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당·정·청 개편, 임기末 적신호(赤信號)
[이병도의 時代架橋] 당·정·청 개편, 임기末 적신호(赤信號)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4.24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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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조 결핍, 얼굴만 바꾸면 무용(無用)
코드 인사로는 국정 쇄신 불가능
민생 챙기라는 민의(民意) 경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정권 우려 점증
국정기조 반성 없인 민심이탈 못 막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정부여당의 최근 당·정·청 개편은 현 정권 마지막 최대 인사 이벤트일 공산이 크다.

총리를 포함한 개각과 함께 민주당 지휘부인 당 대표와 원내대표 교체, 청와대 정무수석 교체 등을 통해 '포스트 재보선' 국면을 헤쳐 나갈 나름의 진용을 갖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기대를 외면했다. 실패한 경제·외교·안보 정책을 바꾸고, 능력과 적재적소 인사로 국정을 쇄신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결국 내용면에서 전면적 인적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일각에서는 '도로 친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은 그대로 둔 채 몇몇 얼굴만 바꾼 땜질 인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 실패 총책임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킨 것도 그렇다.

게다가 내달 2일 당 대표 선거 후보자들까지 친문 일색이고 보면, 대체 왜 선거 후 여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임기 말 혼란과 국정 표류가 예상된다. 정책기조 변화 없는 문 정권 마지막 최대 인사 이벤트는 임기말 레임덕의 적신호(赤信號)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부여당의 최근 당·정·청 개편은 현 정권 마지막 최대 인사 이벤트일 공산이 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지도 추가 하락 시간 문제

이번 인사 이벤트의 키워드는 국무총리 김부겸, 원내대표 윤호중, 정무수석 이철희로 꼽힌다. 문 정권내 온건 비주류 김부겸·이철희와 급진 주류 윤호중, 그리고 신진 당 지도부의 하모니가 난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 장관을 바꿨다.

여당이 참패한 재보선 결과는 폭주 정치를 접고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만 바꾸는 개각을 단행한 것은 부동산 대란과 ‘내로남불’ 정권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

다수결 독주보다 합의제 협치가 절실한 시기다. 뼈를 깎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감 폭이 좁고 민생 체감도도 약한 이슈에 힘을 낭비한다면 민심은 더 큰 회초리를 들 수 있다.

새 당·정·청의 책무는 실로 막중하다. 어지간해선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여서다. 문정권의 인사가 단행된 그날 한 여론조사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30%로까지 떨어졌다고 알렸다. 추가 하락도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인물과 정책의 쇄신만이 시침을 정지시킬 수단임을 모른다면 참으로 어리석다.

얼굴만 바뀐 '코드 인사'

김부겸 총리 지명자는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총리에 이은 문재인 정부 세 번째 총리가 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2인자 자리에 모두 정치인이 발탁된 것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의 현승종, 김영삼 정부의 고건, 김대중 정부의 김석수, 노무현 정부의 한덕수,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등 역대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정파 색채가 없는 인사들을 기용해 중립적 대선 관리를 시도했던 전례와도 다르다.

새로 임명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모두 민주당 의원을 지냈다.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에 친정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셈이다. 단순히 얼굴만 바뀐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돌려 막기’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레임덕 가속화 전망

문재인 정권이 1년 남짓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려면 대대적 쇄신은 필수다. 경제와 외교·안보 등 잘못된 정책 방향을 과감히 바꾸고, 청와대와 내각의 친문 일변도 인물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내각·청와대 개편 내용을 보면 그런 기대는 허망하게 날아간다. 쇄신 없이 실패한 국정 기조를 밀고 나가고, 힘을 앞세운 독주를 계속하겠다는 뜻이 표출됐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1년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보다는 어떻게든 국정 기조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대통령과 여당의 ‘오기(傲氣)’가 읽혀서다.

문 정권은 정권 불법을 덮기 위한 검찰 수사팀 공중분해, 검찰총장 찍어내기, 정권 호위용 공수처 신설, 부동산 대란을 만든 24차례 대책, 전세 대란을 초래한 임대차법 강행, 비판 언론 입을 막기 위한 위협 등을 ‘개혁'이라고 부른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인사는 앞으로도 일방적 국회 운영과 입법 폭주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정권 출범 후 가장 낮은 30%를 기록했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반면 부정평가는 62%를 기록해 처음으로 60%대를 넘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31%)보다 더 낮아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누적된 인사 실패 요인

문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고, 여권이 재보선에서 심판받은 이유는 여럿 있지만 누적된 인사 실패 요인도 크다.

지난 1월 발탁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친문(친문재인) '부엉이 모임' 소속이었던 것이 비근한 예다. 그전에 기용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같다. 논란은 끼리끼리 인사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중 일부는 평민들의 도덕률에도 못 미칠 만큼 윤리적으로 부족한 삶을 살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무시되고 인사가 강행된 점 또한 문제가 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새 지도부가 과대대표 논란이 이는 소수 강성지지층에 이끌려 민심과 동떨어진 인물과 정책 노선으로 기울면 희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특히 내각·청와대 개편과 궤를 맞춘 듯 민주당 원내대표에는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쇄신론' '친문 2선 후퇴론' 등이 제기됐지만 친문이 그대로 자리를 차지했다. 국회 운영과 입법 폭주에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윤 신임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속도 조절, 다음에 하자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많은 국민들께서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라고 밝혀 기존 정책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위헌 소지가 있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언론 재갈 물리기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TK 출신 총리 후보자…민심 회복은 난망(難望)

지역주의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김 총리 지명자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돼 당내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으로 꼽힌다.

김 전 장관을 총리로 발탁하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대구경북에 대한 인사 배려로 볼 수 있다.

여권은 김 총리 후보자가 친문(親文) 그룹이 아니고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또 여당 정치인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4·7 재보선에 표출된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처럼 만의 TK 출신 국무총리 후보자를 바라보는 대구경북민들의 관심은 지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문 정권은 국가적 현안 사업이나 청와대 비서실·정부 부처 인사 등에서 대구경북을 노골적으로 배제해 왔다. 그 결과 지역의 목소리는 국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국책사업에서도 대구경북은 홀대가 일상사였다. 대표적 사례로 신공항 이슈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안과 관련해 김 총리 후보자가 말 바꾸기를 한 전례를 보면 미덥지 않은 구석도 있다는 지적들이다. 김 후보자는 지방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국정 최우선 가치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는 총리가 되어야 한다.

민심 괴리 정책 방향전환 시급

소득주도성장, 친노조 정책, 세금 폭탄 위주의 부동산 정책 등 민심과 괴리된 정책들의 과감한 방향 전환도 시급하다.

김 총리 후보자는 개각 발표 후 일성으로 ‘협치’와 ‘국정 쇄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개각은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해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단행됐다”(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는 설명에서 보듯, 청와대는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심각한 문제는, 정책은 그대로 둔 채 몇몇 고위 공직자 얼굴만 바꿨다는 사실이다.

등 돌린 선거 표심을 있는 그대로 파악했다면 집권 세력은 변해야 마땅하다. 져도 크게 졌기 때문에 변해도 크게 변해야 한다. 지금은 개혁이 곧 민생이라는 논법보다 민생이 곧 개혁이라는 안목이 더 필요한 때다.

집권 후반임을 고려하여 기득권을 깨는 개혁 과제가 있더라도 우선순위를 재배열하고 선택과 집중, 속도조절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같은 정치적 갈등유발 의제보다 시민들의 삶의 악화를 저지하고 개선하는 사회경제적 의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을 말하며 속도조절론을 일축한 윤 원내대표의 일성이 불안하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정책 기조 완전히 바꾸는 변화를

정부는 그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은 엄중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면서도 국정 쇄신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쇄신보다는 현 정책 기조 유지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이번 인사 이벤트는 근본적인 국정 쇄신 없이 강경 친문 성향을 배제한 인사로 쇄신 흉내만 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민주당이 정신적 지주로 받드는 김대중 어록은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라'고 했다. 여당이 지금 두려워할 것은 주저가 아니라 초조와 낙심이다.

문 정권은 임대차법을 일방 처리한 뒤엔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그 직후부터 전세 대란이 벌어졌다. 정책기조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다면 이같은 파행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국가 현안은 산적해 있다. 자영업자, 저소득, 소외 계층의 민생 방어와 개선, 일관성 있는 주택공급 등 부동산 민심 회복을 위한 다각도의 금융ㆍ세제 정책 개발과 보정이 강구돼야 함은 물론이다.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산업 재편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 협력, 비대면 경제질서 대응과 저출산 고령화 등 국가의 미래를 염려하며 다뤄야 할 문자 그대로의 국정 과제에도 헌신해야 한다.

그러나, 극렬 친문 세력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친문 의원들이 이에 편승하는 민주당 모습은 국가적 공당과는 거리가 멀다. 빗나간 친문 세력의 문자 폭탄과 악성 댓글 등은 민주당의 혁신을 가로막을 뿐이다.

진정한 협치 구현이 관건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국정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정치적 이해를 떠나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번 인사를 보면 남은 임기도 캠코더(캠프·코드·민주당)에 기대는 국정 운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4·7 재보궐선거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무능과 오만, 내로남불, 편 가르기 등 문 정권 4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민주당이 처절한 반성과 쇄신 없이 극렬 친문 세력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계속 발생한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문 정권은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대선 레이스는 웬만한 정책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일방통행식 국정 기조를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야당과 국민을 아우르는 진정한 협치를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에 문 정권의 운명이 달려있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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