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문재인표 뉴딜, 결국 핵심은 ‘토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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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문재인표 뉴딜, 결국 핵심은 ‘토목’이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5.22 15: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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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 된 토목, 'MB 삽질 망령'에 휘둘릴 필요 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의 토건을 통한 녹색산업 육성 사례를 제시하며 본인의 한국판 뉴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의 토건을 통한 녹색산업 육성 사례를 제시하며 본인의 한국판 뉴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뉴시스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를 위한 문재인표 뉴딜 정책이 본격화됩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그린 뉴딜 사업 관련 서면보고를 받았으며, 검토 끝에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사업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는대요. 이로써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양축을 바탕으로 추진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초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공개하고, 3차 추가경정예산에도 반영할 예정입니다.

문재인표 뉴딜 정책의 핵심 목표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를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비 진작으로 타개하고(소득주도성장),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에서 당면하게 될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포석(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전자는 그린 뉴딜이, 후자는 디지털 뉴딜이 각각 맡아 양 사업 간 시너지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취지는 참 좋은데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정책의 선명성입니다.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은 수백조 원이 투입되는, 향후 우리나라의 100년을 좌우할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초변화 격랑을 헤쳐 나아가느냐, 아니면 휩쓸리느냐가 달린 중대 사안으로 여겨지는데요. 그 무게만큼 국민과 시장이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겁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그리고 추진 방식을 선명하게 제시해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표 뉴딜 정책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에 대한 설명을 당정이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뉴딜의 골자는 전면적인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있으며, 그린 뉴딜의 골자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수소 등)로의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있습니다. 아무리 포장을 그럴듯하게 해도 건축과 토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혁신경제 모델 정립이 한국판 뉴딜의 목표라는 의미입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1일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녹색산업을 육성했다"며 과거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의 토건정책을 성공 사례로 제시하며 본인의 뉴딜 정책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반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이에 대한 언급 자체를 삼가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앞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은) 대규모 토목공사는 아니다. 녹색성장과 그것 하나는 다르다"고 부연했고, 같은 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한국판 뉴딜을 강조하면서도 그린 뉴딜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는 그린 뉴딜에 '그린'은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이는 4대강으로 대표되는 MB의 토건정책에 과거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강력히 반발한 전력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 집토끼들의 이탈 등을 우려해 입단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합니다.

혹자들은 '한국판 뉴딜은 토목공사와는 기본 개념이 완전 다르다', '문재인표 뉴딜의 목적은 건축과 토목을 통한 단기 경기부양이 아니라 인프라 확충에 있다'고 반박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삽'을 들지 않고 추진할 수 있나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하며, 이후 디지털 환경과 물리적 환경이 가상의 플랫폼(비대면 등)에서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루는 겁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면 관련 플랜트 건설이 당연히 수반돼야 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기존 도로 다 뜯어내고 안전한 완전자율주행 이용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같은 기반 조성작업과 인프라 구축작업이 바로 토목이며,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인력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는 겁니다. 이후의 일들은 정부에서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과 기업들이 그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니까요. 결국 문재인표 뉴딜의 요체는 토목인 셈입니다.

현 정권은 분명 알고 있습니다. 경기부양을 위한 최고의 카드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바로 토목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2%대를 수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토목(건설투자)을 지목해 재미를 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에서는 토목을 철저히 금기어로 삼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하기 사흘 앞서 국토교통부가 공공 재개발·용산 통개발 대책을 따로 내놓았을 정도입니다. 토목과 절대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의중인데, 이 정도면 병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나라를 이끌 인재였던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 역적으로 내몰렸고 이는 결과적으로 나라에 큰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국가백년지대계인 문재인표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핵심인 토목을 토목이라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앞서 거론한 것처럼 국민과 시장 충격이 상당할 것이며, 나아가 국론분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1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국정운영 동력이 충만한 상태인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굳이 'MB의 삽질 망령'에 휘둘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국가경제 살리고 국민들 살리겠다는데 욕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다른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 토목을 금기어에서 해제시켜주길 바랍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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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아 2020-05-30 10:41:08
건설회사랑 무슨 관계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