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송 LG화학, 로비 비용으로 32만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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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송 LG화학, 로비 비용으로 32만불 썼다
  • 방글 기자
  • 승인 2020.11.2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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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결정 지지해달라”…백악관에도 로비
전자담배 소송 관련 로비도 13만불 넘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미국 ITC에서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이 로비스트 비용으로 31만1000달러(한화 3억5000만 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오늘 이근
미국 ITC에서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이 로비스트 비용으로 31만1000달러(한화 3억5000만 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오늘 이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서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이 로비스트 비용으로 31만1000달러(한화 3억5000만 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5만6666달러(1억7500만 원)이 ITC 소송을 위해 쓰였고, 13만5000달러(1억5000만 원)은 전자담배 관련 문제로 집행됐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직접 나서 로비하지 않다 지난달 22일에서야 ‘등록’했다.

23일 로비자금을 공개하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4월부터 이달 1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백악관과 미국 상원 의원, 미국 하원 의원 등에 3억5000만 원 규모 로비 활동을 벌였다.

특히 가장 최근에는 미국 ITC의 조기 판결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백악관에도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CGCN그룹에 4만1666달러(5000만 원)를 로비하고, 그 이유를 ‘백악관과 행정부 관리들이 ITC 결정을 지지하도록 교육해달라’고 명시한 것.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이 LG화학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SK이노베이션에 묻는 ITC의 결정을 지지하도록 백악관과 행정부 관리들을 교육해달라”고 적었다.

CGCN그룹은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회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백악관 에너지정책 보좌관에 CGCN그룹 로비스트인 마이클 카탄자로를 발탁했다. 부패 척결과 로비스트 퇴출을 외치던 트럼프가 백악관 에너지정책 보좌관에 로비스트를 발탁하면서 문제가 됐다. LG화학은 이 로비 업체를 이용,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주변인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 외의 로비 이유로는 △무역법과 △에너지 부문의 제조 제품에 대한 영업 비밀에 관한 규정 △리튬이온 배터리셀의 수입과 유통을 지배하는 연방 규제 정책 등을 거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로비활동은 합법”이라며 “3M 시절부터 미국서 다양한 소송전을 경험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승소를 위해 로비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도 뒤늦게 로비 활동을 벌이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판결을 2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로비금을 내지 않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미국 ITC의 조기 판결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백악관에도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오늘
LG화학은 미국 ITC의 조기 판결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백악관에도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오늘

지난해에는 주로 전자담배 문제로 로비가 진행됐다.

LG화학은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 문제로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올라프 에릭슨(Olaf Erikse)씨가 LG화학과 미국 유통사 ECX, ECX IMPORT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LG화학 측은 "배터리 셀 불법 유통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로비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최종판결 앞두고 로비업체 다양해져
‘로비 본산’ K스트리트 멤버 모였다

올해 들어서는 로비하는 업체가 다양해졌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소송 중인 ITC 최종판결이 예정돼 있던 10월부터는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열흘 간격으로 로비활동이 계속됐다.

로비업체에는 △전자담배 소송으로 로비하고 있는 POTOMAC법무법인을 포함해 △공식 법률대리인이던 덴튼스(Dentons) △대형로펌 에이킨 검프 스트라우스 호이어&펠드(Akin Gump Strauss Hauer & Feld LLP‧이하 에이킨 검프) △로비업체 CGCN그룹 등이 추가됐다.

에이킨 검프와 CGCN그룹은 ‘K스트리트’의 주요 멤버다. K스트리트는 워싱턴 백악관 북쪽에 있는 도로로, 10조 원 규모 로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로비업계 본산이다. 에이킨 검프는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이 대선 캠페인에서 이 회사의 로비스트들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내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력을 키우기 위해 에이킨 검프와 인연을 맺었다.

CGCN은 월풀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청원을 ITC에 제기했을 때, 도움을 줬던 곳이다. CGCN은 월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보잉, 21세기 폭스사, 마스터카드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LG화학 측은 "POTOMAC 법인은 전자담배 관련 이슈로 진행된 것이고, 에이킨 검프 역시 ITC 소송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미국법에 맞게 대응 vs 국내 정서상 이미지 타격 불가피"
韓기업 다툼에 美정치인·로비스트만 배불려…"사업에 집중을"

LG화학의 로비를 바라보는 시각도 나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정서상 LG화학이 로비했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미국법을 잘 알고 합법적인 수준에서 소송이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정서상 국내 다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정치인에 로비했다는 것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면서 득을 보는 것은 미국 정치인과 워싱턴의 로비스트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소송에 쓴 비용만 4500억 원”이라며 “미국에서 로비 활동이 합법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소송을 위해 어마어마한 자금이 외국으로 흘러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인 배불리기를 멈추고,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한국 배터리 업계가 주도할 수 있도록 사업 본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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