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고심하는 공정위…고민 하되, 대화는 해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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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고심하는 공정위…고민 하되, 대화는 해야 [기자수첩]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1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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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거제 1도크 ⓒ 대우조선해양

한화-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민이 길어지자, 이해관계자들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으로 사실상 모든 해외 심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마지막 퍼즐인 공정위의 입만 바라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가 타는 것은 당사자인 한화, 대우조선해양만이 아니다. 거제 지역사회 역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일 거제상공회의소가, 지난 12일 경상남도상공회의소협의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빠른 기업결합 심사 및 조건없는 승인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바른 매각을 위한 거제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세종시 공정위 앞까지 원정길에 올랐다.

이처럼 지역사회가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세 번째’ 매각 실패를 겪을 수는 없다는 간절함이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산업은행 채권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우조선은 지난 2008년 한화, 2019년부터 2022년 1월까지 HD현대중공업으로의 흡수합병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된 바 있다.

특히 3년간 이어진 HD현대중공업의 인수전은 회사와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22년 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불승인으로 매각이 무산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지역사회는 '환영'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동종업계 합병에 따른 기술 유출 등 위험성을 지역사회가 계속 주장해오던 때였다. 2018년 산은이 매각을 위해 시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도 섞여있었다.

다만 3년이란 시간은 길었고, 후유증도 컸다. 인수가 불발되자 인력 유출 러시가 이어졌다. 인수전으로 인한 회사 청사진 공백에 대해 이미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다. 지난해 1~11월 대우조선 사무직 인력은 10명 중 1명꼴(3704명 중 405명)로 회사를 떠났다.

거제시 인구 감소에도 속도가 붙었다. 2023년 3월 거제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6만7527명으로, 전년 동기 17만1362명 대비 1만6000여 명이나 줄었다. 2020년 기준 거제시 내 일하는 인구 10명 중 4명이 양대 조선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에 몸담았을 정도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를 교훈삼아, 지역사회는 이번 한화-대우조선 합병에 '진심'으로 임하는 모습이다. 이종 산업 간 결합이기 때문에 이전 인수전에서의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데다, 방산분야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확대도 기대하는 눈치다.

강성노조로 꼽히는 대우조선 노조 역시 지난해 고용승계 등을 조건으로 현장실사 문을 여는 등 한화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지역사회의 피로감이 커졌다고 해서 공정위가 합병을 단순히 승인해줄 순 없는 노릇이다. 

공정위는 합병 시 발생할 수 있는 함정 분야 독점 가능성을 두고 심사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방산 부품 계열사를 이용해 저렴하게 부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사의 시장 진입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엇을 따질지, 어떤 조건을 붙여야 할 지를 두고 고민이 길어질 수 있다. 다만, 공정위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지역사회 우려를 제때 불식시킬 필요는 있어 보인다.

최근 거제 지역사회 등은 공정위의 심사 결과 발표 지연을 “HD현대중공업 등 경쟁업체의 불만에 위축돼서가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공정위가 브리핑을 통해 “한화와 경쟁 제한 우려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한화 측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대응하면서 소란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고민은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통과 대화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상대는 너무 오래 날을 세우고 지쳐있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또 더할 필요는 없겠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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