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시대…대형건설사, 재무는 ‘OK’-리스크는 ‘UP’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고환율 시대…대형건설사, 재무는 ‘OK’-리스크는 ‘UP’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9.07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내 상장 대형 건설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고환율은 해외 사업 수주·수익성 확보에 유리하지만, 우상향 곡선이 가파르게 그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여서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3년 5개월 만에 1380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1189원) 대비 16%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고환율 현상은 해외 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눈치다. 상장 5대 업체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물산은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한 가운데 환율이 5% 상승 시 468억4800만 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효과를 본다. 외화금융자산(달러 기준 2조3965억 원)이 외화금융부채(1조8022억 원)보다 많아서다.

현대건설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순자산이 636억7600만 원 증가하고, DL이앤씨(구 대림산업)도 같은 조건 하에 순이익과 순자산이 297억4000만 원 뛰게 된다. 수차례 매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빅배스(Big Bath, 한 회계연도에 부실 모두 털기)를 단행해 해외부채를 줄인 대우건설 역시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200억3700만 원의 순이익을 볼 수 있다. 2019년에는 183억7200만 원 규모 순손실을 입는 구조였다.

다만, GS건설의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 5% 상승 시 294억4800만 원의 세전손실 타격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외화금융자산(달러 기준, 7802억4700만 달러)이 외화금융부채(1조1898억 달러) 대비 약 34% 많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보다 16% 정도 올랐으니, 산술적으로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GS건설은 올해 들어 환율에 따른 손실만 1000억 원 가량 본 셈이다. 

고환율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관련 업계 내에선 원달러 환율이 15% 오를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생산비용이 2~3%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생산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는 건 환율이 아닌 원자재 가격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7월 내놓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화환율의 변동요인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21년 국제 원자잿값과 환율 평균치 대비 현재 가격 변동률을 기준으로 에너지가격이 건설산업 생산비용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3.595%, 환율 파급효과는 2.092%다.

문제는 각 해외 현장에서의 리스크가 환율이 올라간 만큼 심화됐다는 데에 있다. 원화절하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염두에 두고 계약 사항과 대금 지급 조건 등을 얼마나 치밀하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큰 손실을 입을 수도, 큰 이익을 손에 쥘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내부단속 문제도 있다. 환율 상승기에는 국내외에서 개인의 일탈이 기승을 부린다. 특히 해외 사업장에선 현지 협력사 등과 짜고 비용 부풀리기,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환치기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자금을 횡령하는 사건들이 자주 목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견·중소업체들은 제법 타격을 입을 테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환율 상승을 큰 변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것보다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방어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라면서도 "해외 사업장 관리·감독은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화절하가 시작된 2014년께에도 여러 업체들의 현장에서 조직적·개인적 횡령 사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