따른 온도 차로 타일이 들뜬 것이기에 부실시공이나 하자가 아니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일부 단지 입주민들은 부실시공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로가 발생한 벽면, 화장실 천장·벽체 등을 뜯어보니 단열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 확인됐고, 화장실 타일이 떨어진 부분을 살펴보면 타일 터붙임 몰탈 면적이 좁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건설사 현장소장은 본지가 제보를 받은 사진들을 보고 "벽면에 대한 단열재 설계가 누락돼 결로와 화장실 타일 균열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특히 화장실 타일의 경우에는 아무리 다시 타일을 붙여서 하자보수를 해도 몇 년 안에 재발할 수밖에 없다. 아예 벽을 뜯어서 다시 공사를 해야 한다"며 "단열 문제가 아니라면 타일 시공 후 두들김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불량 시멘트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 중 몇몇 업체의 경우 하자보수를 진행하거나 심지어 하자보수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본사의 외면, 현장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입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에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 제보한 A단지의 한 입주민은 "결로가 생겨서 하자 신청을 했는데 AS센터에서 결로 문제는 접수 불가라고 했다. 와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얘기하라고 해도 똑같은 답변"이라고 토로했다. B단지의 한 입주민은 "하자보수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깜깜무소식이다. 본사, 하청업체, 현장 사무실, 어디에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는다. 집 다 지었으니 자기들 책임은 없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인테리어 공사를 했으면 하자보수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인테리어랑 전혀 연관이 없는 곳에서 하자가 생겼는데 자기들 내규란다.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거실과 화장실 벽면 타일이 들뜨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그게 어떻게 자연스럽냐고 했더니, 건물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하더라. 납득이 가느냐"고 비판했다.

앞선 A단지의 한 입주민은 "내가 건축·설계 일을 하는 사람인데 설계 내용대로 제대로 준공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어느 건축물이든 하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건설사들의 무책임한 하자보수에 있다. 누가 봐도 뻔한 부실시공인데 본사는 면피하기 바쁘다. 하자보수는 하청업체가 맡는 게 대부분인데, 그 사람들은 실적과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쓰기 바쁘다. 도대체 입주민들이 어디에 불만을 제기해야 하자보수가 제대로 진행되는 건지,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②]에서는 아파트 부실시공 또는 하자 문제를 둘러싼 시공·시행사와 입주민 간 갈등이 매년 심화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룬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