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감원, ‘은행 탓’ 한계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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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금감원, ‘은행 탓’ 한계 왔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03.06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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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책임 떠넘기기 논란…최근 靑서 감찰
키코배상 역풍맞은 윤석헌 리더십도 ‘흔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은 최근 책임회피 논란, 키코 역풍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시스

금융감독원이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금융권 악재에서 책임을 금융회사에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인 데다, 금융권에 무리한 요구만 하며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은행에 중징계를 내리는 과정에서 '책임회피론'이 불거졌고,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에선 '사전감독 실패론'이 불거졌다.

또한 지난 5일엔 금감원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 배상 요구에 일부 은행이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윤석헌 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DLF 책임떠넘기기 논란…최근 靑서 감찰

지난달 3일 윤 원장은 DLF와 관련된 제재심의 결과 보고서를 최종 결재했다. 그리고 지난 4일엔 금융위원회가 이를 의결하며 DLF 판매사였던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과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부회장은 문책경고가 확정됐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197억1000만 원·167억8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책임마저 금융권에 떠넘기는 '물타기 징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정 과정에서 법적 근거가 없었고, 현 규정도 입맛대로 해석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우선 아직 법적 근거도 없는 '내부통제 위반·운영 실패'를 징계 사유로 삼았고, 특히 위반도 아닌 '내부통제 미비'라는 항목을 달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인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게다가 두 은행사가 자율조정을 통한 보상을 적극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감경 적용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감원장의 합의 권고, 또는 조정안을 수락할 시 제재 감면을 받을 수 있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중징계는 그대로 진행됐다. 그나마도 위 과태료 등은 금융위에서 경감된 수치다. 금감원은 처음엔 우리은행에 227억 7000만 원, 하나은행에 과태료 255억 4000만 원을 부과했었다.

반면 금감원은 제대로 된 자기반성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지난 2018년에 이미 DLF 사태의 징후를 포착했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뒤에도 별다른 자성의 움직임이 없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실제로 금감원의 설립 목적 중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의 수행'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지만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생각한다"는 윤 원장의 입장 표명이 전부였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달 "금융사 CEO에 대한 제재만 서두르는 행태는 금감원장의 기회주의적 처신과 면피용 전략"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은행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금감원이 임원 중징계, 거액의 과태료를 물리면서 자신들의 책임까지 떠넘기는 모양새임은 금융권 대부분이 공감했던 내용"이라며 "일 터질 때마다 같은 일(임원 징계)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금감원에 대한 비판여론이 늘어나자 정부와 시민단체가 움직였다. 청와대가 최근 금융감독원을 감찰했고, 시민단체의 청구에 따라 감사원도 감사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지난 4일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특별감찰반을 파견, DLF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까지 금융권에서 연달아 대형 소비자피해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금감원의 업무관련 자료를 확인한 것이다. 정확한 감찰 조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DLF 등 금융 소비자 피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재직한 한 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민정수석실의 금감원 감찰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민심의 동향에 민감한 민정수석실이 움직였다는 것은 최근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DLF, 라임 사태 등과 무조건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감사원 역시 금감원에 대한 감사 일정을 조율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감사는 지난 해 11월, DLF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부실한 금융기관 감독이 DLF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키코배상 역풍맞은 윤석헌 리더십도 ‘흔들’

흔들리는 금감원의 중심에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있다. 앞선 DLF와 라임 사태에서도 비난받았던 윤 원장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 배상 요구를 은행들이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13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에 대해 피해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에 해당하는 255억원를 배상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과 KDB산업은행이 지난 5일 분조위가 권고한 일성하이스코에 대한 키코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은 수용 여부 시한 재연장을 요청,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권고를 받아들인 것은 우리은행 뿐이다.

분조위의 배상 결정은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서 은행이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불수용 시 금감원의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었다. 이번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의 불수용 결정으로 인해, 윤 원장의 힘이 빠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에 윤 원장의 키코 배상 추진이 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원장) 본인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부터 요구하던 걸 금감원장 취임한 뒤에 무리하게 진행하는 감이 있다"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이번 배상안을 받아주면 배임 문제 등 후폭풍이 상당히 예상돼 무작정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같은 날 "키코 문제는 2013년에 대법원에서 이미 끝났던 사안"이라며 "금감원이 연달아 원칙없이 일들을 밀어붙이니 금융권에서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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