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이재정 “거물 심재철 있는 것도 선택의 이유…험지 탈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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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터뷰] 이재정 “거물 심재철 있는 것도 선택의 이유…험지 탈환하겠다”
  • 윤진석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3.20 14:2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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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싸움 잘하는 정치인… 당내 이재정은 또 다르다” “비례연합정당 꼼수? 미래통합당이 할 얘긴 아냐”
“정치는 자족으로 끝나선 안 돼 대의명분 생각해야” “민주당 대변인이지만 녹색당‧민중당 좋아요 눌러”
“통합당, 시스템 공천 평가할 만… 임이자 응원했다” "야당 심판론 말 나오는 것 자체가 野 반성할 일”
“총선 화두는 일하는 국회 될 것…국민 보고 있어” “김부겸 대구지역민과의 교감 두터워…자신감 있어”
“안철수, 정치도 의사 활동처럼 온몸 땀 젖었으면” “김종인 통합당? 이미지 정치 의존하는 것 지양해야”
“중도 이념 없다는 게 내 생각…민주당 가치 지켜야” “송옥주‧정춘숙 의원이나 나나 험지 탈환 목표로 출마”
“님비현상 대신 가치 지향 행복과 조화에 우선 둘 것” “재난 소득에 기본소득 개념 탑재…포퓰리즘 아닌 기본”
“다자구도 상수로 본다, 추혜선과의 단일화 고려 안 해” “외교 상상력 현실화하는 거버넌스 거간꾼이 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한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당직자로서 충실하되,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노선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외부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당 안에서의 이재정 의원의 모습이라고 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당직자로서 충실하되,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노선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외부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당 안에서의 이재정 의원의 모습이라고 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창안에서 보는 것과 바깥에서 볼 때는 또 다르다. 이재정 의원하면 센 캐릭터가 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수권 여당의 대변인을 맡고 있다. 잘나가는 당의 스피커다. 창과 방패를 동시에 들었다. 공격이나 방어도 자신의 몫이다. 때론 발언 수위가 높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초선으로서 어려울 수 있겠지만 감수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충신이겠다. 상대 당에서는 만만찮은 저격수라는 평가다.

‘싸움 잘하는 정치인.’

하지만 창안에서는 어떨까.

- 스스로 볼 때 본인은 어떤가.

“다른 사람에 비해 도드라져 보이거나 튀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도 생각한다. 여당이든 청와대든 정부를 위해 맞선 시간들이 많았다. 대중들이 볼 땐 당을 위해 싸운 사람이라고만 기억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싸워왔던 이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를 거다. 당 안에서의 이재정은 보다 진보적인 논제들을 올리려고 노력했다. 이런 모습들을 외부적으로 보이지 않게 한 것은 내가 당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직에 있지 않았더라면 다른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을까싶다.”

진보정치인으로서, 정당 정치인으로서, 의회 정치인으로서의 소신과 고심 사이의 행간이 읽혀졌다. 인터뷰는(12일)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찬반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할 무렵 진행됐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졌다.

<현안>

- 비례연합정당을 두고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당장 미래통합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당내 의견도 분분했다.

“민주적 질서를 어지럽히는 미래통합당이 할 얘기는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당초 선거법 취지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씁쓸하다. 결국은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 결과에 주안점을 두느냐, 총선 승리와 이루려는 가치를 구현해내는 데 집중하느냐, 아니면 과정으로서의 태도에 의의를 두느냐, 결국은 전략적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통해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만 자족하자고, 나만 대의명분에 마땅한 길을 간다고 해서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다.”

- 당을 위한 선택 혹은 개인 소신 중 선택한다면?

“직을 갖고 있을 때는 당 입장에 선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말도 뒤따라왔다.
 

이재정 의원은 비례정당 창당 문제는 전략적 문제라고 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정 의원은 비례정당 창당 문제는 전략적 문제라고 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비례정당 창당에 대한 입장 관련) 아까 전략적 문제라고 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그런데 전략적으로 과연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과연 비례정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가 훨씬 더 국민의 요구를 담은 확장적 결과를 낳을 것인지, 아니면 지향하는 가치를 고수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지…. 쉽게 속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당원과 함께 결정된 사항이라면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실제 지지자들 중에서도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을 것 같다. 이 의원은 공감하면서도 “흔히 공학적 시뮬레이션 예측은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미래통합당의 꼼수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궁극은 어느 전략이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낼 수 있는 책임 있는 정치 주체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서도 선거 의석수로 진다면, 오롯이 당의 책임이다. 비례정당을 창당한 뒤의 책임도 마찬가지다. 과정도 결과도 온전히 당이 지고 갈 몫이다.”

- 이해찬 대표는 소수당의 반발 관련 앞 순위를 배정하는 것으로 해법을 마련했다. 문제는 합의가 돼도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통과한 이들의 반발도 나올 수 있는 노릇이다.

“안 그래도 걱정이 돼 멘티인 최해영 교수와 통화도 했다. ‘걱정하지 않는다.’ 다른 분들도 그렇고, 의외로 담담하더라. 이분들의 모습이 우리 당이 이번 문제를 대하면서 취해야 할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 소수당과 함께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민주당 대변인이지만 녹색당이나 민중당 활동보고 좋아요, 생각하면 SNS 통해서라도 좋아요 누른다. 단순히 인간관계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서 누른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민중당의 한 후보는 (미래통합당의) 권영진 시장에 대해 응원도 하고, 비판도 한다. 정쟁을 떠난 강한 목소리들이 좋다. 당초 우리 당 의석수가 줄어도 연동형비례제를 지지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다채로운 국회의 모습이 되면 좋겠다.”

- 미래통합당 활동 중 마음에 드는 것은 뭔가.

“내가 (미래통합당의) 임이자 의원한테 그랬다. ‘단수공천 파이팅!’(웃음) 단수공천 받았으면 좋겠다고, 정말 멋질 거라고 했다. 임 의원이 ‘나랑 맨 날 싸우면서 왜 그러느냐’고 웃더라. 다 떠나서 김재원이라는 구력의 정치인 대신 초선인 임 의원이라는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그 역시 미래지향적이라고 봤다. (임 의원을)응원했고 받아서 기뻤다.”

임 의원은 한국노총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이다. 통합당은 대표 친박 김재원 의원을 컷오프하고, 임 의원을 경북상주군위의성청송에 단수 공천했다.

“정량적 평가로 매길 수 없는 시스템 공천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험지출마 고생 등 수고스러움을 반영 못해 컷오프 해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존하는 사례도 있지 않나. 시스템 공천의 한계로 지목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치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넘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시스템 공천만 놓고 보면 단호함이라고 할까, 가치지향 면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앞선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우는 시스템 공천을 천명했지만, 여성의원일지라도 다 경선했다. 여성우대 같은 것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면 통합당은 여성의원들 경우 전략공천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이나 청년우대 시스템이 실제 어떤 결과로 잘 구현될지는 지켜봐야겠다.”
 

야당심판론, 일하는 국회에 이재정 의원은 방점을 찍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야당심판론, 일하는 국회에 이재정 의원은 방점을 찍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총선 프레임>

이 의원은 민주당 대변인이자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부원장을 맡고 있다. 당 전략에도 적극 참여 중에 있다. 야당에서는 이번 총선이 코로나19 심판이 될 거라고 한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등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잘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 민주당에서 볼 때는 야당이 제기하는 코로나 심판, 경제 심판, 정권 심판론을 경계할 것 같다. 어떻게 타파해야 한다고 보나.

“프레임 전쟁은 단순하다. 프레임을 짜놓은 쪽으로 가서 싸우면 진다. ‘야당 심판이 아니라 여당 심판이야’ 이런 얘기가 등장한 것 자체가 야당 스스로의 핸디캡을 방증하는 거다. 원래는 대선 이후 2년 뒤 치러지는 중간 선거라면, 심판의 대상이 여권을 향하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현실은 야당 심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존하고 있다. 야당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천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주도한 5인 자르고, 탄핵의 원인이 된 친박 세력 둘 다 잘랐으니 공평하다? 안이한 생각이다. 그러니 야당 심판론이 등장할 수밖에. 이미 프레임 안에서 허덕이고 마는 것이다. 우리로서야 선거 전략적으론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정치발전을 생각하면 그렇다.”

자연스레 야당 심판론으로 화제가 돌려진 듯했다.

- 이번 선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도가 있다면 뭔가.

“시기별로 거시적 화두가 있다. 2010년부터 2012년은 보편적 복지, 2016년은 경제민주화였다. 이번 선거는 뭐가 화두일까, 일하는 국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회 하면, 예전에는 싸우는 국회가 문제였다. 동물국회에 염증을 내는 목소리들이 컸다. 이번엔 논쟁 지점이 묘하게 옮겨졌다. 싸우고 안 싸우고를 넘어서 일하지 않았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누가 더 일했느냐, 누가 더 일할 수 있느냐. 어차피 정치권은 쟁점 갖고 싸울 수밖에 없는 곳이다. 국민은 싸우면서 일하는 사람을 바란다. 각자의 비전 제시는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실현할 능력을 더 중요히 볼 거라고 생각한다. 구도를 떠나, 국민이 이미 그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 코로나19 정국은 대구 봉쇄 발언 등 여당에 유리한 국면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구에서 출마하는 김부겸 의원은 힘이 빠질 듯도 싶다.

“김부겸 의원은 양쪽에서 쓴소리를 들을 수도 할 수도 있는 분이다. 유세 중 쓴소리 영상이 회자된 적이 있는데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지역민과의 교감이나 애정, 유대감이 두터운 분이다. 당내 소신 발언도 김부겸 의원이니까 가능한 부분이 있다. 과장되지 않고 솔직한 표현들, 정치적 언어로 회피하지 않는다.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대통령에 힘 실어줄 것은 실어주고, 소모적인 비난에는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분이다. 지역과 당 안팎으로 소통과 교감, 신뢰가 두터운 분이다.”

이 의원은 대구가 고향이다.

“어머니가 신천지 빌딩 바로 뒤에 산다. 지금은 아기 보러 (서울로) 올라왔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내려간다. 이번에 약을 타야 하는데, 병원에서 오지 말라고 하더라. 동생, 친척이 모두 대구에 있다. 어떤 손이라도 보태고 싶은데, 어쭙잖은 열정만으로 내려갈 수 없지 않나. 교차적인 마음이다. 우리 정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 90넘은 외할머니도 나를 예뻐하지만 당은 미래통합당을 지지한다.(웃음) 대구라는 공간과 정치적 프레임 안에서 서로 왜곡해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장애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재정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사 안철수처럼 온몸이 땀에 젖은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정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사 안철수처럼 온몸이 땀에 젖은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현 민주통합당)을 심판하겠다고 했다. 이번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정권 심판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요즘 ‘의사 안철수’로 화제다. 민주당 입장에서 여러 생각이 들 것 같다.

“책을 볼 때 나는 평소 생각과 맞아떨어질 때 줄을 긋는 편이다. 인터넷 댓글을 보다, 눈으로나마 줄을 긋고 싶은 적이 있었다. 안 전 대표에 대한 글이었다. ‘의사 가운 입고 땀에 푹 젖은 모습이 지금까지의 안철수 모습 중 가장 멋있다’는 댓글이었다. 나는 그분의 지향점 등에 상관없이 존경한다. 그렇지만 묻고 싶다. 정치를 함에 있어 온몸이 땀에 젖을 만큼 투신한 적이 있는지, 누굴 관찰하듯 코멘트 하는 것을 넘어 땀이 흥건하게 배일 정도로 정치를 한 적이 있는지 말이다. 의사가운 입었을 때와 같은 모습을 정치에서는 못 본 것 같아 아쉽다. 어찌 보면 그분은 우리당과 미래통합당의 중간에 있다. 앞으로는 관찰자기 되기보다 정치에 과감히 뛰어들어 욕도 실컷 먹어봤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눈물 나는 지지도 받았으면 싶다. 땀 밴 안철수의 정치를 보고 싶다.”

인터뷰는 미래통합당을 둘러싸고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가 무성할 때 진행됐다. 이 의원은 “정말 갈까요?”반문했다.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봤다. 수일이 지나 이 전망은 맞아떨어졌다. 김 전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고사했다. 그렇지만 인터뷰 당일은 상당수 진척돼간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였다.

-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는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의원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반대다. 민주당은 비판하고, 통합당에 기운 모습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꽤 곤란할 것 같다.

“앞으로의 정치는 외부 영입인사, 새 피 수혈, 이미지, 상징에 의존하는 정치가 아니길 바란다. 이런 것들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 정치 어느 한 면의 부재가 있다는 증거 아닐까.”

이 의원은 화제를 전환했다.

“당에서 키운 정치인, 묵묵히 정치를 고민해왔던 사람들이 소외되는 현상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리더십마저 외부에서 이미지만 차용해 활용한다? 씁쓸한 일이다. 김 전 의원은 갈등 상황을 조율하거나 자신에 대한 비판을 애정으로 바꿔가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현실 정치를 한 분이 아니다. 어느 당 할 것 없이 ‘이때’만 등장하는 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이 자랑스럽다. 작은 단위의 행정 정치에서부터 위기를 극복하고 검증받은 대선주자들부터 선거 중책을 맡을 이들이 많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 근래 미래통합당을 보면 그래도 지지율이 오르는 분위기다. 중도층 표심을 일정정도 잡아간다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은 어떤가. 중도를 잡기 위한 노력은 있나?

“난 예전부터 생각한 게 있다. ‘중도 이념은 없다.’ 가치라고 하면 보수, 진보 둘 중 하나다. 중도는 분야별 소프트 이슈에 등장한다. 외교국방은 보수, 인권 가치는 진보 등 어떤 이슈에만 적극적으로 등장하는 세력이 중도다. 중도층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해서 좌클릭, 우클 릭 한다고 잡혀지는 게 아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보다 이런 저런 가치에 귀기울여주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언더독이든 밴드웨건 효과든, 애매한 공약을 내놓는 것보다 민주당의 가치를 안정감 있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랬을 때 산토끼도 잡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재정 의원은 안양에서 오래 살았다. 1기 신도시의 안양이 낡음을 벗고 가치 지향적 발전의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정 의원은 안양에서 오래 살았다. 1기 신도시의 안양이 낡음을 벗고 가치 지향적 발전의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안양동안을>

이 의원의 삶의 터전은 경기도 안양이다.  4‧15 총선도 안양동안구을에 출마한다. 민주당은 이 의원(동안을)을 필두로 강득구(만안구), 민병덕(동안구갑) 후보와 함께 안양 벨트 출마를 전략화하고 있다. 20대 국회 비례대표 초선인 이 의원으로서는 이번이 첫 지역구 도전이다. 상대는 이 지역에서만 5선 관록의 저력을 보인 미래통합당의 심재철 원내대표다.

-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 이 지역을 택한 이유는?

“처음부터 지역구 도전을 염두에 뒀지만 결정한지는 한 달 정도 됐다. 오랫동안 내가 살던 곳이었고, 지역위원장으로 있던 곳이다. 특히 출마한다면 당 입장에서 험지라고 생각하는 곳, 미래통합당이 승승장구했던 곳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그게 덜 죄송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례대표로서 나는 여러 활동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역 정치를 함에 있어 나름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안양동안을이 거물급의 심재철 원내대표가 있는 것도 선택적 요소였다. 송옥주‧정춘숙 의원이나 나나 소위 말하는 험지 탈환을 목적으로 경선 치르고 본선 후보로 확정했다. 함께 조금이라도 당 세력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잇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당내 같은 비례대표 출신인 정춘숙 의원은 경기용인병에, 송옥주 의원은 본선을 뚫고 화성갑에 출마하게 됐다.

- 지역 여론조사에서 보면 기대해볼 만한 것도 같은데.

“여론조사만큼 무서운 게 없는 것 같다. 나는 당의 지지가 좋을 때 의원했다. 대선에서도 승리하고, 당 지지율도 높았다. 그래서 더 두려운 것 같다. 정치 선배들이 지지율 믿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말해줬다. 경계심을 갖게 되니까 지지율이 좋았을 때 한 번도 벅차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어, 그래?’ 하고 만다. 긴장감이 학습된 거다. 지역에서도 어떨 때는 두 자릿수 앞서고 해도 ‘승기 잡았어’하는 느낌이 없다.  무당층은 어떻고 변수는 뭐지? 그걸 찾는데 더 주목한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이 의원은 원내 입성한 20대 총선은 민주당이 괄목할만한 선전을 거둔 선거였다. 이후 민주당은 장미 대선, 6‧13 지방선거까지 4연승할 정도로 탄탄대로였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한때 80%를 넘어섰다. 40% 박스권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만큼 두터운 콘크리트 지지를 자랑하고 있다.

- 동안을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지역주민으로서 또 워킹맘으로서 보면 평소 생각한 숙원 사업들도 남다를 것 같다.

“안양은 강남 서초 등과 출퇴근하기 좋다. 살기 좋은 도시다. 1기 신도시가 된 지 30년이 지났다. 노후화됐다. 다시 비전이나 새 발전 계획을 제시해야 할 때다. 이 지역을 처음 선택했을 때를 생각한다. 살기 좋다고 생각한 것이 높은 빌딩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가치와 삶의 방식을 풍요롭게 채우는 질적인 제2의 도약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마 (안양)시장과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웃음) 성과 지표도 좋지만, 거주민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가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 장차 N기 신도시 관점에서 보면 1기 신도시는 다른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역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 청사진은 뭔가.

“1년 반 동안 지역위원장 있으면서 예산 따온다고 플래카드 붙이는 것보다 실제 일을 진척시켜나가는 데 주력했던 것 같다. 아마도 시청 공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의원이 아니었나 싶다.(웃음) ‘이런 (부처)예산이 있는데, 시에서는 이렇게 해봐라. 나도 고민하겠다’며 부처와 연계해 지방 도시 계획을 세워보자는 건데 잘 없던 방식이었는지 익숙지 않았던 것도 같다. 나는 주로 국가의 효율적 발전 계획 안에서 안양 발전을 고민해왔다. 지역 발전이 국가적 발전과 맞닿아야 실제 일도 잘 진행되더라. 일하는 나도 신이 난다. 소위 님비현상이라고 있지 않나. 우리 지역에 안양교도소가 있다. 막연히 ‘이전해주세요’한다고 ‘네. 이전 하겠습니다’ 하지 않는다. 교정시설에 대한 문제, 제소자 인권 문제, 우선순위 문제 등 전체 계획을 봐야 어떻게 이전되고 조정되는 게 맞는지 답이 나온다. ‘우리 지역 빼주세요. 딴 데 주세요’ 한다고 정부가 오케이하나?  대안을 제시해야 설득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는 후보자들의 구호에 불과하다. 교도소라는 공적 기능에 부합하고, 재소자든 공무원이든 그들 입장에서 납득가능한 수준의 조정이 돼야 풀린다. 안양 시민이 뽑아줄 때는 국가 일을 하라고 뽑아주는 것일 게다. 두 이익이 따로 있지 않은 지점에서의 내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이 과하다는 야당의 비판에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면 국민이 먼저 알아본다고 이재정 의원은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재인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이 과하다는 야당의 비판에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면 국민이 먼저 알아본다고 이재정 의원은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심 원내대표는 문 정부가 포퓰리즘 정부라고 비판해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는 정치 세력, 정치인의 성숙도를 넘어서 있다.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면 국민이 먼저 알아본다. 기본소득이 이른 듯해도 재난소득 얘기할 때 그 개념이 탑재돼 있다. 재난을 겪으면서 국민은 당연히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개념을 갖기 시작한 거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기본소득 논지를 두고 국민은 더 이상 그것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선포한 것은 그것이 국가 책임이기 때문이다.”

- 정의당에서는 추혜선 의원이 출마한다. 총선 후반부로 단일화 고민도 들 것 같다. 여지가 있는 건가.

“나는 일대일 구도가 깨져가는 것을 당연한 상수로 보고 지역 활동을 해왔다. 여론조사를 믿어서는 안 되지만 추이를 분석하는 데는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난 선거 추이나, 현 여론조사 지형을 보면 선거연대? 단일화 연대? 상수가 될 수 없다. 20대 국회가 다당제로 이뤄졌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정당화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다자구도 선거 구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 등 다당제를 전제로 지역 활동을 해왔다. 주민도 그런 선거 구도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것 같다.  이재정이라는 초선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구태정치와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스펙트럼 안에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거쳐 후반기에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약했다.

- 특히 소방관들의 숙원인 국가직 전환에 기여해 안전업계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꼭 관철시키고 싶은 법안은.

“내게는 표현의 자유 변호사라는 네이밍이 있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모욕죄로 고소해도 맞고소 한번 안했다. 잘못된 기사 보도에도 형사고소를 일절 안 했다. 급진적 표현주의자였다.(웃음) 의정활동을 하면서 안전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었다. 소방관 국가직화는 내 보람이었다.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 이슈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 상임위는 외교통일위원회에 관심이 있다. 지난해 미 하원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담은 법안이 통과된 적이 있었다. 내가 일조해 얻어낸 성과였다. 국회 지원이 아닌 학계와 결합한 외교 활동이었다.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제일 먼저 미 대사관에 알려준 것도 나다.(웃음) 워싱턴에서도 내 소식이 더 빨랐을 정도다. 이제 민관은 떨어져 있는 개념이 아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국회, 시민과 학계가 모두 결합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들이 그 역할을 하리라 본다. 예전엔 형식적 외교에 그쳤다. 나는 미국 의원 만나 사진 찍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보좌관하고 밥 먹으면서 실무적 대화를 나눴다. 그 보좌진이 자신의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데는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 한반도 종전 결의안은 그렇게 성사됐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못한 일이다. 외교의 상상력은 이미 민간 학계에서 다 이뤄지고 있다. 공적 자원만 결합되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직된 상황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역할의 거간꾼이고 싶다. 주역이 아니어도 좋다.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이재정 의원은 정치가 자랑스러워지도록 정치일꾼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정 의원은 정치가 자랑스러워지도록 정치일꾼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진보 정치인>

조국 정국 이후 진보 진영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꽤 들려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부터 참여연대나 이 의원이 활동했던 민변 일각에서도 부조리를 지적하는 일침들이 나온 바 있다. 이 의원으로서도 내심 뼈아픈 일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74년생인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샌드위치 세대이자 문화적 표현의 자유에 익숙한 엑스세대다. 그 세대 대표 정치인으로서의 국회를 경험한 관점도 또 다를 듯싶었다.

막바지다. 겸사겸사 정치가로서의 소신, 꿈을 물었다.

“정치하고 싶게 만드는 정치인이고 싶다. ‘내가 해도 이재정보다 낫겠는데?’ 그런 부정적 개념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재정이 하는 거 보니까 나도 하고 싶어.’ ‘정치가 딴 나라 얘기가 아니라, 나도 의원 되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데?’ 자기를 의사당 자리에 올려놓고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정치적 여건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싶다. 요즘 고등학교 강연 가서 ‘국회의원이 꿈인 사람 손들라’고 하면 다들 머쓱해한다. ‘나는 평생 소방관으로 살아서 자랑스러워’, ‘교사로 살아서 자랑스러워’라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나. ‘국회의원이어서 자랑스러워?’ 현실은 ‘얘가 약 먹었나?’하고 말 거다. 정치가로서의 꿈이 자랑스러울 수 있고, 계속 꿈꿀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런 풍토를 만들어주려면 나부터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정치일꾼으로서 노력하겠다.”

p.s. 여느 의원실과 달리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진 이재정 의원실. 벽면에서는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듯 한 편지 문구들이 붙여져 있다. 안에서의 이 의원은 여전사, 투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바쁜 나머지 깜빡하고 카드대금을 내지 못해 연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워킹맘으로서의 고충도 엿보였다. 곤란한 질문을 풀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부드럽게 비껴가고, 장점으로 전환했다.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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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0-03-29 00:25:18
내가 왜 이런당은 20년간 지지해왔는지 나자신 한심함. 이제 정신차려지네...

도깨비 2020-03-22 22:16:32
선한 모습은 없고 독 끼가 가득하구나

배주곤 2020-03-21 11:28:26
조삼모사한 이런 분은 지역 유권자들이 모두 알고 있을 거라 봅니다. 포장지가 좋아도 내용물이 나쁘면 쓸모가 없다.

태은주 2020-03-20 14:38:51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