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6월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12곳을 가져오며 완승을 거뒀다. 4년 전 자유한국당이 17곳 중 대구·경북 단 두 곳(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는 무소속 당선)만을 얻는 데 그쳤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야말로 천지개벽(天地開闢) 수준이다.
‘윤석열 효과’ 톡톡히 본 국민의힘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내부적 요인으로는 ‘허니문 효과’가 지목된다. 전통적으로 정권 초반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역대 선거 결과를 봐도, 1998년 지방선거, 2008년 총선, 2018년 지방선거 등 새 정부 임기 초반 선거에서는 집권여당이 여유 있게 승리를 거뒀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도 빛을 발했다. 취임 직후만 해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인 52%에 머물렀다. 그러나 청와대 개방을 관철해 여론을 반전시키더니 5월 18일에는 여권 인사들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취임 11일 만인 5월 21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에 나서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취임 후 3주 동안 청와대 개방, 5·18 광주민주화운동 참석, 한미정상회담 개최 등 각종 이벤트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한 것이 ‘허니문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해석이다.
1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개표상황실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완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권 안정론 위에 민주당의 헛발질이 더해진 결과”라면서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는 허니문효과와 반사효과가 컸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자만하지 말고 계속 쇄신해야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실패·내홍으로 자멸한 민주당
외부적 요인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자멸(自滅)’이 꼽힌다. 제20대 대선에서 0.74%포인트 차로 아쉽게 패한 민주당은 ‘쇄신’이 아닌 ‘불복’의 길을 걸었다. 정권 이양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흘러나왔고, 국민 과반수의 반대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올해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역사상 최초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줬음에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유권자들의 외면을 불러왔다는 의미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KB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두 번째 심판을 받은 것 아닌가 싶다”며 “대선 이후에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겠다는 것보다는 쇄신하겠다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악재였다는 지적이다.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연고가 전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함으로써 ‘방탄 출마’ 프레임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 막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건 것 역시 전국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
김해영 전 의원은 SBS 개표방송에 출연해 “이 고문의 출마는 명분 없는 출마였기 때문에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이 고문을 겨냥한 듯한 글을 올렸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선거를 일주일 남기고 던진 박 위원장의 ‘586 용퇴’ 주장에 민주당은 내홍에 휩싸였고, 지지자들은 등을 돌렸다. 선거 이틀 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이미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위해 투표소에 나갈 의지를 잃은 상황이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분란을 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나온 게 결정적이었다”며 “지지층 사이 싸움이 벌어지면서 민주당을 아예 외면하거나 회초리를 드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안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