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이태규 “안철수 은퇴없다…총선서 국민이 지켜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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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터뷰] 이태규 “안철수 은퇴없다…총선서 국민이 지켜줄 것”
  • 윤진석·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3.22 19:5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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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사무총장 (국민의당)
“국민의당, 안철수 원맨쇼에 기대는 것은 당연”, “대구 의료자원봉사로 안철수 재평가 이뤄졌다”
“정치 변화 바라는 20% 민심은 살아있다고 봐”, “국민의당 실질적 지지율은 8%가량 된다고 관측”
“미래통합당, 중도표심 얻을까 보면 회의적 전망”, “비례대표만큼은 안철수 당에 표 몰아 달라 호소”
“거대 양당이 만든 가짜 위성 비례정당은 해산돼야”, “황교안, 통합 바한다면 비례정당 안 내면 된다”
“文정부 견제 위해 지역구 안 내는 것 고심 많았다”, “박원순‧문재인 도와준 것 원망하는 소리도 들어”
“安, 안철수계 보내기까지 많이 괴로워했다”, “통합당행 後 다시 만나길 기대, 변절자라 생각 안 해”
“실용적 중도 한국적 제3의 길 가겠다는 것이 安 소신”, “12년 때보다 정치 소신과 확신 단단해졌다”
“安 귀국하자마자 보수통합 프레임 씌우기 바빠”, “새롭게 광야에서 해보자, 했다면 安 동의했을 것”
“안철수는 사람 너무 잘 믿어, 뒤통수도 많이 당해”, “귀국 당시 安 불출마 할 거라고는 알지 못했다”
“安, 한국 정치 개혁에 전념하기 위해 불출마 결심”, “민주당, 안철수 평가할 자격 없다, 근신해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민심 왜곡했던 이들 엄벌해야”, “코로나19 영웅들 위한 결의안이 安의 정치”
“YS 시스템 개혁 선두주자…安도 개혁 마다하지 않아”, “안철수 총선 후 은퇴할 일 없다고 확신한다”
“시간 되돌린다면 2016년 총선 후 국민의당 때로…”, “우리에겐 성공해야할 절실함 있어, 성공할 것”
“내 일관된 신조는 개혁 노선… 정치 소신 지켜왔다”, “安 강조했듯 민심은 천심…3의 길 불 지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조서영 기자]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는 은퇴할 일이 없다고 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는 은퇴할 일이 없다고 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진짜 궁금하다. 21대 4‧15 총선 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어떻게 될까. 누구는 무모하다고 한다. 소멸될 거라고도 한다.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안철수 셈법이 알고 싶다.

최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부터 찾았다. 2012년부터 안철수맨으로 살아온 책사이자 전략통이다.

“안철수, 은퇴할 일 없다.”

확신하는 듯했다. 왜 자신하는 걸까. 인터뷰는 지난 1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졌다.

 

1.안철수 셈법
 

“전 의원으로 불러 달라.”

이날 이태규 의원실 책장은 비워져가고 있었다. 민생당 당권파에서 셀프 제명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취소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법원에서 인용됨에 따른 것이다.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민생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삿짐을 싸는 중이었다. 

- 착잡하겠다. 이렇게 법원 판결이 나올 거라고 예상 못했지 않나.

“조금은 다르게 나올 거라 기대했고, 변호사들도 그렇게는 안 나올거라고 했지만, 인용이 되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당적 문제의 이유로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 이 문제로 얘기하고, 왈가불가 갑론을박할 시간도 없다. 선거 준비가 급선무다. 탈당계 내고 끝냈다. 다만 선출직 공무원 아닌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점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다. 부득불 소임을 다하지 못한 점 송구하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와 함께하기 위해 민생당 당적을 포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와 함께하기 위해 민생당 당적을 포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지지율 상승세다. ‘의사 안철수 원맨쇼’에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적으로 맞다. 우리는 낡은 정치 진영의 패러다임을 깨겠다고 모인 사람들이다. 그 중심엔 안철수 대표가 있다. '안철수'가 있기에 국민의당이 존재한다. 4년 전 (옛)국민의당 때도 그랬다. 현역의원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지만,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안 대표에 대한 신뢰와 가능성 때문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양당 정치를 끝내자는 분위기가 있던 것도 '안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안 대표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당 득표로 연결되는가, 이런 부분 안에서 총선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안철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렵다. 솔직히 안철수 아닌 다른 동력을 찾기 어렵다.”

- 안철수식 목표 정당득표율은 20%다. 몇 석을 얻게 되는 건가.

“상대당의 득표율에 따라 달라진다. 단정적으로 셈하기는 어렵다. 10석 내지 12석, 15석 아니면 20석이 될 수도 있겠다. 정당득표율 20%가 갖는 정치적, 전략적 의미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정한 20%는 한국 정치에 있어서 변화와 혁신의 개혁적 민심을 표현하는 최소의 수치라고 본다.”

- 최소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우리가 생각했을 때 기득권 정치와 맞붙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를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 더 이상의 낡은 정치는 싫다는 수치가 20%가 되면 민심은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분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총선을 돌파하면, 안 대표가 새로운 야권의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본다. 그 힘을 갖고 야권을 혁신적으로 재편하고 대선을 준비하는 게 맞다, 이리 본다.”

어떤 근거로 20%라고 하는 걸까. 이 말에 “계량화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목표 의석수와는 다른, 현실적인 예상 의석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이를 묻자 이태규는 20%를 거듭 강조했다.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관전 포인트도 보탰다.

“첫째, 20대 국회 심판론이다. 지긋지긋한 20대 국회를 또 볼 것인가. 바꿔보자. 이 주장에 얼마만큼의 공감대가 만들어질 것이냐다. 둘째, 정치적 목적을 갖고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대구 의료 자원봉사를 통해 안 대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선거 기간 내내 국민적으로 얼마나 확산될 것인가 여부가 남았다. 셋째, 거대 양당이 만든 가짜 비례정당, 위장 비례정당들에 대한 심판이다. ‘비례대표 영역만큼은 국민의당을 밀어주자’, 교차투표의 흐름이 얼마만큼 이뤄질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20%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핵심적 요소다. 어느 하나만 이뤄져도 20%가 될 거라 생각한다.”

-  여론조사는 4%대다.

“실질적으로는 8% 정도라고 본다.”

- 자체 조사에 의한 분석인가.

“그렇다. 현 여론조사는 양당 중심으로 쏠린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진영 정치 내 총동원된 수치가 아닐까 싶다. 바닥 민심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중도 지향, 기득권이 싫은 사람들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지금보다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훨씬 높게 나올 것으로 본다.”

- 무당층, 진보층, 보수층, 중도층에서 각각 몇 프로 정도 얻을 것으로 보나.

“갈라서 말할 수는 없겠다. 국민의당을 찍겠다는 지지층들은 크게 중도를 좋아하는, 제3의 길을 가려는 분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싫지만 미래통합당은 못 찍겠다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이 중심이 돼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지 않겠나.”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안철수 옛 국민의당에 38석을 밀어줬다.

- 호남에서는 어는 정도 나올까.

“호남 얼마, 영남 얼마 등 지역을 나눠 셈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호남은 4년 전 안철수 대표를 절대적으로 밀어줬다. 많이 실망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안 대표에 대한 진정성을 알아준다면, 현 집권당 지지하는 분들 외에 다수의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을 선택해주지 않겠는가, 기대하고 있다.”

 

2.프레임

 

이태규 사무총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지지율이 여론조사 지표보다 더 많이 나온다고 전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태규 사무총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지지율이 여론조사 지표보다 더 많이 나온다고 전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안철수 셈법 중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정치 지형은 갈수록 1대1 양극단으로 치닫는 느낌인데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설 땅이 있을까. 
 
“양당 심화 현상은 여론 지표상에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면의 민심까지 반영되는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1대1 구도라면 중도층은 어디로 갈 것인가. 미래통합당이 민주당보다 중도 표심을 얻을 능력이 될까. 회의적이다. 안 대표는 야권이 혁신 경쟁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에서 평가를 받아야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국민의당이 야권 표를 분산하고 민주당을 이롭게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왜 박원순 서울시장에 양보해서 서울시를 저렇게 만들어놨느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많다. 2012년에는 문재인 후보에 양보하더니 이번에는 야권 표를 분열해서 문재인 정권을 도와주느냐는 비판도 많다. 우리 쪽에서 미래통합당으로 가있는 분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란다.

안철수 대표로서는 야권 표를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용적 중도라고 하는 제3의 길을 꺾지 않고 이 두 개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결국 고통스럽지만 ‘지역구 공천은 포기하자’한 것이다. ‘지역구는 통합당이 득을 보고, 우리는 비례만으로 평가를 받아보자’고 결심한 거다. 야권 표를 분열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고, 영역은 좁아졌지만 정당 간 정당 투표 대결에서는 실용적 중도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을 결심하기까지 안 대표도 정말 많이 괴로워했다.”

고육지책일지언정 국민의당을 둘러싼 환경은 좋아지는 느낌이다. 미래통합당이 지역구나 비례정당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도 국민의당의 입지를 유리하게 하는 원인이 돼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비례정당 촌극 등 자책골 때문인지 갈수록 여건은 좋아지는 것 같다.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해산시키는 게 맞다. 통합당은 지역구 열심히 하고, 우리는 비례하고…. 21대 국회에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하고, 진짜 야권주자가 누구냐, 경쟁도 하고. 신뢰가 높아지면 대선을 생갈 할 때 야권의 파이는 더 커질 거다.”

나름의 윈윈 전략 제안인 듯 보였다.

- 황교안 대표에게 제안하고 싶은 건가.

“우리의 공식 입장은 ‘위성정당은 다 해산하라.’ 중도와 함께하고 싶고 우리와 통합하고 싶다면 미래한국당 해산하면 된다. 비례정당 후보들은 우리 쪽으로 오면 된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안철수 도와주면 다 해결된다.”

- 전략가로서 국민의당 승리를 위해 총선 프레임으로 짜고 있는 건 뭔가.

“프레임 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 왜인가.

“프레임은 힘이 있는 사람이 짜는 거다. 약자를 종속시킨다. 안철수 대표 오자마자 보수통합 프레임을 씌웠지 않나. 메시지나 비전에 집중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언론도 실용적 중도가 뭐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보수통합할거냐, 안 할 거냐면 집요하게 물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20대 국회를 21대에도 또 할 거냐. 제대로 하려면 20대를 심판해야 한다. 망가뜨린 이들이 누구냐. 양당 아닌가. 중도층을 견인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가 그랬지 않나. 중도 진보, 중도보수 유권자를 향해 지역은 1,2번 찍더라도 비례는 국민의당을 찍어 달라. 비례만큼은 혁신과 대결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3.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프레임 자체는 힘이 있는 사람이 자는 것이라고 했다. 약자를 종속시키는 것이 프레임이라는 지적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프레임 자체는 힘이 있는 사람이 자는 것이라고 했다. 약자를 종속시키는 것이 프레임이라는 지적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자는 40명이다. 이태규‧권은희 현역의원과 김도식 비서실장, 김경환 최고위원 등 당직자들부터 대구 의료봉사를 함께한 사공정규 당 코로나19대책 위원, 최연숙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조국 퇴진 촉구 서울집회를 이끈 신전대협 김근태 지부장 등이 포함됐다. 청년수당(청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보건복지), 타다 금지법(경제), 자사고 폐지(교육), 북한 비핵화와 제재(외교‧안보), 패스트트랙(정치개혁) 등 6개 주제로 면접 심사가 진행됐다.

- 비례대표 후보자를 2배수로 40명 뽑았다. 어떤 특색인가.

“공관위원장이 대답할 사안이다. 내가 대답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국민의당 공관위원장은 정연정 배재대 교수다. 2012년 대선부터 안 대표와 함께하고 있다. 김은경 백석대 교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 송경택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 김선식 인트라링크스 한국지사 대표, 이동현 리스펙트스몰머니 최고재무책임자(CFO), 장윤석 아트리즈 창업&대표이사 등이 임명됐다.

이태규는 혁신 기업 관점에서의 정치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공관위원들이 7명인데, 30대 1명 50대 2명, 40대 4명이다. 이중 40대들이 IT‧스타트업의 CEO들이다. 혁신 기업의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게 당 대표 생각이다.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플레이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보고 평가해달라는 뜻이 반영됐다. 아마 관성에 익숙한 정치인들이었다면 면접 과정에서 꽤 당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다.”

- 현역 프리미엄도 없다고 하던데. 순번에 밀려날 각오도 있는 건가.

“프리미엄 없는 건 당연하다.”

- 정치인들 중 학자 출신은 타협을 잘 모르더라, 한계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안철수는 학자 출신을 좋아한다’는 평도 나온다.

“정무적 판단, 전문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다. 안철수 대표는 후자를 말하고 있다. 가령 코로나19 방역 같은 경우 현장의 지휘권을 질병관리본부장이 쥐고 있었으면 된다. 이 사람들이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허락 맡고, (이낙연) 총리한테 얘기해하고…. 이들은 방역에 대해 문외한이지 않나. 청와대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3월에 와야 한다, 중국이 문 닫으면 어떻게 하지 이러고 있다. 방역 책임자, 전문가 입장에서는 입국 제한 조치 등 다 닫아야 한다. 대만이나 싱가포르, 홍콩이 원칙대로 해서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문 열어놔 이 지경까지 온 거다. 신천지로 인해 확산된 것도 있다. 그런데 신천지 신자도 피해자이지 않나. 안 대표가 말하는 부분은 과학적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 정무적 타협도 필요하다.

“방역에 있어서는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얘기하는데 정치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

- ‘안철수 대표는 CEO식 리더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CEO는 군대 리더십이다. 일사불란하고, 오너의 눈치만 본다. IT나 스타트업 쪽에서는 군대 리더십 갖고는 생존해낼 수 없다. 그 바닥에서 죽는다. 안철수 대표는 중소기업 CEO였지 않나. 안랩이 크기까지 사이즈는 중견기업이었다. 대기업에게 호되게 당한 적도 많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에 행하는 갑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나라 경제 중 문제인 게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못 되는 정체된 시장 생태계에 있지 않나. 대기업은 늘 대기업, 중소기업은 늘 하청 받는 을의 입장이다. 안 대표는 이것을 깨고 싶은 거다.”

- 안 대표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양반과 대화하면서 이해하게 된 거다.(웃음)”

 

4.안철수계

 

미래통합당으로 간 안철수계 정치인들에 대해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변절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미래통합당으로 간 안철수계 정치인들에 대해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변절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동섭‧김수민‧김삼화 의원이나 김철근 전 대변인 등 안철수계 정치인들 중 통합당에 갔고 대부분 공천에서 살아남았다. 서로 응원하고, 미래를 도모하고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변절자 논란도 제기될 듯싶었다.

- 변절자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명분과 실리, 정치도의 면에서 고민이 있었을 거로 본다. 대표 역시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아무런 정치적 부담 갖지 말고 나가서 잘해라, 잘되길 바란다. 나중에 개혁의 큰길에서 다시 만나자’며 보내준 거다. 그분들은 대표의 양해 속에서 갔다. 우리 입장에서는 변절자라고 생각지 않는다. 안철수 대표가 중도의 제3의 길을 개척해나갔을 때 다시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 (이태규) 본인도 고민했을 것 같다. 그런데 안 갔다.

“친한 분들도 많이 있고, 많은 말씀도 줬다. 하지만 세 가지 이유로 안 갔다. (안철수가) 외국에 있을 적에 꾸준히 연락했던 사람이 나다. 개인적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AI시대에 맞는 선제적 제도와 법 연구 등 공부를 더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렇지만 나라꼴을 보면 돌아와야 한다, 이런 마음이었다. 지금 나는 안철수 신당 추진단장부터 국민의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직책상 갈 수도, 가서도 안 되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문재인 정부 심판도 중요하지만 실용적 중도의 한국적 제3의 길을 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다. 세 번째는 집안(당)이 좋을 땐 떠나도 되지만 안 좋을 땐 가는 게 어렵지 않나. 3월 1일 얘기했다. ‘남겠다.’ 대표께서 대구로 내려간 날이다.”

- 통합당과 함께하자며 안철수에 설득하지 않았나. 

“어떻게 생각하느냐, 의향을 물은 적은 있다. 하지만 안 대표 본인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만약 보수통합의 낡은 프레임 말고, 새롭게 광야에서 해보자, 했다면 대표께서는 흔쾌히 동의했을 거다. 그런데 보수통합은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확대하자는 것 아닌가. 대표가 볼 때 동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 하지만 예전에는 독자노선 추진하려다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하지 않았나. 양보도 하고, 밀어도 주고 다했지 않나.

“당시는 닳고 닳은 기존 정치권의 메커니즘을 너무 몰랐던 측면이 있던 듯하다. 안철수 대표는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스타일이다. 잘 믿기에 안 대표와 잘해보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걸 이용해 뒤통수치려는 이들도 있다. 여태까지는 뒤통수치는 이들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지금의 소명의식은 다르다고 본다. 6년여 간의 성찰과 유럽 각국을 돌면서 체득한 국가 운영의 방향성, 정치의 방향성 등 이런 부분이 너무나 뚜렷해져 돌아왔다.”

안철수의 정치 여정은 2012년 대선 출마를 기준으로 하면 8년여가 된다. 세찬 풍파를 겪는 동안 정치적 심지가 견고해졌다는 말로 들렸다.

- 단단해진 건가.

“굉장히 단단해졌다. 총선 끝나고 대선 과정에 있어서는 야권의 재편 문제가 불가피하게 확산될 거다. 그때 되면 보수통합 프레임이 아닌, 혁신 프레임 속에서 야권이 재편되길  안철수 대표는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20%를 득표하겠다는 거다.”

 

5.귀국 여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래통합당과의 통합을 하지 않을 것은 귀국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래통합당과의 통합을 하지 않을 것은 귀국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안철수는 지난 1월 19일 귀국했다. 많은 안철수계 인사들이 귀국 현장을 함께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과정에서의 적지 않게 실망하는 표정도 읽을 수 있었다.

“실망을 왜 해요?”

이태규가 반문했다. 

- 중도보수통합 안 한다, 단정적으로 선을 확 그어버렸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중도보수통합을 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기는 하다. 나야 이미 귀국 전 안철수 대표 생각이 확고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 불출마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나.

“불출마는 몰랐다.”

- 어떻게 평가하나.

“‘성급했다’고 말했다. ‘종로에 나갈지 모른다’ ‘비례나가라’ 등 여러 관측과 조언이 나올 무렵이었다. 대표께서는 자기가 어떤 사심도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 한국 정치 혁신에 전념하기 위해서 불출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 중요한 결정을 측근들과의 교감 없이 결정하는 게 맞을까. 다른 리더들도 그러나.

“측근들은 여러 얘기를 할 수는 있다. 대표께서도 여러 판단에 대해 고려하고 있었을 거다. 나 역시 우리 보좌진들과 여러 의견을 듣고 상의하지만 판단은 다르게 내릴 수 있다. 대표께서 역시 리더의 입장에서 합리적 판단이라 생각해 비행기 안에서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이 안철수의 발을 묶었거나 안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 초반과 달리 유리해져 가는 것은 같다.

“대구 의료 봉사활동에서 너무 많은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안 대표도 깜짝 놀라고 우리도 깜짝 놀랐다. 내려갈 때도 조용히 갔는데 현장 가자마자 기자들 눈에 띄고…. 사실 그동안 친문(문재인)에 의해 안철수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많이 조작되지 않았나. 재평가가 이뤄진 것에 국민들에게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다. 안철수의 진정성과 본모습을 보여준 계기가 아닌가 싶다. 역설적으로 국민이 감동하는 데는 우리 정치가 문제가 있음을 방증해주고 있다고 본다.”

- 의사로서의 안철수는 멋있지만, 가운 입은 땀에 밴 모습처럼 정치에서도 그런 행보를 보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지적도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들었다. 거기(민주당)는 밤낮으로 안철수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근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 사람들은 안철수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얼마나 벗겨먹고, 이용해 먹으려고 했는데, 그런 얘기를 하나. 그러면 안 된다.”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많이 분노했을 것 같은데, 관련해 안철수 본인은 많은 발언은 안 하는 것 같다.

“민심을 왜곡하는 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다. 나는 개인적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관련 정치인들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경수 지사 뿐 아니라 누구든 연관된 자가 있다면 단죄받아야 한다. 대표께서 본인이 이 문제에 언급을 안 하는 것은 리더는 가급적 미래지향적, 포지티브 한 메시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줄 안다. 희망이든, 헌신이든, 통합이든, 봉사든 공동체 시민의식에서 중요하지만, 그러나 잊혀진 단어들…. 대표께서는 이런 가치들이 복원되는 방향에서 열심히 뛸 거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뛴 '진정한 영웅들을 위한 특별결의안'을 국회에 제안한 것도 안철수가 생각하는 희망과 통합의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질병본부 일선의 방역 공무원들, 병원 의료진,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 등 얼마나 헌신적으로 임했나. ‘방호복 입으면 죽을 것처럼 힘들어진다’고 안철수도 그리 말할 정도였다. 이들 작은 영웅들을 위해 여야가 감사해하고 응원하는 특별결의안을 대표께서 제안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정말 고맙고 당신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의 이름으로 만드는 특별결의안. 여야 전원이 박수 보내고, 낭독하고 결의안에 동의하면 우리 국회가 나아지는 것 아니겠나. 옛날처럼 멱살 잡고 꼼수 정치, 꼼수 정당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결의안을 통해 희망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는 게 안철수가 하고자 하고 바라는 것이다.”

 

6.YS와 안철수

개혁적 노선에 비춰 보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말했다. 안철수 대표도 개혁노선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개혁적 노선에 비춰 보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말했다. 안철수 대표도 개혁노선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얘기는 어쩌다 지난 장미 대선 때로 돌아갔다. MB(이명박) 아바타라는 항간의 소문이 안철수의 발목을 잡은 바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일환이기도 하지만 정치 입문 초반부터 나오던 말이었다.

“완전한 네거티브다. 그런 식이면 안철수 대표는 김대중 아바타고 노무현 아바타고 이명박 아바타다. 정부가 기업인에 도와달라고 한 것을 두고 악랄하게 몰아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퇴출돼야 한다. 정치개혁이랑 사회개혁이 다른 게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람들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 근데 노선이랄까, YS(김영삼)를 닮았다고 보여진다.

“어떤 부분에서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국 사회의 근본 혁신을 이뤄낸 건 YS다.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등록 등 여러 시스템 개혁을 통해 한국 사회를 완전히 뒤집어 놨다. 하나회를 척결해서 군의 정치를 뿌리를 뽑았다. 임기 말 IMF 구제금융 때문에 굉장한 비판 속에서 보냈지만 초기 정치경제사회 개혁에 있어 YS가 이뤄낸 업적은 굉장히 크다. 안철수도 개혁을 마다하지 않는다.”

연금 개혁 얘기도 나왔다.

“연금개혁이나 연금 통합 부문은 우리 사회 노후 대책에 있어 중요한 관건이 될 거다. 직역연금 분들은 200~300만 원 받는다. 우리 국민들은 50만원 받는다. 이걸 통합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다. 경제생활도 양극화가 심한데, 노후도 양극화로 간다면,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직역연금을 없애야 하는 이유다. 지금 있는 직역연금은 국가에서 조정해 나가고, 모든 국민이 국민연금으로 들어가면 된다.”

- 재난 소득, 기본소득 어떻게 보나.

“(여권 일각에서) 재난 소득 관련해 국민들한테 100만 원씩 준다고 했지 않나. 코로나19 문제가 있어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은 여유롭다. 이분들에게 똑같이 100만 원 주는 것보다 정말로 어려운 분들에게 줘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 문제로 한계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있다. 일용직 노동자, 실업자, 자영업자 등. 실태 조사해 이분들을 위한 긴급 생계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바닥은 정말 절실하다.”

 

7.총선 後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 조순형 전 의원, 윤여준 전 장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 조순형 전 의원, 윤여준 전 장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4‧15 총선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안철수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총선에 실패하면 안철수 나름으로는 은퇴할 각오도 있을 것 같다.

“안철수 대표는 실패하지 않는다. 국민들께서 안 대표 대한 진정성을 믿어줄 거라 생각한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는 양극단의 놀이터로 만들어주지는 않을 거다. 만약 그렇게 되면 안철수식 예견처럼 21대 국회는 총칼만 안 들었을 뿐 내전 상태로 갈 거다.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봐도 알겠지만 배부른 돼지들이 더 먹으려고 싸우는 꼴이다. 우리 정치는 배부른 돼지들의 놀이터가 되면 안 된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들이 모여서 고민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지금의 정치는 너무 천박해 있다. 국민들이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기득권 전략에 국민들이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

- 안철수 은퇴는 없다는 얘기인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반드시 안철수 대표를 지켜줄 거다.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 안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변화를 촉진시키는 메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단지 메기 역할에 만족한다는 말인가. 대권의지가 과연 있나.

“대권하고 연동해 말한 것은 아니다. 기존 정치권이 너무 사익추구 집단으로 변질되다 보니 긴장 효과를 주겠다는 얘기다. 정치를 바꿔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또 사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의 지위는 국민이 부여하는 것 아닌가. 제대로 평가받고 부여받을 날이 오지 않겠나.”

- 혹자는 중도, 중간은 없다고 한다. 본인은 있다고 보는 쪽이겠다. 맞는지?

“중도는 있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현대 사회의 모순이 중층화되고 다원화돼있다. 좌나 우 하나의 관점을 갖고 풀어갈 수는 없다. 복합적인 부분이 묶여있다.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어느 한 진영에 있으면 상대방 밖에 못 본다. 제대로 보려면 중용적, 중도적 시각과 자세가 필요하다. 옛날엔 경계에 서면 개량주의자 회색주의자로 몰렸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은 경계에 서야 하는 게   맞다. 양쪽을 다 보고 판단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안철수와 그의 사람들은 실용적 중도 노선의 여정을 걸어온 셈이다. 여러 의미가 함축된 3정당으로서의 실험적 모색이었다. 국민의당 창당부터 성공, 바른미래당 실험과 분당, 제2의 국민의당 창당 등이 그렇다.

- 중도 노선으로의 길목에서 시간을 돌린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

“지나온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돌아갈 수 있다면 2016년 4월 총선 직후로 가고 싶다. 우리가 얻은 의석이 38석이었다. 많은 언론에서 돌풍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때 완벽하게 국민의당을 개혁적 정당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이 정당은 다른 정당이다. 의원‧당직자 할 것 없이 더 독하게, 정말 개혁적‧합리적으로 혁신해냈어야 했다. 그러나 리베이트 의혹 터지고, 안철수 대표도 물러나면서 기성정당이 돼버린 거다. 실질적으로 안 대표가 중심이 돼 달라지는 당의 면모를 보여줬어야 했다. 저 사람이 하니까, 저렇게 바뀌네. 정부도 한번 맡겨보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줬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났지만 아쉽고 안타깝다.”

- 안철수 본인도 국민의당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그때와 지금은 뭐가 확실히 달라진 건가.

“목표의식과 방향성에 대한 뚜렷함 책임감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적 콘텐츠를 써야 하는지, 적재적소에 뭐가 필요한지 등 이런 부분이 훨씬 강화돼 돌아왔다. 성공해내야 할 절실함이 우리에겐 있다.”

 

8.지도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총선을 통해 국민이 재평가해줄 것으로 이태규 사무총장은 전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총선을 통해 국민이 재평가해줄 것으로 이태규 사무총장은 전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화는 이태규 개인에 대한 얘기로 옮겨졌다. 그는 90년 꼬마 민주당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14대 국회에서는 조순형 의원의 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신한국당(현 미래통합당)과의 합당 과정을 거치며 MB 대선을 도왔다. 한때 친이계로도 불렸지만 오래전 일이다.

“나는 MB와 각을 지고 한 달 만에 청와대 나왔다.(17대 대선 인수위원부터 청와대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으로 들어갔지만 두 달도 안 돼 청와대를 나온 경우다.) 그때는 이상득 부회장 등 형제 세력들, 원로들이 정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때였다. 나나 지금은 고인이 된 정두언 선배 등 소장파의 개혁적 목소리는 배제돼갔다. ‘안 할래요.’ 하고 나왔고, 이후 MB와 만나거나 그랬던 적은 없다. 한 번도. 박형준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MB를 도운 것 아닌가. 실질적으로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혁적 실용주의 정권을 만들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 MB가 그 길을 가줄 거라 생각했지만 잘 안 됐다. 갈등이 많았다.”

- 조순형, MB, 안철수까지 가깝게 지켜본 자가 보는 리더로서의 평가는 또 다를 듯싶다.

“나는 27살 때인가 조순형 의원님의 비서관으로 있었다. 30대 중반 때는 윤여준 장관님의 보좌관을 하면서 정치를 배웠던 측면이 있다. 그런데 뭘 물어보려는 건지…?”

- 다들 굵직한 정치인들이다.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자로서 각각 어떤 리더들로 평가‧비교하는지 궁금하다.

“조순형 의원님은 강직하고 청빈한 선비다. 아버지로부터 정치를 배운, 인격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존경스럽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조순형 의원만큼 한다면 국민들 신뢰가 90%정도는 상승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내가 그분을 모셨을 때 그는 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반은 국회도서관에 있었다. 토요일에도 국회도서관에서 오후 3시까지 책 보다가 가고….  늘 노력하는 분이었다. (사이)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개발시대의 신화지 않나. 그 신화를 바탕으로 21세기를 맡겨보려는 바람이 불었지만, 시대 차가 너무 났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도 계속 교감을 하고 있지 않나.

“엊그저께도 뵀다. 장관께서는 청와대도 오래 있었고, 국정의 종합적인 면을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글도 정말 잘 쓰신다. 개인적으로 글 쓰는 법도 많이 배웠다. 종합적 시각들을 많이 가르쳐줬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 지도자와 함께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면서 이분 곁에 있어야 하나, 판단하나.

“지도자는 인간적으로 좋다고 해서 지도자는 아니다.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이트, 통찰력이라고 본다. TV를 보는데, 병자호란 때의 사신 최명길이 상당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인데 주역을 1000번 봤다고 하더라. 나도 주역을 봐볼까, 생각도 들었다.(웃음) 어쨌든 통찰력이란 게 천부적인 것도 있겠지만 수련 과정이 필요한 일이다. 책도 많이 읽어야 하겠다. 윤 장관님, 조순형 의원님도 공부하는 분이고, 안 대표도 책을 많이 보는 양반이다.”

스스로는 어떤 점들을 중요하게 여길까.

“특별한 건 없다. 원칙에 충실하자는 거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주의다. 누가 보더라도 동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9.제3의 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총선을 통해 국민이 재평가해줄 것으로 이태규 사무총장은 전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총선을 통해 국민이 재평가해줄 것으로 이태규 사무총장은 전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태규에 대한 수식어는 전략통, 안철수 책사 등이 따라붙고 있다. 선거에 뛰어들어 대체로 좋은 성과를 거둔 인물로도 평가된다. 2016년 국민의당 뿐 아니라 MB 대선과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활약해 승리에 기여했다.

-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조건, 나름으로 정리한 공식들이 있나.

“전략이란 것은 어떤 묘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에 묘수는 많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대적 흐름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다.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면 그 전략은 물 흐르듯이 간다. 그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

- 일관되게 지켜온 기조인가.

“그렇다.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는 클린 선거에 대한 헤게모니를 쥐고 가면 큰 문제없겠다, 이런 게 있었다. MB선거 때는 중도‧보수로 가야 한다, 수구보수로 가면 안 된다는 기조였다. 보수의 확장선을 키우고, 유연한 개혁 이미지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은 무엇인지, 기본적인 고민을 하면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다.”

- 나름의 정치 명제가 있나.

“크게 있지는 않다. 다만 윤 장관님께서 가르쳐준 것 중 하나가 ‘정치인은 측은지심이 있어야 한다.’ 잘 살고 똑똑한 사람은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 그런데 신체적으로든 가정 형편이든 경제적으로든 어려운 사람들 있지 않나. 국가나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 같은 정책을 만들더라도 동일한 상황이라면 그들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 그게 정치라고 본다. 늘 이 명제를 갖고 산다. 또 하나는 불경 얘기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마라’는 것이 내 인생의 좌우명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똑같다.

- 꼬마 민주당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택과 변화를 거쳤다. 그때마다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

“개혁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일관된 개혁의 기류를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꼬마 민주당 시절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등과 함께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나중에 DJ(김대중)가 정계은퇴를 번복했고,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장기표 선생 등 민주화 1세대들인 재야 선배들과 정치개혁 시민연합을 통해 기득권 청산 운동을 함께했다. 그때 대세가 누구였나.  이회창 전 총재였다. 정치권 입문 후 지금은 다르게 평가되고 있지만, 당시는 가장 진보적인 잡지 <말>에서도 높게 평가하는 인물이었다. 그만큼 원칙‧공정 등 이런 것에 목말라 있었던 거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었다.”

- 지금도 비슷한가.

“그럴 수도 있겠다. 안철수 현상과 비슷하지만 이회창 총재는 시대적 요구를 감당해내기에는 너무 훈련이 안 돼 있었다. 그 자리를 노무현 대통령이 갖고 갔다. 선거에서 졌다. 내가 당을 바꾼 것은 냉정하게 보면 세 번이다. 꼬마 민주당 나와  이회창 대표할 적인 한나라당(현 민주통합당), 그 당시 민주당내 김부겸 선배 등도 다 한나라당에 들어갔지 않나. 그리고 안철수 대표와 함께한 새정치민주연합까지…. 정치 변화를 위한 개혁 노선의 길이 내 신조다.”

19대 새누리당(현 민주통합당) 총선을 기점으로 이태규는 당을 떠나 안철수와 함께하게 된다. 당시 새누리당은 친이계 공천 학살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때다.

“19대 때 공천 때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친이계 중에서는 나하고, 돌아가신 정두언 선배를 제일 미워했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였다. 그 뒤 안철수와 인연이 돼 지금까지 왔다.”

말미는 다시 안철수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일부는 안 대표가 왜 왔나,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다. 오기를 바랐던 이들 중에서는 실망한 이들도 꽤 되는 듯 보인다. 물론 새롭게 기대를 거는 층들이 생긴 것도 같다. 안철수 본인도 귀국 전후 기대한 것과 현실은 다를지 모를 일이다.

- 안철수 본인은 어떨지 궁금하다. 스스로는 귀국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대표께서 강조했듯 민심이 곧 천심이다. 국민이 평가를 내려 줄 거다. 우리는 거기에 승복할 뿐이다. 부디 국민들께서  실용적 중도의 한국적 제3의 길에 대한 불씨를 살려줬으면 한다. 국가와 국민 삶, 정치 발전을 가져올 확실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바른미래당 안에 있을 때보다 좋아 보인다.” 기자가 의원실을 나오면서 한 말이다. 작은 당으로서 생존하기 빠듯하고 의원실도 비워줘야 할 처지이지만 전보다 편안한 모습도 엿보였다. 늘 내분으로 치달았던 때와 비교하면 외부와 싸우는 지금이 속은 나을 수도 있겠다. 

스스로도 그런지 웃는다.

“어렵지만 우리가 원하는 길을 가니까.”

P.S 이태규는 20대 국회에서 정치개혁 활동에 두각을 보였다는 평가다. 법안 발의 및 심사, 예산 감시 통제, 행정부 감시 등에 집중했다. NGO 국정감사 모니터단에서 4년 연속 우수의원 평가를 받았다.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당법 개혁에 주력할 방침이다. 안철수가 평소 강조해왔던 개혁안이기도 하다. 상임위를 세분화해서 소위원회 중심으로 가는 것도 일하는 국회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보고 있다. 21대 국회 개혁 과제 및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그의 설명은 꽤 길어졌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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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2020-03-23 10:55:28
꽤 긴 인터뷰 였지만 정독해서 다 읽게 되네요,, 안철수 대표와 이태규의원 이 가고자 하는 실용중도정치에 대하여 더 깊이 있게 알게되었습니다~ 국민의당 과 안철수대표 이태규 의원 모두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응원하겠습니다

이병열 2020-03-23 09:35:30
풀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이태규 의원 말이 울림이 있네요. 기자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이철호 2020-03-23 04:01:42
실용 중도정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일하는 국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소신껏 포기하지마시고 끝까지 해내시길 기원합니다 이럴때 국민은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