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깜깜이’ 오피스텔 계약률, 전면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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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깜깜이’ 오피스텔 계약률, 전면 공개해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23 13: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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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오피스텔 100만 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전국 총 오피스텔 물량은 94만2000호 가량으로 집계됐다. 최근 오피스텔 분양과 준공 추이를 감안하면 올해 중 오피스텔 100만 호 시대가 열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 아파트 대비 낮은 가격 진입장벽,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규제 반사이익 등으로 오피스텔에 대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함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을 아파트 대체 상품인 '아파텔'로 집중 홍보하며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선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거주용으로도, 투자용으로도 오피스텔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오피스텔 분양시장은 수요자들에게 여전히 불친절한 실정이다. '임대 보장', '수익 보장' 등 공급자들의 허위·과대광고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피해는 수요자가 감내해야 한다. 계약취소는 아예 언감생심이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에 신고를 해도 대부분 시정명령 수준에 그친다. 무엇보다 불친절한 건 계약률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달 공개하는 미분양 아파트 현황을 통해 어느 단지에서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파악할수 있는 반면, 오피스텔은 계약률이 수요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오로지 건설사 등 공급자만 알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발표되긴 하지만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 유무와 무관하게 청약 접수를 할 수 있어 허수가 많고, 최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계약 과정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실제 계약률과 괴리가 크다. 그리고 공급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악용'한다.

대표적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지난해 12월 청약 접수 당시 2669실에 총 2만7027명이 몰려 평균 1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분양가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대거 계약 포기·해지에 나서면서 현재까지도 악성 미계약 물량이 상당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계약금 1000만 원만 내면 계약서가 발행된다'는 홍보 문자를 돌릴 정도다. 계약률은 '깜깜이'다. 수요자로 가장해 분양 관계자들에게 문의하면 '아직 인기가 많은 고층 물량도 남았다. 일단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시라', '마감이 임박하긴 했는데 좋은 동호수가 많다' 등 답이 돌아온다. 반면,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에 들어가면 '계약률은 공개할 수 없다', '일부 저층 세대만 남았다', '회사보유분은 없다' 등 무의미한 답변 일색이다. 이밖에도 '신길AK푸르지오',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등도 청약 경쟁률이 무척 높았으나 미계약 물량이 대거 발생해 이목을 끈 바 있다.

계약률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주택, 분양권 등 구매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마땅히 기본적으로 공개돼야 할 통계다. 인기 단지인지, 비인기 단지인지 가장 분명하게 확인 가능한 기준이며, 수요자들의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표다. 선(先)시공 후(後)분양이 아닌 선분양 후시공 제도가 자리잡은 우리나라인지라 더욱 그렇다. 특히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비 분양가 자체가 높게 책정되는 데다, 전매 제한 규제가 덜한 주거 상품이어서 사전에 계약률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계약에 나설 시 심각한 재산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실제 그런 사례들도 넘쳐난다. 반대로 공급자들은 가려진 계약률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때론 수익성 제고를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정보의 비대칭에 따른 도덕적 해이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오피스텔 등 수요자와 수분양자 권리보호를 위해 분양제도를 아파트 수준으로 대폭 개선하겠다면서, 분양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50실 이상 오피스텔이나 생활숙박시설을 분양할 경우 인터넷 청약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하다. 청약 경쟁률만으론 오피스텔의 초기 분양률만 유추할 수 있을 뿐, 계약률은 알 길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권의 주된 기조로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공정한 경제가 이뤄지기 위해선 시장 내 각 거래 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어선 안 된다. 비대칭정보 상황 아래 수요자와 공급자가 움직이면 어느 한쪽에게만 유리한 비공정 거래가 속출한다. 지금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그렇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공급자들로 하여금 최소한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수요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주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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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2022-03-25 12:06:10
오직카 라는 오피스텔직거래 카페에서 기사 보고 왔어요.
정말 깜깜이...없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