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2017년 ‘원화 강세’와 다른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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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2017년 ‘원화 강세’와 다른점은?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12.1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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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3년여만에 1000원대…경기 기대감-위험자산 선호심리 등 작용
코로나19 확산 따른 美경기부양책 영향…기준금리 인상 VS 저금리 유지 차이
수출기업 ‘환차손’ 우려…한은 “실물경제 부담될 수 있어, 현재 추이 모니터링”
증권가 “환율 하락세? 당분간 계속 전망”…당국 개입 등에 단기 속도조절 예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2017년 VS 2020년(~12월 10일)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한국은행 / 그래프=정우교 기자
2017년 VS 2020년(~12월 10일)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한국은행 / 그래프=정우교 기자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1100원대가 붕괴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3년여만인데, 외환시장에서는 하락 추이와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및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환율의 하락의 배경은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신흥국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다만, 환율이 이대로 계속 떨어지게 되면 '환차손'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수출기업과 외환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요인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머물기 시작한 지난 2017년 연말에도 작용했다. 북핵 등 환율 하단을 지지했던 리스크들이 완화되고, 2018년 평창올림픽 등 여러 이벤트들이 경기 개선 기대감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었다. 게다가 증시의 강세도 원화 강세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 당시 11월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대비 3.9원 낮아진 1097.50원에 마감하며 1100원선을 무너뜨렸다. 이튿날 잠시 1100원을 넘어선 뒤 다음해 6월 15일까지 약 7개월 가량 1100원선을 하회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하락세와는 '증감폭'과 '속도'에서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날(11일) 한국은행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환율 상승·하락은 지난 2017년보다 급격했다. 올해의 경우, 현재(10일 기준)를 기준으로 올해 환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3월 19일(1285.70원)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달 4일(1082.10원)까지 원·달러 환율은 261일간 203.6원(▽15.8%)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3월 19일 코스피는 올해 최저치(1457.64)를 기록했다. 

반면, 2017년 환율 하락은 오랜시간 완만하게 걸쳐 일어났다. 그해 1월 2일 1208.0원으로 시작해 같은해 12월 18일까지 1070.5원까지 떨어졌다. 351일만에 137.5원(▽11.4%) 하락한 셈이다. 

이같은 '증감폭'과 '속도'의 차이는 환율을 끌어올렸던 동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경제 불안 등은 환율 상승에 영향을 끼쳤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트리거'가 됐다는 것이다.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이슈가 환율의 폭을 기존보다 더 늘린 셈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달러화 조달여건 악화 △외국인 주식 매도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다"면서 "연준과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계약 체결 이후 수급불안 우려가 다소 진정되며,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1210~1240원에서 등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중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하반기엔 '매수'로 바뀌고, 이른바 'BUY KOREA'가 일어나면서 원화 강세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환율 하락이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과 지난 2017년의 다른 점은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0~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세차례 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2017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도 역시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생각해봤을 때 저금리에 돌아선 미국의 달러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의 달러 보유는 그만큼 늘어나고 결국 환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2017년의 원화 강세는 '리스크'의 완화만 영향을 줬다면, 2020년의 원화 강세는 '금리 인하' 요인까지 더해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오는 2023년까지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연준의 발표를 비춰봤을 때 이같은 현상(원·달러 환율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시장 안팎의 관계자들은 향후 환율 추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에 손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환차손' 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설명회에서 "과거에 비해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축소됐다"면서 "(다만)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부담스러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추이를 모니터링·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증권가에서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가 계속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약 달러와 한국의 펀더멘털 우위, 역내 달러 순공급 확대 등에 근거해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 추세는 유효하다"면서 "(다만) 단기로 속도 조절이 예상되는데, 가파른 하락에 당국 개입 경계가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의 밴드 하단에 근접한 1050원 내외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하단 지지선을 1060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최근 하락 속도에 주목하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매우 가팔랐고 레벨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하락세는 둔화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11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6원 오른 달러당 1090.3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승 마감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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