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침서①] 서진원 “20대, 남녀문제 아닌 기득권-반기득권 문제”
[청년지침서①] 서진원 “20대, 남녀문제 아닌 기득권-반기득권 문제”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6.15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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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서진원 청년 부대변인
“아무리 노력해도 평범한 삶 꿈꾸기 어려워”
“청년 정책, 절차 복잡하고 혜택 범위 제한적”
“국민의 구성원을 닮은 국회를 만들어 달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은 각 당의 20대와 30대 초반 청년 대변인과 부대변인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지침서’를 세상에 전해주려 한다.ⓒ시사오늘 김유종
〈시사오늘〉은 각 당의 20대와 30대 초반 청년 대변인과 부대변인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지침서’를 세상에 전해주려 한다.ⓒ시사오늘 김유종

문제의 시작은 나였다. 내 삶이 고단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내 처지와 비슷한 또래가 여럿 있었다. 그런 우리를 위해 대통령과 여야(與野)는 청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시사오늘>은 각 당의 20대와 30대 초반 청년 대변인과 부대변인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지침서’를 세상에 전해주려 한다. 이 청년 지침서(指針書)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의 날것 그대로의 생각과 고민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글이다. 지침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은 정의당 서진원 청년 부대변인이다.

서 부대변인은 1994년생으로 정의당뿐만 아니라 다른 당 대변인들과 비교해도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진중하고 진솔했던 그의 목소리를 14일 여의도에 위치한 정의당 당사에서 담았다.

지침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은 정의당 서진원 청년 부대변인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침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은 정의당 서진원 청년 부대변인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정의당은 청년 부대변인을 뽑는 과정이 특이한 걸로 알고 있다.

“이번에 ‘진보정치 4.0 아카데미’에 참여한 수강생들 중에서 우수 수강생들을 뽑아서 청년 명예 부대변인의 기회를 줬다.”

- 아카데미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신 후였다. 그 당시는 ‘청년으로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평범한 삶을 꿈꾸는 게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하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다.”

- 청년 부대변인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나.

“‘청년의 목소리가 안 나오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청년 정치인은 없고 청년 대변인은 적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청년에 대한 이슈를 얘기해도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자극적이지 않는 이상 청년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공통된 목소리도 적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 대학생활이 끝나고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있나.

“입문하겠다고 확실하게는 말 못해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제는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할지 결정할 때니까. 학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 2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취업이다. 웬만큼 노력하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계획이 그려지지도 않고, 애초에 취업의 관문을 넘기조차 쉽지 않다. 앞으로 계속해서 돈을 벌더라도 집 전세 얻기 어려운 현실에서 오는 답답함이 20대의 가장 큰 고민인 것 같다.”

-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다양한 청년정책을 냈다. 

“체감이 안 된다. ‘청년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냈어?’라고 물으면 내세울만한 게 없다. 청년정책관실도 신설된 게 총선 앞두고 얼마 전의 일이다. 청년의 표가 아닌 삶을 봐야 한다. 제대로 된 정책이 없다가 2020년 앞두고 이제 뭔가를 한다는 것도 환영한다. 그러나 2020년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청년정책을 내야 한다.”

- 왜 정책 체감이 안 되는가.

“제약이 너무 많다. 해 본 사람은 알거다. 한 번 준비를 해보니, ‘노인들은 복지 혜택 하나 받으려면 얼마나 서류를 준비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이라서 어떻게든 낼 수 있겠는데, 사회적 약자는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그 절차도 복잡하고, 무엇보다 혜택이 된다 하더라도 범위가 제한적이고 작다. 

청년 주거 문제의 경우도 뜯어보면 청년 정책이 아니라 저출산 대책에 가깝다. 비혼도 많고, 1인 주거도 많은데, 신혼부부만 혜택 되는 게 많았다. 하지만 신혼부부만 청년인건 아니지 않는가. 정의당이 보편적 복지를 얘기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너무 많은 제약 때문에 복지의 틀 안에 못 들어오는 경우를 줄이자는 것이다.”

- 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대해 세금이 많이 든다는 비판이 있다.

“많이들 그렇게 얘기한다. 국민들이 반감을 갖는 이유 첫 번째는 국가가 지금까지 나한테 혜택해준 게 뭐냐는 거다. 내가 지금 세금을 내고 있는데 그게 돌아오느냐의 문제다. 독일을 다녀오니, 보편적 복지에 대해 ‘나는 세금 낸다. 왜냐하면 그만큼 돌아오는 걸 느끼니까’라는 인식이 많았다. 요만큼 내면 요만큼 돌아온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드려야 한다. 개인이 사(私)보험을 드는 것보다 국가가 그 사보험 비용을 가져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면 질 좋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인데, 이걸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보편적 복지란 1000원을 주고 사과를 사던 걸 700원만 주고 사도 더 품질 좋은 사과를 살 수 있다는 거다. 복지는 세금 퍼주기가 아니라, 내가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게 복지다. 내가 사보험을 들지 않아도 이렇게 국가가 책임져주는구나 하는 효능을 느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 독일에서는 어떤 걸 느꼈나.

“독일 정치 지형은 한국과 달라서 정책을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겠지만, 방향성은 봤다. 가보니까 정치는 이념 대결이 아니라 서비스였다. 삶의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고 좋았다. 무엇보다 10대부터 당에 가입을 한다고 했다. 들었던 것 중 제일 어렸던 건 13세였다. ‘Friday for future’라고 금요일마다 10대들이 선생님들 인솔 하에 학교에 가지 않고 시위에 참여한다. 10대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며 10대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했다. 가보니까 정치는 이념 대결이 아니라 서비스였다. 삶의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고 놀랐다.”

서 부대변인은 국회에 국민의 구성원을 닮은 국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서 부대변인은 국회에 국민의 구성원을 닮은 국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소위 ‘20대 남자 현상’은 실체가 있는 현상인가 아니면 왜곡된 현상인가.

“그러한 여론과 방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이걸 20대 남녀의 갈등으로 얘기하는 것에는 불만이 있다. 사실 20대의 문제는 남녀의 싸움이 아니지 않나. 둘 중 누구 하나가 이기면 없어질 문제도 아니고.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과 반(反)기득권의 문제다. 일자리 문제가 남녀가 싸워서 이기면 일자리가 생길 문제가 아니다.”

- 여기서 기득권과 반 기득권은 누구를 의미하나.

“예를 들면 20대들의 일자리가 없는 게 20대들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20대들이 아닌 지금까지 많은 권력을 누려온 사람들이 조금씩 세대교체가 돼야 하는데, 20대들만의 싸움으로 몰고 가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 20대 문제가 기득권과 반 기득권의 문제라면 20대가 똘똘 뭉쳐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똘똘 뭉쳐야 하는데, 못 뭉치게 갈등을 조장한다는 거다. 20대의 대결구도로 가는 게 아쉽다. 사실 20대 남성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소위 말하는 페미니즘이 남성을 이기자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같이 차별적인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여론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부분이 아쉽다.”

- 20대를 보고 ‘N포 세대’라고 부르는데, 본인은 몇 가지를 포기했나.

“몇 가지를 포기했는가는 의미가 없다. 왜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나는 이렇게 포기해야만 해?’로 흘러가야 한다.”

- 젊은 층에서 소위 헬(hell)조선을 떠나 이민가고 싶다는 말이 많다.

“20대 친구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친한 어른들까지도 ‘너는 애기 낳을 거면 대한민국에서 낳지 말라’는 말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기 시대와는 달리 애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을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다. 해외 연수중인 친구들도 다시 대한민국을 돌아오기 싫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떠난다고 현실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말이 왜 나오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 20대임에도 본인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걸 보고, 또 나도 힘들고,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도 어렵고, 여성으로서의 삶도 어렵고, 성소수자들도 힘들고. 그런 부분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됐다.”

- 20대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국회에 청년의 비율만큼 얼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왜냐하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당사자가 아니면 그만큼 못 따라준다. ‘청년들 힘드니까 우리가 해줄게’처럼 시혜적인 게 아니라 청년들이 가서 ‘우리가 힘드니까 바꾸겠다’며 하나로 힘을 조직화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구성원을 닮은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즉 청년이 존재하는 만큼, 장애인이 존재하는 만큼, 농민이 존재하는 만큼, 성소수자가 존재하는 만큼, 국회에 들어와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청년 힘들지? 해줄게.’ ‘장애인 힘들지? 해줄게’가 아니다. 그건 해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고, 당사자가 가서 말할 수 있는 판이 필요하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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