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정은혜 “청소년 참정권 확대해야 청년정치인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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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터뷰] 정은혜 “청소년 참정권 확대해야 청년정치인 늘어난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01.13 17:4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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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국회의원
“짧은임기, 막막했지만 성실히…정은혜 생활법 준비”
“2012년 청년정치인들 등장 배경은‘안철수 현상’"
“엄마되니 세상보는 시각 넓어져…미래 위해 정치”
“당에서 도움 필요로 하는 곳에 출마…마중물 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행운이 따랐다. 혹자는 정은혜 의원을 두고서다. 정 의원은 이수혁 전 의원이 주미대사로 가면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해 20대 국회의 막차를 탔다. 그는 남은 짧은 임기를 어떻게 채울까. 이를 듣기 위해 지난 6일 의원회관을 찾았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국에서의 나와 미국에서의 나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각도에서 조명받았다. 나는 한국도 직업과 연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는지가 중요한 나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처음 의원직 승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놀라고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도 들었다. 그날이 딸아이 돌잔치 날이었는데 잔치 끝나고 나니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많이 와 있었다. 임기가 짧다 보니 '무엇부터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게 제한돼 있다보니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떠올렸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천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시간이 얼마나 주어졌든 가치있게 써야 했다. 성실하게 하자. 모든 자리에 참석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자. 그 생각 뿐이었다."

-지난 총선서 낙선한 뒤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다.

"사실 선거 전에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지원했고, 합격 통보를 선거 직전인 3월에 받았다. 예전에 봤던 GRE(미국 대학원 수학자격시험)이 상당한 고득점이 나와 있었는데 유효기간이 5년이었다. 아깝기도 하고 해서 모든 방송과 활동을 멈추고 유학준비를 했다. 만약 당선되면 입학을 연기하거나, 아니면 4년 뒤에 다시 시험볼 생각이었다.

하버드에 지원했던 경험이 당시 공천 심사에서도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 나는 지방대학교를 나온 여자고, 정당활동과 미혼모 돕기 활동을 하다 보니 '돈도 안되고 쓸데없는 걸 한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었다. 하버드에서는 똑같은 경력을 보고 '너는 댓가가 주어지지 않아도 꿈을 찾아가는 사람, 가치를 쫓는 사람이구나'라고 평가해줬다. 한국에서의 나와 미국에서의 나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각도에서 조명받았다. 나는 우리나라도 그런 측면에선 미국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업과 연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는지가 중요한 나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천심사에서 이런 주장을 했더니 당에서 상당히 인상깊게 여겼었는지 비례대표 받았었다. 떨어진 뒤에 미국은 학기가 9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바로 공부하러 떠났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세대교체 대신 세대공존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세대는 물처럼 흘러서 이어져야 한다. 지금 잘 흐르지 못한다면, 내가 그 마중물이 되어 흐르게 하고 싶은 것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미국에서의 유학 경험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나.

"하버드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내가 보는 세상이 달라졌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정치적인 지향점도 바뀌었다. 과거엔 지금 사회의 문제점을 고치는 데 집중했다. 당장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가 있으니,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이제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어떤 미래를 만드는 정치를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시야가 더 넓어진 셈이다. 이제 내가 사는 세상만이 아닌, 내 아이가 더 오래 살아갈 세상이라서다. 미혼모들을 도울 때도 단순히 생명이기 때문에 아이를, 엄마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이상의 가치를 알게 됐다. 우리 아이를 위해서는 내가 죽어도 아깝지 않다는 마음, 나를 바쳐서라도 이 아이가 사는 세상을 더 낫게 해줘야 한다는 각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부모들이 가진 그 감정을 느끼면서, 정치인으로서 나아갈 길이 더욱 뚜렷해졌다."

-국회에 온 뒤에 육아 관련 법안을 많이 내놓는 것도 그 영향인지.

"물론이다. 당장 가장 눈앞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정은혜 생활법 12개'에서도 가장 먼저 발의 완료한 것이 어린이집 표준보육비용을 집에 지원하고, 육아휴직을 연장하는 일명 '라떼파파법'이다.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돈 만큼 집에 지원해서, 아이들을 집에서 돌볼 때도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한다. 그리고 아빠들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10세 미만의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골고루 사랑받아야 건강하다.

청소년기가 되면 어차피 친구들이랑 놀기 바쁜데, 그 이전에 부모의 사랑이 절실한 시기에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다. 미국은 이런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서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면, 이런 부분을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때다. 지금 우리 부모들도, 나라에서도 아이를 '대신 키워줘야'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그게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출생률을 올리려면 아이를 낳으라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낫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내가 보는 세상이 달라졌다. 정치적인 지향점도 바뀌었다. 과거엔 지금 사회의 문제점을 고치는 데 집중했다. 이젠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어떤 미래를 만드는 정치를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여성이나 청소년 관련법안도 내놓고 있다.

"모두 내 경험에서 나온 법안들이라고 보면 된다. 스토킹 방지법은 과거에 스토킹을 겪어봤기 때문에 등장했다. 딸을 키우려다보니 아무래도 아동성범죄 예방 같은 일에 신경이 쓰이더라. 성범죄 가해자의 출소 후 접근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조두순 접근금지법'이나,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키즈카페나 놀이공원 등을 추가하는 '성범죄자 키즈카페 취업제한법' 등이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런 법안을 들고 갔더니 다른 의원님들이 '아니, 이런 법이 없었어?'라고 되물으시더라. 하지만 이런 법안이 통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당연히 반대하는 분은 없지만, 그 이야기는 곧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만한 분들도 많지 않다는 말과 같다. 법안에 대한 관심도 세대별, 지역별, 성별로 모두 달라서다. 20대 국회에 청년정치인이라고 해봐야 나와 자유한국당의 신보라 의원,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정도 아닌가. 셋 밖에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청년정치인은 늘어나야 하고, 현재 진행중인 청소년 참정권 확대 등은 그러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가 청년정치인이 늘어나는것과 관련이 있는지.

"앵커링(anchoring)이란 용어가 있다. 닻에 묶인 배처럼, 기준점에 따라 가능 범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기준점인 나이를 내려야 청년정치인 등장이 더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지금 국회의원 출마 가능 나이가 25세인데, 25세에 바로 출마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어차피 18세로 참정권이 내려가도 18세의 출마는 당분간 불가능에 가깝다. 기준점이 25세일 때 30대 정치인들이 나오고, 18세일 때 20대 정치인들이 나온다.

또한 나는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곧 출마, 즉 참정도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반장선거도 그 반의 구성원들이 뽑는거고, 원내대표도 국회의원들이 뽑는 것 아닌가.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20대 장관 30대 총리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20대, 30대가 인구의 30%인데 국회에 10%도 없다는 것은 충분히 그들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이 적다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청소년이 정치활동을 아예 할 수 없게 돼 있다. 정당가입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정치를 접하고, 시작하는 나이 자체가 너무 늦은 편이다."

-본인은 정치를 상당히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

"내가 특이한 케이스다. 만 20살 때부터 했으니 정치경력 자체는 당내에서도 꽤 긴 편이다. 2004년 부산 사상구에서 당시 정윤재 후보 캠프를 처음 찾아가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06년에는 서울로 올라와 서울시장 후보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캠프에 들어갔다"

-강 전 장관이 지금 후원회장이다. 그때의 인연인가.

"그렇다. 강 전 장관은 정치를 꿈꾸는 여대생들의 롤모델 같은 인물이었다. 여성 정치인들은 당시만 해도 남성화를 통해 경쟁했는데, 강 전 장관은 굳이 그러지 않고 섬세하고 감성적인, 여성만의 강점을 앞세워 정치일선에 나선 모습이 멋졌다. 지금도 무척 존경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12년에는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나고, 청춘콘서트가 흥행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기존 정당들이 앞다투어 청년정치인을 등용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12년에는 정 의원을 포함해 청년 정치인들이 꽤 등장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철수 현상 때문이었다.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나고, 청춘콘서트가 흥행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기존 정당들이 앞다투어 청년정치인을 등용했다. 그 때 나를 포함해 김광진 전 의원, 장하나 전 의원, 김재연 전 의원을 비롯해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나 손수조 위원장 등이 대거 등장했다. 경연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방식을 도입해 경쟁도 치열했다. 2016년에는 그런게 없었다. 청년비례도 공개 경쟁이 아닌 당에서 오래 활동한 인물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줬다. 나는 덕분에 공천을 받기가 좀더 유리했지만, 그 이후로 청년정치는 위축됐다. 2020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

청년 뿐 아니라 여성 정치인들도 아직 너무 부족하다. 지역구를 가진 여성 의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있는 분들도 대부분이 비례대표다. 국회 내 다양성이 더 확대돼야 한다."

-2020년 총선 출마에 대한 생각은.

"당에서 필요로 하는 곳, 당에 도움이 되는 곳이 있다면 도전할 생각이다. 다만 의원직에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니다. 자리가 우선인지, 역할이 우선인지 가끔 헛갈릴 때가 있다. 역할을 해내려면 자리가 필요할 때가 있지 않나. 하지만 역할이 우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디딤돌이 되고 싶다. 세대공존의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는 물갈이나 세대교체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대공존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세대는 물처럼 흘러서 이어져야 한다. 지금 잘 흐르지 못한다면, 내가 그 물을 흐르게 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

-정치적 소신을 요약해준다면. 본지와 2013년에 했던 인터뷰에서는 '계파 없는 정치'라고 했었다.

"그 때는 당에 계파갈등이 많았던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 이번에 당에 돌아오고, 원내에 들어와 보니 그런 것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 공동체 의식같은 끈끈한 동료애가 당 전체에 퍼져 있었다. 더 이상 내가 '계파 없는 정치'를 추구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지금은 내 아이가,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가 목표다.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작은 일부터 해 나가고 싶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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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세탁 2020-01-18 10:45:38
이런 .. 댓글 조작이 아닌이상. 진짜 사람들이 모르는건지.. 유튜브로 정은혜 학력세탁 영상을 보면 절대 이런 얘기를 못하지요. 혹자? 행운을 떠나서 나라망신이죠. 아무나 ㅠㅠ 써주는 글만 읽고 청년프레임으로 포장된 이런 글보다는 차라리 영상으로 분석한걸 한번씩 보세요. 하버드 ㅠㅠㅠ 진짜 너무 하는거 아닙니까! 홍보영상에는 댓글 못 달게 되어 있더군요. 유튜브 같은걸로 이 사람 학력세탁과 논문 수준 분석한 걸 보면 정말 우리나라 정치 이런 사람이 하면 안됩니다. 꼰대들이 잘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청년 이란 타이틀만으로 프리패스되면 안되죠. 아 참 우리 후손들이 걱정입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장문에 글 남깁니다. 단순 반격말고 진짜 자료를 찾아서 한번 본

유지찬 2020-01-14 12:48:20
글 정리 깔끔하네요. 시의적절한 인터뷰. 이런 젊은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전도 유망한 정치인이 한국 풍토에서 잘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dyk 2020-01-14 11:13:26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심스럽게 응원해봅니다.

이순원 2020-01-13 20:48:48
한국에서와 미국에서 인정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