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년, ‘딥 체인지’ 성과”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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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년, ‘딥 체인지’ 성과” [현장에서]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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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SK이노베이션 R&D경영 40년 성과 분석 콘퍼런스’
꾸준히 R&D 투자하고 사업 비전도 ‘분명’…성과로 이어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가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 40주년 성과 분석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정유에서 에너지로 사업 부문을 넓히는 ‘딥 체인지’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 연구개발(R&D) 역량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달 28일 SK이노베이션은 SK서린빌딩에서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성과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날 연단에 오른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와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SK온) △이차전지 분리막(SKIET) △윤활기유(SK엔무브) 등 정유사업 외에서의 성과를 소개하며, 그 바탕으로 R&D 역량을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985년 울산에 기술지원연구소(이하 울산연구소)를 출범시킨 이래, 꾸준히 R&D 조직에 주목해 왔다.

대덕연구원을 거쳐 현재 환경과학기술원으로 이어지는 국내 조직뿐 아니라, 지난 1989년 미국 동부 R&D 센터 등 해외 조직에도 과감히 투자하며 글로벌 R&D 인력 및 기술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포스트’(OI Post)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적으로 그린 포트폴리오 관련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SK이노베이션으로선) 관련 기술 개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라며 “국내 R&D 조직 못지않게 해당 포스트가 SK이노베이션 성장 촉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연구조직에 대한 투자가 곧장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날 이 교수와 송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R&D와 사업화 성과를 잇는 가교로 ‘명확한 방향 설정’ 및 ‘선택과 집중’을 지목했다.

명확한 방향 설정의 사례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야 R&D에서 찾아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970년대 석유파동(오일쇼크)을 겪은 후 최종현 선대 회장 주도로 기존 ‘정유회사’에서 ‘종합에너지회사’로 그룹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당시 유공 울산 석유연구실의 전기차용 축전지 연구가 이 때 시작됐다는 전언이다.

이후 꾸준한 R&D 결과, 1992년에는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개발 주관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요즘에는 배터리가 미래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만 해도 자동차 소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종현 선대 회장이 일찍이 중장기적인 비전을 염두에 두고 R&D를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분리막 개발 사례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두드러진다. 이 교수는 “배터리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양극재, 음극재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당시 갖고 있던 폴리머 기술을 바탕으로 분리막 분야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연계뿐 아니라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는 데 R&D 역량을 집중해 ‘S-L’(고체-액체) 상 분리가 아니라 ‘L-L’(액체-액체) 상 분리 기술 및 축차연신 기술(두 번 연신해 두께를 균일하게 만드는 기술) 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이러한 성과를 두고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술을 실제로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조직, 시스템, 인력이 필요한지와 관련된 부단한 고민과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R&D 기반 경영의 강점이 현재 추진 중인 ‘그린 포트폴리오’로의 산업 전환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탄소중립 산업으로 포트폴리오가 전환하는 동안 R&D 성과가 구성원들에게 ‘믿는 구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최고경영자가 어떤 방향으로 갔을 때 구성원이 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서 ‘세상이 원하니까 가보자’고 하면 안 되지 않나. 우리에게 이미 무슨 성과가 있고, 그러므로 잘될 거라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R&D 기반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꾸준한 R&D 투자의 중요성도 다시 짚었다. SK이노베이션 실적을 보면, 지난 2분기 기준 정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57.3%, 화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15.2% 수준이다. 배터리 부문 비중은 19.7%로 집계됐다. 재무부담이 늘어나면, 현재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전통 사업으로 얼마 되지 않는 투자 여력이 쏠릴 수도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재무부담이 커지면 R&D부터 줄일 생각을 하는 게 통상적이다. 다만, 기업이 지금 하는 걸 그대로 유지해서 존속 및 발전할 수 있다면 그래도 되겠지만, 그럴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며 “여력을 감안해 가면서 연구개발에 (자금력을) 충분히 행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송 교수 역시 “한국 기업들이 많은 사업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로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R&D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SK이노베이션의 경우가 전통산업에서도 R&D 중요성을 알리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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