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특성화된 역량’과 ‘스펙’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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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특성화된 역량’과 ‘스펙’은 다른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7.03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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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아들 대기업 스펙 논란이 쏘아올린 작은 공
특성화된 역량은 스펙을 그럴듯하게 꾸며낸 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현대의 청년세대를 부르는 말 중 ‘호모스펙타쿠스’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각종 스펙(spec)에 매달리는 취업 준비생을 일컫는 말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해 상반기 취업에 자신 없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구직자 과반수가 ‘스펙을 잘 갖추지 못해서’를 꼽을 만큼 이에 대한 취준생의 압박감은 상당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아들 스펙 논란 일지를 정리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아들 스펙 논란 일지를 정리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는 지난 6월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큰 기업들은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는 취지로 학점이 3점도 안됐고 토익 점수도 800점인 본인의 아들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자, 황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스펙 쌓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22일 SNS를 통해 “황 대표가 강조했던 특성화된 역량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냐”고 비판했다.

공통적으로 황 대표와 민 대변인은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스펙이 아닌 특성화된 역량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강조한 ‘특성화된 역량’은 무엇일까.

특성화된 역량은 스펙을 그럴듯하게 꾸며낸 말

지난 5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취준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난 5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취준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평가방식은 크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눌 수 있다. 답이 명확해 점수가 객관적으로 매겨질 수 있으면 정량평가, 그렇지 않으면 정성평가라 한다. 

흔히 취업에 필요한 스펙 중 △학벌(학교·학과)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인턴 △수상경력 △봉사활동을 ‘8대 스펙’이라 하는데, 이러한 스펙은 대체로 수치나 개수, 시간 등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량평가에 속한다. 반면 황 대표와 민 대변인이 강조한 특성화된 역량은 스펙을 대신할 예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성평가의 예로 말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에 <시사오늘>은 2일 모 대기업에게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정성평가에 대해 문의했다. 모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서류전형의 객관적 정보뿐 아니라 면접전형에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심층적인 질문을 통해 직무 적합도를 확인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채용 공고를 통해 살펴본 다른 대기업의 경우에도 대체로 직무 적합성과 각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판단하기 위한 정성평가 방법으로 자소서에 대한 ‘심층 면접’이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해 서울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취준생 안모 씨(여·24)는 지난 23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결국 특성화된 역량도 스펙의 일환”이라며 “자소서에 특성화된 역량을 한 줄 쓰려고 동아리나 각종 공모전 혹은 인턴에 참여하는 것인데, 그것이 스펙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부산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취준생 지모 씨(여·23)은 2일 “적성에 맞지 않는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한 것이나, 독일로 해외연수를 갔다 온 것, 그리고 이번 방학에도 인턴을 찾아보는 것 모두 황 대표의 표현대로 특성화된 역량을 자소서에 보여주기 위해서다”며 “이런 과정은 모두 내겐 스펙 쌓기다. 그런데도 황 대표는 스펙에 매달리지 않아도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다는 모순된 말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276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 상반기 신입사원의 합격스펙을 조사한 결과 학점 3.5점, 토익 740점이었다. 하지만 <시사오늘>이 잡코리아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9개 대기업의 합격자 평균을 냈을 때, 학점은 3.71점, 토익 평균 839점이 나왔다. 대기업으로 갈수록 합격자들의 학점과 토익 점수 평균이 높아졌으며, 이에 더해 토익 스피킹, OPIC, 해외경험 등 다양한 스펙 보유율이 높아졌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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