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구조 허무는 '삼성생명법', 통과되면 이재용 '치명타'
경영승계 위한 '실탄' 삼성SDS, '이학수법' 통과되면 '상속세 폭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6월 국회가 이재용의 삼성공화국 '편법' 점령을 막을 수 있을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 절차를 밟게 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방향(1 대 0.35)으로 정해졌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제일모직'으로 순환되는 삼성의 독특한 '순환출자구조'로 미뤄봤을 때 이 같이 합병비율을 결정한 것은, 곧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승계 과정에 뛰어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계열사 중 하나고,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다량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예측되는 앞으로의 승계 시나리오를 두고 정·재계, 그리고 시민사회의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법의 허점을 교묘히 회피한 '편법' 승계라는 이유에서다.
국회에는 현재 이 부회장의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해 '삼성생명법'과 '이학수법'이 제출된 상태다. 삼성은 이번 6월 국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6월 국회가 이재용의 삼성 편법승계를 막을 지, 정치권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순환출자구조 허무는 '삼성생명법', 통과되면 이재용 '치명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보험사자산운용비율관련보험업법개정안(이하 삼성생명법)'을 대표발의했다. 동법에는 삼성생명이 소유한 일부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 수밖에 없게끔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법 상 금융사들은 타계열사 지분을 총자산 대비 최대 3% 이상 가질 수 없다. 이는 금융사가 국민들이 믿고 맡긴 돈을 회사 또는 대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쓰지 못하도록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위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은행, 증권사 등 다른 금융업은 총자산과 타계열사 지분 모두 '현재 시장 가치'로 계산을 하게 하지만, 유독 보험사의 경우만큼은 타계열사 지분을 '취득 당시 시장 가치'로 계산하게 하고 있다.
타계열사 지분을 '현재 시장 가치'로 계산할 시, 3% 한도를 어기게 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다. 이들 두 회사는 현행법 하에서는 총자산 대비 타계열사 지분 비중이 3%에 못 미치지만, 삼성생명법에서는 3%를 훌쩍 넘기게 된다. 동법은 보험사의 경우에도 다른 금융업종과 마찬가지로 타계열사 지분 평가방식을 '현재 시장 가치'로 보게 한다.
만약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중 14조 원(3% 한도 초과분) 가량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공화국 집권 계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은 막대한 자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약 0.6%).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게 된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경영승계 위한 '실탄' 삼성SDS, '이학수법' 통과되면 '상속세 폭탄'
약 6조 원.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소유 회사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서 내야 할 상속세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적인 차원에서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지난 1999년 230억 원 규모의 BW(신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 4명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등 6인에게 7150원이라는 헐값에 넘겼다. 대법원은 해당 행위를 불법 경영권 승계 시도라고 봤고, 지난 2009년 이건희 회장,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사장에게 징역형과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
이들은 이같이 취득한 범죄수익을 이용해 지난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SDS 주식 상장으로 이 부회장 등 삼성가 3남매가 얻은 차익은 약 4조 원, 이학수·김인주 등의 차익까지 합치면 무려 7조 원대에 이른다. 시세차익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내야 할 상속세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삼성SDS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70% 안팎에 이른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427). 사실상 편법으로 상속세를 마련한 셈.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지난 2월 '특정재산범죄수익등의환수및피해구제에관한법률안(이학수법)'를 국회에 제출했다. 만약 동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범죄행위에 따른 수익으로 규정돼 모두 국고 환수 대상이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종걸·박영선, "반드시 논의 진행시킬 것"…국회 통과 가능성은 '글쎄'
하지만 '삼성생명법'과 '이학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법안 모두 아직까지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 국회의원들이 삼성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삼성에 대한 발언을 피하려 한다는 후문이다.
'삼성저격수'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2008년 한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삼성 눈 밖에 나면 '완장' 못다는 정치구조다. 후원금조차 끊기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생명의 위기가 찾아온다. '삼성공화국'의 성벽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생명법', '이학수법'을 각각 대표발의한 이종걸, 박영선 의원 측은 최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6월 국회에서 반드시 논의를 진행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7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삼성의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생명법은 이재용의 승계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뒤에야 국회를 통과할 것 같고, 이학수법은 삼성이 법의 허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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