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60주년 기념사업, '대략난감'…"YS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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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60주년 기념사업, '대략난감'…"YS 어쩌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9.11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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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계 참석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일각선 "YS 괜히 끼웠다"
초청장 받은 상도동계 막내 김무성 '고민'…'여당 대표' 자격으로 가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회의실 벽면에 자리한 창당 60주년 기념 현수막 ⓒ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전병헌)이 '대략난감' 상태에 빠졌다. 자신들이 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음을 강조해 차기 총선 승리의 계기로 삼으려던 기획이, 되레 여당과의 차별성을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60년사 전반을 다루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 세력의 뿌리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뿌리 또한 추적해야 한다. 오늘날 정치권에서 거대 양당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이승만 독재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1955년 창당한 '민주당'을 기반에 두고 있다.

본래 한 뿌리였던 이들이 둘로 분열하게 된 건 198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일화 제의를 거절, 당을 박차고 나가면서부터다.

통일민주당 경선에서 YS에게 질 것을 염려한 DJ는 탈당을 선언하고,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모태가 되는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대선 후보로 나섰다. 이에 YS는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대권 레이스에 합류했다. 결과는 노태우의 어부지리였다.

이후 YS와 DJ는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지만 유신체제와 독재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민주주의 투쟁을 함께 했다. 그리고 YS는 3당합당으로 '호랑이굴'에 뛰어들어 '호랑이'를 잡으면서 군정을 종식시키는 쾌거를 거뒀고, DJ 역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청와대에 입성한다.

이 같은 역사로 미뤄봤을 때, YS를 빼놓고는 야당 창당 60주년을 거론할 수조차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이번 행사를 추진하면서 상도동계와 접촉했다. YS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 DR(김덕룡 전 의원) 등에게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악수였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들이 야당의 정통성을 계승한 유일한 정당임을 강조함으로써 전통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하려 했다. 20대 총선을 겨냥한 기획이었다.

그러나 YS를 야당사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되면서 기획의 뿌리가 흔들렸다. YS를 계승하고 있는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되레, 지지층을 결집시키기는커녕 이번 기획이 분란을 야기한 모양새다. 동교동계와 비노(비노무현)계 인사들이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최근 불거졌던 YS-DJ-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의 위치를 둘러싼 '현수막 논란'은 이 같은 움직임의 방증.

상도동계는 새정치연합이 야당60년사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아 했다. 특정 정당 주도 하에 기념할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새정치연합이 3당합당 이전의 YS만 인정한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도동계는 사업 참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YS 차남 김현철 교수는 지난 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나는 이번 사업이 민간단체 주도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 사업에 관여할 이유도 없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면서 "3당합당 이전 YS만 인정하겠다는 건 상도동계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한 얘기다.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상도동계에게 오는 18일 열리는 창당 기념식에 외빈 형식으로라도 참석해 달라고 초청장을 보냈지만, 잔뜩 불쾌해진 상도동계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상도동계가 참석해도 문제고, 하지 않아도 문제다. 여권의 인사로 분류되는 상도동계가 기념식 자리를 채운다면 '야당의 정통성'이 희석될 여지가 크고, 채우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기념식'이 되는 것. 그야말로 '대략난감'한 처지.

때문에 일각에서는 YS를 괜히 끼워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창당60주년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1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논란이 될 줄 알았으면 비난이 좀 있더라도 차라리 YS를 깔끔하게 제외하고 추진할 걸 그랬다"고 토로했다.

▲ YS(김영삼 전 대통령, 오른쪽)와 상도동계 막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상도동 막내급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기념식 참석 여부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통일민주당 창당 발기인이자 YS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정통 상도동계다. 공석과 사석을 막론하고 "나는 YS의 적자"라고 말하며 다닐 정도.

김 대표 측은 지난 10일 새정치연합으로부터 기념식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현재 김 대표는 행사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고심하고 있는 까닭은 여당의 대표로서 상대 정당의 공식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게 도리이나, 상도동계 막내 입장에서 3당합당 이후의 YS를 인정하지 않는 야당60년사 기념행사를 참석하는 게 불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당 비공개회의에서 새정치연합 창당60주년 기념사업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새정치연합이 정통 야당이라며 60주년 행사를 하는 것은 한마디로 역사적 왜곡이다"며 "현재 새정치연합은 DJ의 동교동계를 기반으로 하는 과거의 정통성을 잇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그들이 창당60주년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경하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김 대표의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그는 이번 행사에 참석을 하더라도 상도동계 막내 자격이 아닌 '여당 대표' 자격으로 갈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김 대표의 발걸음을 노심초사 지켜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만일 김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동교동계, 상도동계는 물론 국회 파트너인 여당으로부터도 이번 행사를 인정받지 못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다시 한 번 '대략난감'한 처지에 놓이는 셈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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