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명장 패튼과 북한군 GP도발 논란
[역사로 보는 정치] 명장 패튼과 북한군 GP도발 논란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05.10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참, 정치논리로 북한군 도발 자의적 판단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조지 패튼 장군의 네이밍 시리즈인 M48전차(좌)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아군 GP 사진제공=뉴시스
조지 패튼 장군의 네이밍 시리즈인 M48전차(좌)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아군 GP 사진제공=뉴시스

“‘조지 패튼이라는 빌어먹을 X새끼’와 함께 용맹하게 진군했단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인 미 육군 대장 조지 패튼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남긴 명연설이다. 패튼은 곧 승전의 보증수표였고 자부심 그 자체였다. 패튼이 지휘하면 적은 패배감에 빠져 전의를 상실했고, 부하들은 승전 기대감으로 높은 생존 가능성에 안도했다.

패튼 장군은 독특한 성격과 기행으로 상식 밖의 군인으로 잘 알려있지만 흑인 부대를 존중한 인종 평등주의자였고, 한반도에서 북한 공산군에 의한 전쟁 발발을 예측할 만큼 유능했다. 일반적으로 욕설로 무장한 무식한 폭군 이미지로 뒤덮인 세속의 평가와는 정반대의 명장이었다.  

그의 독서량은 상상을 초월했고, 원만한 도서관 이상의 장서를 보유했고, 특히 전쟁사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 지성을 갖춘 장군이었다. 미디어에서도 그의 명성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조지 C. 스콧 주연의 전기 영화인 <패튼>에서는 독일군 정보장교인 슈타이거 소령이 자신의 상관인 알프레트 요들 상급대장에게 패튼에 대해서 “그는 전쟁 역사가이며, 현대에 환생한 기사”라고 평가한다.

패튼 장군은 미군 최초의 전차 부대 지휘관으로 기동전의 롤모델이다. 또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군 주력 전차인 M46/47/48/60 패튼 시리즈의 네이밍 모델이다. 

패튼은 초급장교 시절 멕시코 내전 토벌군 사령관 퍼싱 육군 원수의 부관으로 참전했을 때 기이한 행적과 함께 전공을 세우면서 벼락 스타가 됐다. 패튼은 반란군 지휘소를 기습해 적장을 권총으로 사살한 뒤 자동차 본네트에 매달고 복귀해 명성을 날렸다. 오죽했으면 직속상관인 퍼싱 원수가 "진짜 산적은 우리 부대에 있었군"이라고 치하했다고 한다.

전쟁이 곧 인생인 패튼에게 제2차 세계대전은 한마디로 그의 인생 최고의 무대였다. 독일 최고의 명장 롬멜에게 북아프리카 카세린 계곡 전투에서 철저히 유린당한 미군은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이에 격분한 미군 수뇌부는 안하무인이고 불통덩어리인 패튼을 2군단장으로 임명해 전선에 내보낸다.  패튼은 지휘권을 받자마자 당시 세계 최강 롬멜의 전차군단에게 치욕스러운 패배를 안긴다. 물론 롬멜과 직접 대결을 한 전투는 아니었지만 이 승리로 독일군에겐 공포의 대상이 됐다. 

이탈리아 전선에서도 패튼의 명성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의 공작으로 조공 역할을 맡게 된 패튼은 주공인 영국군을 따돌리고 거점도시 메시나와 팔레르모를 점령해 독일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오죽했으면 연합군 지휘부는 패튼의 명성을 역이용해 가짜 패튼 부대를 만들어 독일군을 기만했고, 마침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다. 독일 첩보부는 패튼의 일거수일투족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지만 정작 작전 당시엔 패튼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하지만 패튼은 전의를 상실한 부하들에게는 가혹했다. 미 육사 후배지만 상관인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이젠하워조차도 수차례 경고했지만 패튼은 부하가 전의를 상실했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구타와 질책을 감행해 논란의 중심에 섰고, 지휘권도 종종 빼앗겼다. 물론 연합군 지휘부는 전세 역전을 위해 패튼을 다시 전장에 소환했다. 승리를 위해선 패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절찬리에 방영됐던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도 패튼이 등장한다. 독일군에 의해 바스토뉴에 고립된  101공수사단을 구출했다는 자막 해설처럼 패튼이 진격하면 독일군의 방어망은 여지없이 뚫렸다. 패튼은 곧 승전이었고, 승전으로 부하의 희생을 최소화했다.

얼마 전 북한군이 중부 전선 아군 GP에 총격을 가하는 군사도발을 감행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의 도발을 ‘우발적 오발’이라고 애써 해명한 데 이어 북한군이 사용했던 14.5㎜ 기관총(고사총)의 유효 사거리 논란을 자초했다.

합참에 따르면 최초 북한군 도발 총기의 유효 사거리가 남북 GP 간 거리(1.5~1.9㎞)보다 짧다는 점을 근거로 '오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합참이 제출한 국회 제출 자료에는 유효 사거리 3㎞로 드러나 논란을 자초했다. 북한군 GP와 아군 GP 간 거리는 2km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 6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군 정보당국은 지난 3일 비무장지대(DMZ) 중부전선에서 북한의 총격 직후 우발적 상황이라고 인식할 만한 북한군 내부 동향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북한군이 통상적인 도발을 할 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정도의 정보는 절대 보안이 필요한 군 감청장비에 의해 포착할 수 있는 사항으로 군이 굳이 북한군의 우발 가능성을 해명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니냐는 또 하나의 논란이 발생했다. 

군대는 사실만을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오직 전쟁의 승리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생존만을 생각해야 하는 집단이다. 우리 국군의 수뇌부인 합참이 정치논리에 휩싸여 북한군의 도발을 자의적으로 판단했을 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싶다. 다만 “나라를 위해 죽지마라, 적들이 나라를 위해 죽게 만들어라”고 일갈했던 명장 중의 명장 패튼 장군이 우리 합참의 판단과 해명을 보면 무슨 행동을 취할지 매우 궁금해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