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마주한 진짜 시험대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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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마주한 진짜 시험대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6.10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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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질서 정립하려는 이준석과 헤게모니 쥐려는 중진들…시험대 오른 이준석 정치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새 질서를 정립하려 한다. ⓒ시사오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새 질서를 정립하려 한다. ⓒ시사오늘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6·1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취임 1년. ‘이준석 체제’의 국민의힘은 패배를 몰랐다.

물론 이준석 대표만의 공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부상(浮上). 더불어민주당의 계속된 ‘헛발질’까지. 누가 이끌었어도 국민의힘이 연전연승(連戰連勝) 했을 거란 예상 역시 허무맹랑한 얘긴 아니다.

그러나 당대표의 성패는 결국 선거 결과로 평가된다. 이유야 어쨌든 이 대표 아래 국민의힘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끈 당대표. ‘꽃길’을 예약해뒀다고 할 만한 스펙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비판에 휩싸였다.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은 “으뜸당원이 뭔지도 모르겠고 공천 혁신위가 어떤 방향인지도 모르겠다”면서 “혁신위라는 제목만 던져놓고 갈 게 아니라 당원들과 국회의원들의 총의를 좀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제 상임고문도 “이제 상황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그를 비판하는 일도 부질없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의 조기 사퇴를 주장했다. 일주일 전 지선을 대승으로 이끈 당대표에게 화살이 쏟아진다.

왜일까. 지난 1년 동안 이 대표는 ‘필요한 존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엔 극우(極右) 꼬리표가 붙었다. 정권 교체와 지선 승리를 이루려면 변해야 했다. 이 대표가 가진 상징자본이 필요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중앙권력도 지방권력도 다 거머쥐었다. 탄핵 이전의 정치적 자산을 거의 복원했다. 국민의힘이 바라보는 이 대표의 가치는 예전만 못하다.

이 대표가 풀어야 하는 과제가 이 대목이다. 지선 전까지 국민의힘은 ‘스타 정치인 이준석’ 탄생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이 대표의 상징성을 최대치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당분간은 선거가 없다. 국민의힘은 다시 집권당이 됐다. 그렇다면 압도적 당내 세력을 갖고도 상황을 지켜만 봤던 중진들이 움직일 때다.

이 대표는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싶어 한다. 핵심은 공천이다. 기준이 모호한 지금의 공천 제도를 ‘시스템화’ 하겠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반면 중진들은 헤게모니를 넘겨줄 생각이 없다. 대선·지선이 끝나고 총선이 2년 남은 시점. 중진들은 막강한 당내 세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

그동안 이 대표는 ‘공중전’만 잘하면 됐다. 젊고 개혁적 이미지를 활용해 이슈를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가 해야 할 싸움은 ‘지상전’이다. 여론전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상대를 설득하고 세력을 만들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력, ‘정치력’이 필요하다.

지난 1년. 중진들은 선거를 앞두고 전면전을 피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정치적 명운을 걸고 맞설 것이다. 이 대표가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대응하는 건 정 전 부의장의 ‘잽(Jab)’이 그 신호라고 판단해서일지 모른다. 과연 이 대표는 이 시험을 잘 치러낼 수 있을까. ‘청년 정치인 이준석’에게 다시 한 번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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