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분양가상한제와 부동산시장 대혼란
[이병도의 時代架橋] 분양가상한제와 부동산시장 대혼란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8.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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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위축 악순환, 得보다 失
재건축 날벼락, 재산권 침해 소지
시장과 끝장대결...발표 전부터 혼란
부작용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강남 불패' 인식 바꿔야 성공
시장에선 “중장기로는 집값 뛸 것”
'선거 정치'로 변질된 집값 대책
주택공급 확대 속도내야 효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추진으로 부동산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주택공급 위축, 로또 분양 등 가격통제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재산권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까지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꺼내들어 반향이 거세다.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 짓는 모든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키로 했다. 

사실상 서울 전역 재개발 아파트가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재건축 아파트 전매 제한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연장하고, 최장 5년의 거주 의무기간도 신설하기로 했다. 청약시장을 투기 세력이 아닌 실소유자 위주로 재편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들어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오르자 내놓은 초강력 처방이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32주 연속 하락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서 5주 연속 올랐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이게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21%로 아파트값 상승률 5.7%의 4배에 이른다. 강남은 3.3㎡(1평)당 분양가가 5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추진으로 부동산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뉴시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추진으로 부동산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뉴시스

11개월 만의 통제 카드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로 위력을 발휘했던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11개월 만에 분양가 통제 카드까지 빼든 것이다. 시중에 흘러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향할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책금리가 인하돼 금리 하락세는 완연해졌고, 주식시장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10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대기 중이다. 게다가 연말부터 3기 신도시에 대한 토지 보상이 시작되면 30조원대 보상금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의 높은 분양가에 대한 통제 고삐를 조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의 핵심은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 대신 정부가 행정 권한으로 새 아파트 가격을 일일이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분양가를 토지비와 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자와 건설사가 더 이상 분양가를 맘대로 책정하지 못하게 된다. 

서울 전역 25개 구, 경기 과천·광명·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지으려면 민간택지라도 분양가를 공급자 맘대로 정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최대 이슈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시기 변경으로 '날벼락'을 맞은 재건축·재개발단지로 모아진다. 사실상 재건축 허가나 마찬가지인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고 이주와 철거작업에 들어갔는데 이번 조치로 사업 진척에 차질을 빚게 돼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만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마치고 분양을 준비 중인 곳은 총 76개 단지, 7만2000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단지 입주민들은 "이번 조치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는데, 이번 조치가 이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부담금이 가구당 1억~2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이들의 주장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토부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포함된 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 재산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0월 초 공포·시행...곳곳에 논란 소지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19.8.14~9.23, 40일간) 및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시행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부담이 완화되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시장의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많다. 신규 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으로 새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책 목표와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상한제 방침을 시사한 지난달 초 이후 벌써 완공된 새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위축돼 결국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고 이를 잡기 위해 다시 정부 정책이 동원되는 과거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반(反)시장적 통제는 시장을 왜곡시켜 부작용을 키운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경험한 바 있다. 더구나 지금은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전쟁까지 겹치면서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느 때보다 극도로 불확실한 때다. 집값도 문제지만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경기를 더 냉각시킬 수 있다.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일단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재과열 조짐을 초기에는 잡는 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 분양가가 지금보다 20∼30%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투기과열지구의 어느 곳을 언제부터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계속 칼자루를 쥐고 상황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곳곳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등 정비사업의 상한제 효력 발생 시점을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 단계로 앞당긴 것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겠지만, 소급적용 논란의 빌미가 될 우려도 있다.

전매제한 기간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잖다. 겹겹 대출 규제를 받는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는 사람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부자들이라 전매 기간을 다소 늘린다고 해도 당첨 로또의 수혜는 결국 그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반(反)시장적 가격 통제 변수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시장의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극약처방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는 시장왜곡의 부작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반(反)시장적인 가격 통제다. 정부가 땅을 보유한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의 경우 때로는 시장가격보다 공급가격을 낮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 안정과 서민주택 공급이라는 공공성 때문이다. 반면 민간 건설사들이 땅을 보유한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는 사정이 다르다.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를 덧씌우는 것은 주택공급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당장은 집값을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되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줄어든 재건축·재개발 사업자들이 분양을 포기하게 되면 주요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은 더 부족해지고 수요만 팽창하다가 결국 몇 년 후 집값은 치솟게 된다. 그게 시장이고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시장을 이긴 정부는 없다. 이미 노무현 정부때 다 지적됐고 그후 현실로도 경험한 일이다.

결국 서민들의 내집마련 어려움만 가중시키기 마련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해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그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우선 추궁치 않을 수 없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정책을 또다시 시행한다면 온갖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의 의도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것이라면 도심에서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는 데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우리 경제는 지금 사면초가다. 집값 안정을 꾀하려고 주택·건설시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곤란하다. 일자리 창출과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에 올가미를 씌우는 꼴이다. 사전 협의과정에서 유보 의견이 나왔는데도 국토교통부가 앞장서서 밀어붙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역대 정권들 가격규제 카드

집값은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시장 원리에 거꾸로 가는 대책은 결국 집값 불안으로 이어진다.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여도 결국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입증된 사실이다.

역대 정권들은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가격규제 카드를 반복해서 꺼내들었다. 처음 도입한 건 박정희정부 때인 지난 1977년이다. 주택 규모나 원가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3.3㎡당 상한가를 정해놓고 그 이상으로는 분양가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노태우정부 때인 1989년 도입된 원가연동제도 지금의 분양가상한제와 다르지 않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에도 공공택지에 한해 실시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신규 공급 감소로 인한 전셋값과 집값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청약 과열과 로또 아파트로 일부만 막대한 시세차익을 봤다. 이번에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강화한다고 하지만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역시 미지수다. 

단기적으로 집값이 잡히는 듯하다가 규제에 따른 아파트 공급량 부족으로 오히려 아파트값 급등을 초래한 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처절히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조치가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면서 한국경제에 ‘건설업발(發) 리스크’를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걱정이다.

과거 실패 보완대책을

2007년 참여정부가 도입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아직 살아있지만, 2014년 요건 강화 후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실제로 분양시장에 작동하도록 이번에 요건을 완화했다.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2014년 주택공급 위축 등 부작용 탓에 적용 요건을 강화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폐지됐는데 이번에 조건을 완화해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우선 필수 요건을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낮추고, '직전 12개월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의 선택 요건도 바꿨다. 분양가 상승률을 평균 분양가 상승률로 바꿔 시공사가 맘대로 분양 시기를 조정해 상한제를 피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주변 아파트보다 20∼30% 이상 낮게 책정될 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당첨되면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로또 아파트가 속출할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보완대책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2006년 판교 분양 때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늘렸지만 청약광풍을 막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들고 있지만 인위적인 개입은 시장을 왜곡하고 건설경기 위축을 부를 소지가 크다. 

특히 민간 분양가상한제는 과거에도 공급 위축, 아파트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한 이후 4년간 연평균 민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직전 4년에 비해 24.3% 감소한 28만가구에 그치는 등 공급도 쪼그라들었다. 

또한 상한제 시행 직전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잇따르면서 미분양이 속출해 할인분양, 이자후불제가 등장하는 등 시장이 혼란스러웠다. 가격통제는 부작용을 부르기 마련이다. 정부가 땜질식 처방으로 민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보완대책이 동시에 나와야 한다.

총선용 ‘부동산 정치’ 비판론

이번 조치가 설령 중장기적인 부작용이 있더라도 당장 ‘강남 집값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이 국민의 반(反)부자 정서를 자극,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방안을 놓고 일각에서 ‘부동산 정치’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이유다.

현재 서울은 아파트 167만 가구 중 3분의 1이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기본 욕망이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의 재건축은 억제하고 기피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고집하는 문 정부의 주택 정책은 본질이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고 한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 아파트 값을 잡아야겠다는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경제를 정치로 다룬 결과가 어떤 것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 흐름과 공과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문정부는 ‘역대 최강’이란 타이틀이 붙은 부동산 정책을 이미 두 차례나 내놓았다. 임기 첫 해 8·3 대책이 그랬고 이듬해 9·13 대책이 그렇다. 3년 차에 다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꺼내들었다. 이 대책의 골자는 정부가 원하는 곳에 정부가 원할 때 분양가 상한제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왜 나와야 했는지, 그동안의 문정부 부동산정책 흐름에서 그 직접적 배경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8·3 대책은 초과이익환수제로 재건축을 틀어막고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 수요를 차단했다. 주택시장은 몇 달 주춤하더니 예상과 달리 전고점을 돌파하며 광풍이 불었다. 불과 1년 만에 9·13 대책을 다시 꺼내야 했고, 그것은 대출을 틀어막아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드는 조치였다. 그래서 잠잠해지나 싶었던 시장은 또 끓어올랐다. 역시 1년 만에 정부는 집값 불안을 이유로 들며 분양가 상한제를 이번에 내놨다. 

재건축을 틀어막았는데 1년도 안 돼 집값이 치솟았고, 대출을 틀어막았는데 또 1년도 안 돼 들썩였다. 그럼 분양가 상한제의 집값 안정 효과는 1년 이상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런 효과가 있기는 할까? 역대 최강이란 대책마다 수명이 채 1년도 안 됐던 상황에서 이 물음에 긍정적 답변을 하기는 실로 어렵다. 시장에선 벌써 분양가 상한제의 다음 대책은 주택거래허가제일 거라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돌고 있을 정도로 알려졌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결국 정책실패를 초래한다. 이번 대책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경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당내의 반대 의견에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두고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증에 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란 관측이 높다.

소급 적용 재산권 침해 반발 가능성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주상복합 등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을 ‘건축비+택지비+적정 이윤’으로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케 하는 제도다. 

‘집값 상승→분양가 상승→집값 상승’의 연결고리를 차단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에 도입했더니 연간 집값 상승률이 1%포인트 정도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번 제도 시행까지는 앞으로 약 50여일 남았다. 정부는 그 전에 잘못은 바로잡고, 모자라는 부분은 채워야 한다. 무엇보다 상한제 요건을 엄격히 적용, 집행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도 유지돼야 한다.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서울 강남 재건축을 정조준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적용 시점을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에서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계로 앞당기는 무리수를 뒀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존에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이주·철거가 진행 중인 단지는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반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들은 모두 적용을 받게 된다. 

관리처분 인가를 획득하고 이주를 시작한 둔촌 주공,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를 포함해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등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예상 분양가격 등이 정해졌는데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하니 소급 적용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재개발 지역 주요 타켓

관심 가는 지역은 거의 대부분 적용대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한제 적용 시점도 현행 ‘관리처분계획인가’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로 앞당겨 재건축 재개발 지역이 주요 타켓임을 분명히 했다. 후분양을 할 수 있는 건축공정 조건도 지상층 골조공사 완료(공정률 약 80% 수준)로 개정해 이탈 가능성을 봉쇄했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의 수익성을 떨어뜨림으로써 부동산 투자 열기를 가라앉히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를 통제하지 않고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은 모두 사정권 안이다. 특히 강남 3구를 비롯한 민감 지역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이고, 우리도 금리 인하 전망이 높은 터여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투기성 자금이 풍선효과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으로 서울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이 연간 1.1%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이번 조치로 평균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70∼80%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예측은 이와 다르다. 단기적으론 정부의 바람대로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위적 시장개입이다. 경제학의 기초원리인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면 시장왜곡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는 과거 참여정부 방식과 많이 달라졌다. 어느 지역에 적용할지도 정부의 주거정책심의회에서 결정토록 했다. 같은 서울의 같은 재건축이라도 상한제가 적용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주택시장에 일종의 불확실성을 던져놓았다. 주택조합과 건설사 입장에선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언제 어떻게 제동을 걸고 나올지, 그 규정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당연히 주택공급은 크게 위축될 것이며, 수요가 몰리게 될 기존 주택은 가격 안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또 집값이 불안해지면 다시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추궁치 않을 수 없다.

후폭풍, 역심리 확산 우려

이번 조치의 후폭풍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가장 크게 지적된다. 

‘공급자의 우려’를 반영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역심리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그럴 경우 집값은 상승하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진다. 비투기과열지구로 투기심리가 옮아갈 가능성도 크다. 서울 등 특정 지역에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예정 단지는 패닉에 빠졌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후 기존보다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에 줄줄이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새 아파트의 희소성을 키우는 풍선효과로 현금부자만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사실상 최고 수위의 강도다. 여당 내부에서는 물론 관련부처 간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기어코 민간주택 가격 규제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시장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과거처럼 집값은 못 잡고 아파트 공급 감소, 주택경기 위축 등 초가삼간만 태울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시장은 벌써부터 후폭풍으로 뜨겁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 시행 움직임에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들은 25평형대가 20억원대를 돌파하는 등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한산한 분위기인 반면에 서울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준공 5년 이내 새 아파트는 몸값이 뛰면서 최고 가격을 경신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에 혼란스러운 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시장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집 주인의 기득권은 강화되고, 유망 지역 주택시장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진다. 또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20~30% 싸게 책정되는 탓에 '로또 청약'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돈 많은 상류층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진다. 피해는 집 없는 서민과 가난한 계층에게 돌아간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금융·세제를 총동원해 수요 억제 정책을 펼치고,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했지만 결국 집값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이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건설사의 공급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으로 오히려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충정 어린 충고가 소수의견으로 묻혀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시장 왜곡 심화 가능성

물론,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도 통제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의도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데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행여 이같은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우려해 미리 차단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부담이 완화되고, 집값이 안정되며 좋은 품질의 주택이 충분하게 공급되고 “합리적인 가격” 을 제시하여 소비자의 권리를 높여 내집 마련도 쉬워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실로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대출 규제, 세금대책, 규제지역 확대 등으로도 모자라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시장 왜곡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미 부작용은 나타나고 있다. 밀어내기 분양은 시작된지 오래다. 당분간 신축이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신규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벌써 완공된 새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란 소식이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준공 5년 이내 새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상승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고육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리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서울의 새 아파트 공급이 줄면 정부의 의도와 달리 가격은 더 올라간다. 앞서 2003년 2기 신도시 발표 이후 39조원의 보상금이 서울로 몰려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역효과를 낸 과거 사례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응징형 규제, 중장기적 역풍 전망

역시, 상한제가 적절한 처방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주택 사업자들이 분양을 꺼리면서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인한 주택경기 위축 및 집값 급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상한제 시행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 가격이 뛰어오르는 등 벌써부터 공급 감소에 대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을 현행 3~4년에서 5~10년으로 늘려도 청약 과열과 ‘로또 아파트’ 등 시장교란 현상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강남 재건축이 집값 상승의 진원지이기는 하지만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응징형 규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규제를 투하했는데 상한제까지 추가하며 재건축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당장은 재건축 시장이 냉각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교란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강남은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데 분양가를 억누르면 재건축 조합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철회하면서 주택 공급이 끊기게 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잘 알면서도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총선 때문이라고도 한다. 여당이 ‘강남 집값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선거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으로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한다. 집값 흐름을 놓고 봐도, 거시경제를 놓고 봐도 이번 정책은 악수 중 악수다.

서민 주거안정에 역점을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지역 및 범위, 소급적용 여부 등은 시행령 개정 이후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돼있다. 시행령 발효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2~3개월의 시간이 있는 만큼 보다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 

시장에 등을 돌린 정책치고 성공한 정책은 드물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가격 규제라는 충격요법이 장기적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공급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9·13 대책’ 때 서울 4만가구를 비롯해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차질 없는 집행을 통해 실수요자들에게 앞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도심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3기 신도시 조기 공급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또 주택가격 안정세가 확인되면 이후 가계부채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시세보다 낮은 재건축 아파트가 현금 부자에게만 공급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부동산 투기로 절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단순히 전매 기간 연장을 넘어 불로소득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본다. 

‘결혼 포기’ ‘저출산’ ‘빈부차’ 원인 중 하나가 높은 주택가격 때문일 정도로 우리의 주거안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집은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국민이 살아갈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는 물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서라도 집값만큼은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주택정책으로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고가 주택의 수급 및 가격이 아니라 서민의 주거 안정이다. 서민용 주택 공급에 나서고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주택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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