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금융 비리 [이병도의 時代架橋]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민 금융 비리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7.15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개 드는 새마을금고發 금융불안
총력 대응으로 금융위기 전이 막아야
뒷북 진화 새마을금고, 감독체계 개혁을
예금자 보호 금액 올려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규모가 감소세로 전환된 지 이틀째인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규모가 감소세로 전환된 지 이틀째인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서민 금융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서민을 위한 풀뿌리 협동조합으로 출발해 현재 자산규모 284조 원, 점포 수 1294개, 거래 고객 2262만 명으로 덩치가 커졌다. 특히 저금리 시절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쪽으로 돈이 몰리면서 10년 사이에 규모가 3배나 급팽창했다.

정부는 새마을금고를 감독 사각지대에 방치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전체 자산규모가 284조 원대에 이르는데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안부가 감독을 맡고 관련 인력도 10여명에 불과하다. 건전성 관리나 규제가 허술하고 내부통제도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이러니 해마다 수십억∼수백억 원대의 고객 돈을 빼돌리는 횡령과 불법대출 등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차제에 법 개정을 통해 시대착오적 감독체제를 금융감독시스템에 통합하는 게 옳다.

지역 서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창구에서는 요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예금을 찾으러 온 고객이 “원리금을 모두 보장해 달라는 내용의 각서를 써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지점장도 이에 응하며 예금 인출 사태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

정부가 새마을금고 ‘위기’에 “유사시 정부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의 총예수금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259조 원이고 상환준비금은 77조 원(지난 5월 말 기준)이다. 상환준비금이 적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위기설’이 대두하면서 일부 금고에서 예금자들이 이탈하는 뱅크런 조짐이 나타났다.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대응단을 구성하고 “예·적금이 5000만 원을 초과해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긴급 대책을 내놨다. 예금주 동요를 막기 위해 서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예·적금을 당분간 전액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에서 예금인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어제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했다.

‘은행 위기’ 일찌감치 고조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금융기관과 별반 차이가 없는 데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는 소홀했다. 새마을금고 대출 213조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업 대출이고, 특히 부동산 대출이 3년 새 2배 이상 늘어나 지난해 말 56조 원으로 부풀어 올랐다. 이번에도 지역 사업자가 건설하는 오피스텔, 빌라 등에 집중 대출한 게 탈이 났다.

올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발생하며 ‘은행 위기’는 일찌감치 고조됐다. 새마을금고에선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5.34%로, 다른 상호금융권(2.42%)의 2배 넘게 치솟으며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나 당시 금융당국과 새마을금고 측은 부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는 대신 “위기설은 악의적인 루머”라며 의혹을 봉합하기에 바빴다. 그러는 사이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달 29일 기준 6.18%로 급등했다. 일반 시중은행의 20배에 육박한다. 특히 수도권 일부 금고의 경우 연체율이 20∼30%에 달하는 상황이다.

뱅크런은 새마을금고만의 위험은 아니다. 작년 10월 기준,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예·적금은 800조 원에 육박한다. 상호금융권도 다른 금융기관처럼 1인당 5000만 원의 예·적금을 보호한다. 그러나 '예금자보호법'이 아닌 '예금자보호기금'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5000만 원까지 원리금을 보장한다.

금융감독원으로 넘기는 입법 서둘러야

일부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된 데서 비롯됐다. 전국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대출액이 2019년 말 27조 원에서 작년 말 56조 원으로 3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오피스텔·빌라 같은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대출을 늘렸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행안부는 다음 주부터 한 달간 새마을금고 1294곳 중 부실 우려가 큰 100곳을 특별검사·점검한다. 뒷북 대응이다. 새마을금고는 수년 전부터 오피스텔과 빌라, 전원주택단지 등 소규모 개발·건설 사업에 앞다퉈 수백억원 규모의 대출을 남발했는데 작년 부동산 경기 한파로 부실 수렁에 빠져들었다. 새마을금고의 대출총액은 196조8000억 원인데 이 중 연체액이 6.18%인 12조1600억 원에 달한다. 유사한 상호금융의 3배, 시중은행 대비로는 1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4개월 사이 5조5000억 원의 예금이 빠져 나갔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금융불안 징후는 새마을금고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 10월 기준,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예·적금은 800조 원에 이른다. 언제 어느 약한 고리에서 문제가 터져 시스템 위기로 비화할지 모른다. 올해 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보듯 금융위기에는 강력한 조기 진화가 중요하다. 21년째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 한도부터 1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감독원으로 넘기는 입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시중은행 연체율의 20배 수준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화근이 됐다. 부동산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든 데다 금리인상 여파로 갚지 못하는 돈이 불어난 것이다. 반면 금고의 수신 잔액은 4월 기준 258조 원으로, 두 달 사이 7조 원이나 빠져나갔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대한 불안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해당 금융의 경영적 문제도 있지만, 불안에서 시작되는 ‘예금자 대거 이탈’이 결정적인 위험으로 작용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상호금융권이 탄탄한 경영과 함께 충분한 예금자보호기금을 적립해 예금자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새마을금고 대출 총액 197조 원 중 연체액이 12조 원이 넘는다. 연체율은 작년 말 3.59%에서 지난달 14일엔 6.49%까지 치솟았다. 시중은행 연체율의 20배 수준이다. 불안감을 느낀 일부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면서 4월 이후 줄어든 예수금이 7조 원에 이른다.

불안심리 차단에는 역부족

정부는 우선 발등의 불인 예금인출을 막아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시장 안정 차원에서 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더라도 부실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옥석 가리기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곳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중도해지한 예·적금의 재예치 때 애초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복원하는 건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감독당국인 행정안전부가 부랴부랴 지난 4일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위 100곳을 대상으로 특별검사와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불안심리 차단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6일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참여한 정부대응단을 꾸려 뱅크런 위기 조기 차단에 나선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규정한 예금자 보호 한도 5000만 원을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에서 2023년 현재 3만3000 달러로 2배 이상 올랐고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상당히 올랐음을 고려하면 예금자 보호 금액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예금자 보호 금액을 올릴 경우 뱅크런 예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현금이 은행에 유입돼 기업 투자와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감독권도 금융감독원으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 금고의 금융자산 규모는 284조 원, 거래고객은 2262만 명에 달해 5대 시중은행급이다. 하지만 행안부에서 금고업무 인력은 10명뿐이다. 그마저도 금융 비전문가인 일반공무원들로 순환보직을 한다.

지역연계성이 강한 협동조합이라는 태생을 따져 60년간 행안부가 관리해왔지만 비대해진 금고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려면 전문성 높은 금융당국에 감독권을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처의 밥그룻싸움보다 금융 시스템 안정이 우선이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을 지키는 데 어느 쪽이 유능한지만을 따져야 한다.

새마을금고는 총자산이 280조 원이 넘는데도, 모태가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고, 행정안전부가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다. 행안부의 담당 공무원은 10여 명에 불과한데, 이런 인원으로 전국의 새마을금고를 관리 감독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연체율이나 수신 잔액 같은 기본 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관련 법을 개정해 감독권도 금융감독원으로 넘길 필요가 있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