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매치①] 우상호 vs 이성헌…“외나무다리서 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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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매치①] 우상호 vs 이성헌…“외나무다리서 또 만났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3.1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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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우상호 vs YS계 이성헌
물갈이 비켜간 6번째 맞대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0대 총선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던 이들이 4년 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다. ⓒ시사오늘
제20대 총선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던 이들이 4년 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다. ⓒ시사오늘

2016년 1월. 프로듀스 101이 처음으로 방송됐다. 2월. 삼성은 갤럭시S7을 발표했다.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 간 특별 대국이 치러졌다. 5월.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9월. 애플이 아이폰7을 공개했다. 그리고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0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0년. 프로듀스 101 PD는 소속사들로부터 접대를 받고 투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 기소됐다. 삼성은 갤럭시S20을, 애플은 아이폰11을 발매했으며 알파고는 13전 12승 1패라는 공식 전적을 남기고 바둑계에서 은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된 후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4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꿨다. 심지어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2016년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던 이들이 4년 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는 뉴스가 당연해질 만큼 긴 세월 동안, 그들은 어떻게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리턴매치(return match)’라는 평범한 표현 속에 숨겨진 그들의 ‘비밀’을 <시사오늘>이 추적해 봤다.

4·15 총선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미래통합당 이성헌 전 의원이 여섯 번째 대결을 펼친다. ⓒ뉴시스
4·15 총선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미래통합당 이성헌 전 의원이 여섯 번째 대결을 펼친다. ⓒ뉴시스

6번째 만남…우상호 vs 이성헌

“경쟁 상대지만 정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참 질긴 인연이다.” (미래통합당 이성헌 전 의원)

또 만났다. 4·15 총선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미래통합당 이성헌 전 의원이 여섯 번째 대결을 펼친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격돌한 두 사람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서로가 서로를 상대했다. 말 그대로 ‘정이 들 만큼 질긴 인연’이다.

똑같은 지역구에서 똑같은 후보들이 여섯 번이나 맞붙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공천 때마다 ‘정치적 학살’이 일어나고, ‘물갈이’가 미덕(美德)으로 여겨지는 한국 정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 사이에 정권 교체가 두 번이나 이뤄졌으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2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들의 경쟁력을 방증(傍證)한다. 연세대학교 81학번 동문이자 학생회장 출신(이 전 의원 1983년, 우 의원 1987년)인 두 사람은 매 선거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제20대 총선을 제외하면, 득표율 차이가 두 자릿수로 벌어진 사례가 없었을 정도다.

실제로 2000년 제16대 총선부터 2012년 제19대 총선까지 우 의원과 이 전 의원은 득표수 차 1만 표 이내의 접전을 펼쳤다. 제16·18대 총선에서는 이 전 의원이 각각 1364표, 5278표 차로 이겼고, 제17·19대 총선에서는 우 의원이 1899표, 6499표 차 승리를 가져갔다. 그야말로 박빙(薄氷)의 승부였던 셈이다.

다만 경쟁력의 근원은 다르다. 우 의원의 경우, ‘386 운동권’의 일원으로서 민주당 주류(主流)의 길을 걸어왔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거 진입하며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 386 운동권이 노무현 정권 탄생과 2004년 제17대 총선을 거치며 정치권의 핵심 세력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우 의원은 어렵지 않게 중앙정치 무대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었다. 대변인만 8번을 지냈고, 2016년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2018년에는 6·13 지방선거에 나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 4선에 성공한다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관측한다. 이처럼 중앙정치에서 활약하는 ‘큰 정치인’ 이미지가 우 의원의 최대 강점이다.

우 의원 본인도 12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제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가 됐을 때,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여야 의원들을 끝까지 설득해 헌법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탄핵과 정권교체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 ‘우상호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앞으로는 합리적 의회정치문화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평화번영의 기틀을 놓는데 힘을 쏟겠다”며 ‘큰 정치’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이 전 의원은 ‘현장 밀착형’에 가깝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웠지만, ‘보수 정당의 호남 출신 정치인’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그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전 의원은 ‘상도동계’라는 타이틀에 비해 국민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그가 서대문갑에서 여섯 번 연속 공천권을 쥘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지역 활동’ 덕분이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지역 현안에 밝고 주민들과의 소통에 힘을 쏟는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전언이다. 이 전 의원 역시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이룬 업적으로 홍제천 복원, 독립문 공원 정비, 안산 둘레길 조성 등의 지역 사업을 꼽는다.

그는 12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명지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저는 서대문구가 제 고향이고 뼈를 묻을 곳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게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한눈팔지 않고 서대문구의 발전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건히 지키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먼저 우 의원은 ‘국정 안정론’을 내세운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패배한다면 정쟁의 악순환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암담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한 단계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꼭 승리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전 의원은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좌파정권이 다시 권력을 연장하고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다면 이들은 필시 개헌을 하고 사회주의 체제로 나아가려 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된 나라를 만들려면 통합당이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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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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