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블랙 팬서〉, 삼원색 화려함속 '黑의 강렬함'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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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블랙 팬서〉, 삼원색 화려함속 '黑의 강렬함' 눈길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2.1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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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관용 정신 깃든 최고 '슈퍼 히어로' 등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영화〈블랙 팬서〉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채색인 검은색은 흰색·회색과 더불어 색깔이 없다. 다만, 밝고 어두운 정도의 명도만을 가질 뿐이다.

그 중 고명도인 흰색은 깨끗하고 밝은 느낌으로 긍정적 평가가 다소 많은 편이다. 이에 반해 저명도인 검은색 계통은 특유의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 때문에 다가가기 힘들 때가 있다.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만 하더라도 순도 100%의 검은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론 검붉은 색의 화초만 있을 뿐이다.

사상적으론 아나키즘을 상징하는 검은색은 고대 중국이나 이집트 문명권에선 지극히 긍정적인 색깔로 통용됐다. 진시황은 제국의 상징 색깔로 검은색을 정했으며, 중국의 설화나 고대 소설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주로 검은 안색을 지녔다. 고대 이집트에선 검은색은 나일강 주변의 비옥한 흙의 색깔로 안정을 의미했다.

강렬함과 힘을 상징했던 검은색이 괄시(?)를 받게 된 것은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채도 높은 화려한 색상들이 등장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특히,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을 겪으며 염료의 특장점을 알게 된 인류는 역동적이고 밝은 색상을 좇으며 예술에 눈을 뜨게 된다.

이러한 인류의 선호도는 결국 같은 종족을 색으로 나누며 차별하는 아픈 역사로 발전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의 노예제부터 시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일각에선 크고 작은 폭동과 분란의 중심에 ‘인종차별’의 현실이 존재한다. 

일명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으로도 불렸던 ‘블랙 팬서(Black Panthers)’의 실존 역사는 인류의 그런 아픔을 대변한다.

급진적인 블랙 팬서는 1966년 미국에서 "흑인의 강인함과 존엄을 표현하기에는 검은 표범이 가장 알맞다"는 주장 하에, ‘KKK’를 비롯한 백인 우월주의자의 탄압에 맞서고자 창당됐다.

당시의 히피 열풍과 맞물려 마오이즘과 사회주의의 영향도 받게 된 블랙 팬서는 ‘흑백차별 금지’를 부르짖으며 백인의 공권력 남용에 폭력으로 맞섰다. 1982년에 해체됐지만, 그 후 블랙 팬서의 이념은 진보적 성격의 NGO들에게 계승돼 도시 빈민 지원 등의 온건주의 노선으로 선회한다. 결국 블랙 팬서의 기본 정신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의 생존주의였다. 

마치 흑표당을 연상시키듯, 마블 스튜디오가 1966년에 나온 원작 만화를 야심차게 실사화 한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는 기존 백인 일변도의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커다란 일탈을 꾀한다. 아울러 슈퍼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정점을 예고한다.

영화에서 흑인과 백인이 각기 슈퍼 히어로와 ‘빌런(Villain)’으로 등장한다 해서, 시대의 변천에 의해 인종에 따른 기존 역할도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블랙 팬서〉의 정신에 위배되는 중대한 오류다. 여하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인종주의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짓이며,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또 다른 편협함이다. 

인류의 근원인 아프리카의 가상 국가에서 새로운 슈퍼 히어로의 기원을 알리는 〈블랙 팬서〉의 기저에는 관용과 화해의 정신이 자리한다. 은둔과 극빈의 울타리에서 증오와 분노를 벗어나 새 영웅의 출발을 선언하는 이 영화는 새 시대의 미래지향성을 내포한다. 〈블랙 팬서〉가 특별한 이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블랙 팬서〉는 다채로운 색깔을 강조한다. 〈블랙 팬서〉가 드러내는 색채들은 영화의 주 무기인 동시에 기본정신이 된다.

마치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를 깨뜨리려는 듯,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형형색색의 의상과 배경을 내세웠다. 여러 인종과 종족의 벽을 넘어 각자의 다양성과 생존권을 인정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빈곤과 질병의 대명사처럼 여겨진 아프리카가 세계를 구원하고 원조한다는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 묻듯 비현실적일 수 있다. 하지만 〈블랙 팬서〉는 피부색과 대륙을 떠나 세계가 화합하고 연결되는 데엔 서로를 바라보는 너그러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영화 전편을 지배하는 주요 등장인물과 아프리카 특유의 색채는 서구의 입맛에 길들여진 우리에겐 약간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뿌리는 그 광활한 구대륙에 있었음을 깨우치는 데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단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더욱 편안하면서도 세련되게 구현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저력은 여전하다. 관객들이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흥미로운 서사에 매번 개선된 시각효과를 덧입히는 우월함은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마블의 패권이 한동안 지속될 것을 암시한다. 상대 진영인 ‘DC 영화사(DC Films)’가 유념해야 할 바다.

삼원색의 화려함과 밝음을 좇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검은색이 지닌 것과 같은 순수함과 강직함을 따르는 것 또한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이요, 또 다른 본능이다.

〈블랙 팬서〉는 검은색의 바탕 위에 여러 색을 입혀가며 그 사실을 알려간다.

오늘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한국 관객의 파안대소를 자아내는 시퀀스가 나온다.

 

★★★★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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