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태영호 ˝김정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듣고보니] 태영호 ˝김정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3.01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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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後 태영호에 쏟아지는 ´눈´
˝北, 올해 굉장히 중요한 해, 핵기술 판매 등 할 수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북한은 최종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체제는 핵 보유 체제를 포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북한은 핵 개발을 팔 수밖에 없다고 했다.ⓒ시사오늘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의 주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회담을 하는 이유는 시간을 벌고 제재해제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북한은 최종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핵기술 판매 등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1일 <신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북한 체제 자체는 핵 포기가 불가능한 체제라고 강조했다. 만약 북한이 (북미 회담에서)영변 핵단지(미래핵)를 폐기하겠다고 한다면 현재 핵은 놔두는 것으로 비핵화가 아니고 핵동결 내지 군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핵화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북한 핵이 고착화되며 핵보유국으로 가는 거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금강산 관광 허용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금강산과 개성의 문을 열려는 이유는 러시아와 중국의 뒷문을 더 크게 열려는 의중이라고 지목했다.

나아가 북한으로서는 “대북 제재 올가미를 올해 안에 꼭 풀어야 하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월 채널A <뉴스탑텐> 출연에서  “올해는 김정은에게 대단히 중요한 해”라며 “대북제재가 지속돼서 광물 수출이 막혀 어려운 점도 있지만 올해 말까지 해외에 나가 있는 거의 7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북으로 돌아가야 된다. 연말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김정은은 급하게 되어 있다. 제2의 출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 2017년 말 2397호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따라 24개월 내로 북한 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게 돼 있다. 태 전 공사는 때문에 “만약 핵 협상이 풀리지 않아 해외 노동자들이 다 돌아오는 사태가 조성된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관광이라도 좀 확대하자는 대책을 세우게 될 것”이라며 “해볼 수 있는 카드는 다 던져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모든 지난 27일, 28일 양일간 진행했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영변핵시설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의 전면 허용을 요구했다. 이는 태 전 공사가 관측한 대북 제재 일부 허용보다 모든 제재를 풀라는 점에서 한층 파격적인 베팅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의회 증언 등으로 미국 내에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한 입지를 이유로 협상력을 발휘하려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은 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노딜(no deal)로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의 플러스 알파 지역의 비핵화도 언급함에 따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판이 깨졌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이후 행보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관련해 태 전 공사의 예측이 다시금 주목되는 가운데 그는 앞선 <뉴욕타임즈>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김정은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그는 생존을 위해서 핵 기술을 판매할 수도 있다”고 한 바 있다.

한편, 태 전 공사가 집필해 지난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도 북한에 대한 전망이 나와 관심을 얻고 있다.

그는 책에서 “정통성과 명분이 부족한 김정은이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공포정치다. 이것으로 카리스마를 형성하고 신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면 체제는 물론 김정은 자체가 무너진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체제가 견디기 더 어려운 까닭으로 치닫고 있다고 봤다. 그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네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고, ICBM은 쏠 만큼 쏘아 올렸다.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처단한 마당에 이젠 누구를 처형해도 더 이상의 공포는 줄 수 없다. 그의 카리스마는 이제 추락하는 것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이 카리스마 형성에 실패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체제 자체가 붕괴된다. 김일성 김정일 대에는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흔들리는 상황이 와도 외부정보 유입 차단, 이동통제, 세뇌교육, 정치조직생활 등으로 체제 유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현재 김정은 대에 와서 다 무너졌다”고 부연했다.

체제 위협 존재로 지목된 것은 크게 공포정치와 고난의 행군을 겪던 1990년 말부터 자생적으로 생긴 시장(장마당)의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공포 정치 하에서 북한 간부들은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격언을 상기하며 김정은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간부들은 더 이상 북한에 미래가 없다고 본다. 모두들 은밀히 달러를 모으는 데만 혈안이다. 일단 권력이 생기면 자식들을 외화벌이 기관에 보내 달러를 벌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정은 체제 위협 존재가 있다. 시장이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의 종합시장 숫자는 크게 늘어났다.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시민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개인의 판매권을 비롯한 경제적 권리는 점차 확대되어 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북한 주민에게도 처음으로 저항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데 태 전 공사는 의의를 뒀다. 그는 “한번 눈을 뜨게 된 권리를 침해받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우게 된다”며 다음의 말을 이어었다.

“장마당에서는 상인과 보안원(경찰)의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처음엔 보안원을 피해 메뚜기처럼 이러저리 옮겨 다니던 상인들이 이제는 진드기처럼 눌러앉아 보안원과 맞상대한다. 나는 외국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에도 주민들의 저항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메뚜기장이 진드기장으로 변했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실제로 화폐개혁에 실패했을 때 들고 일어난 주민들의 저항은 북한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시장은 김정은에게 위험한 존재다.”

이 책이 출간 된 것은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평화의 물결이 한창 일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책 머리말에서 씁쓸함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의 국력과 자유민주주의가 가져온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김정은을 평화의 천사, 정상적인 인간으로 묘사하면서 대한민국의 국력이 가져온 회담 성과를 김정은의 과감한 결단과 용단으로 돌리는 것은 마음이 아팠다”며 “북한 주민들은 하루 빨리 노예 상태에서 해방될 날만을 고대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김정은을 평화의 사도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분단된 현실에서 북한의 통수권자와 대화도 하고 악수도 해야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김정은을 천사나 평화의 사도로 묘사하는 것은 북한 주민이야 어떻게 살든 한국이 알바는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와 번영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자격이 있다”며 “노예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주민을 해방 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주도해야 할 책임이 한국에 있다. 하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인이 많은 것 같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영국 주재대사로 있던 중 자유를 찾아 지난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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