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오늘] 아베 퇴임에 日 우익 교과서도 퇴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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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늘] 아베 퇴임에 日 우익 교과서도 퇴출… 이유는?
  • 정인영 기자
  • 승인 2020.09.2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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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수정’ 강조하던 아베 퇴임에 日 지자체, 교과서 변경 물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인영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퇴임함에 따라 우익 사관을 옹호하는 성향의 출판사 ‘이쿠호샤’의 교과서가 일본 교육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이쿠호샤’의 교과서는 2011년 처음 채택된 이후 보수계의 지지를 받아 다수의 중학교에서 사용돼 왔으나, 내년부터는 다른 교과서로 바꾸겠다는 지자체가 많아져 채택률이 급감하고 있다.

2021년부터 4년간 사용될 일본의 공립 중학교 교과서 선정 결과 이쿠호샤의 교재 채택률은 역사 1%, 공민(일반사회) 0.4%로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채택률이 역사 6.4%, 공민 5.8%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쿠호샤의 교과서들은 2011년 처음 채택된 이후로 끊임없이 ‘우익 교과서’라는 평을 받아왔다.

이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국권침탈에 대해 ‘식민지’라는 단어를 배제하고 “러시아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고 묘사하고 있다. 또한 다른 교과서와 비교할 때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한 설명이 짧고, 그 배경이 된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공민 교과서 역시 헌법 제정 경위에 대해 일반 교과서와는 다르게 설명하며, 역대 일왕들의 사진이 다수 게재돼 있다.

따라서 이 교과서는 일본 내에서도 침략 전쟁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우익 사관을 주입시킨다”, “내용이 편향돼 있으며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러한 이쿠호샤 교과서의 채택률이 급감한 것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 퇴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전 총리는 1997년 자민당 우익 의원들이 결성한 ‘일본의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들의 모임’에 사무국장으로 취임한 이후 모임의 중심 멤버로 활약하며 총리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우익 교과서의 채택을 일관되게 뒷받침해왔다.

또한 2011년 이쿠호샤 교과서 출판 기념 행사에 참석해 “60년 만에 교육 기본법을 개정한 것은 나의 자랑거리이며, 이 법의 근거인 교과서는 이쿠호샤라고 확신한다”고 연설한 바 있다.

이어 교육 현장에서 교원들의 평가가 가장 높은 교과서 출판사 ‘도쿄 서적’에 대해서는 “상식으로부터 벗어난 교과서”라고 평가하며 “이쿠호샤의 채택을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이러한 아베 전 총리의 행적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가 전국 각지의 보수단체장를 자극해 교과서 채택을 하도록 강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교과서 채택은 각 지자체의 교육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지금까지 이쿠호샤의 교과서를 채택한 지자체들 중에서는 ‘우익 성향’의 보수 정치인들이 임의로 교육장과 교육위원을 임명해 아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 교원 및 학생들의 평가가 저조하더라도 이쿠호샤의 교과서 채택을 강행하거나, 애초에 교과서 채택 관련 논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지자체도 존재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아베 전 총리의 헌법 개정 시도가 비판을 받으며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쿠호샤의 교과서 채택을 강행하는 극단적 보수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9월 아베 전 총리가 갑작스레 퇴임 발표를 함과 동시에 그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지자체가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교원들의 평가가 높은 교과서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새롭게 이쿠호샤의 교과서를 채택하겠다고 나선 지자체는 아베 총리의 전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의 시모노세키 뿐이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편 새로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 역시 교과서 수정 모임의 일원으로, 개헌과 교육기본법 개정을 주장하는 보수단체의 부회장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우익 교과서 반대 운동을 해 온 시민단체들은 “교과서 검정 기준이나 채택 과정의 민주화를 더욱 밀어붙이지 않으면 우익 교과서가 다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담당업무 : 국제뉴스(일본)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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