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금녀의 벽’, 문재인 정권 이전으로 회귀하나
건설업계 ‘금녀의 벽’, 문재인 정권 이전으로 회귀하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4.09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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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전체 직원 중 女 비율 2년 연속 감소
"인위적 접근 잘못돼, 姓구분 없이 전문인력 양성해야"
"업계 내 차별 많아, 문화 개선 위한 자발적 노력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낮아졌던 건설업계 '금녀의 벽'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각 사(社) 사업보고서 정리 ⓒ 시사오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낮아졌던 건설업계 '금녀의 벽'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각 사(社) 사업보고서 정리 ⓒ 시사오늘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낮아졌던 국내 건설업계 내 '금녀(禁女)의 벽'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성(姓)구분 없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중장기적 정책을 펼쳐야 진정한 고용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국내 10대 건설사(9대 건설사+SK건설) 소속 전체 직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여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9.14%(4만6976명 중 4726명), 2017년 10.51%(4만8296명 중 5674명), 2018년 10.45%(4만7057명 중 5492명), 2019년 10.32%(5만1855명 중 5355명)으로 집계됐다.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 차별 없는 여성 일자리 등 여성 노동정책 공약을 내세운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 '마의 10%대'를 넘어서는 등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였지만, 이후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감소폭도 2017~2018년 0.06%p에서 2018~2019년 0.13%p로 더 확대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포스코건설(2016년 10.83%→2017년 10.34%→2018년 10.06%→2019년 9.56%), SK건설(12.88%→12.82%→12.28%→11.79%)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여직원 비율을 줄였으며, 대림산업의 여직원 비중(5.67%→13.48%→13.12%→12.76%)은 문재인 정부가 공고화된 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정권 출범을 기점으로 여직원 비율을 늘렸으나 지난해 다시 줄였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9.56%→9.03%→8.62%→8.69%)은 줄곧 여직원 비중을 축소하다가 지난해 확대했다.

10대 건설사 중 2016~2019년 여직원 비율을 계속 늘린 회사는 현대건설(9.55%→9.58%→9.78%→9.96%), 대우건설(9.14%→9.63%→10.38%→10.45%)뿐이다.

이중 업계 평균 이상인 건설사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4곳이며, 평균에 못 미치는 업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6곳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건설업에 종사하는 취업자 중 여성 취업자들이 한동안 증가하다가, 최근 다시 감소세다. 그래프는 전반기 대비 증감률 ⓒ 통계청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건설업에 종사하는 취업자 중 여성 취업자들이 한동안 증가하다가, 최근 다시 감소세다. 그래프는 전반기 대비 증감률 ⓒ 통계청

여직원 비율 감소 현상은 10대 건설사뿐만이 아니라 국내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산업/성별 취업자' 자료를 살펴보면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취업자 중 여성 취업자 비율은 2016년 상반기 7.90%, 하반기 8.12%, 2017년 상반기 8.90%, 하반기 9.01%, 2018년 상반기 10.53% 등으로 현 정권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8년 하반 기 9.0%로 하락 전환, 2019년 상반기에도 9%대(9.78%)에 머물렀다.

이는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팽배한 근무환경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황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6년 포스코엔지니어링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모든 여직원들을 감원대상에 포함시켰다는 말이 돌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는 여성의 건설현장 활용과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업계에서는 일선현장의 인식과 문화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와 다른 목소리도 감지된다. 처음부터 정부의 접근방식이 틀렸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종은 애초에 여성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곳이다. 당연히 여성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통, 패션, 뷰티 등 업종은 성비율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초인 곳도 많지 않느냐"며 "그런 현실을 다 무시하고 300인 이상, 500인 이상 이런 식으로 규모별로만 구분해서 똑같은 정책을 펼치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효과가 있더라도 오래갈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남성 위주 문화, 여성에 대한 선입견 등 분명히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우리들의 몫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강압적으로 접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은 3D 업종으로 현장 인력이 항상 부족하다.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인력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를 중단한 곳도 많지 않느냐. 4차 산업혁명이 오면서 전문 인력에 대한 고민도 많다"며 "지금은 성에 대한 구별 없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 차원에서 여성 기술자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게 필요한 거다. 현장에서 성별에 따라 분업을 한다면 그게 더 웃긴 일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여)는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는 차별,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다.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수준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고, 연봉 괴리도 심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업계 문화라고 생각한다. 여직원이 현장을 찾으면 일단 깔고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체감하는 건 상상 그 이상"이라고 토로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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