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과천 주공1단지 분양가 논란…왜 손가락만 보십니까
[시사텔링] 과천 주공1단지 분양가 논란…왜 손가락만 보십니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7.22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 3.3㎡당 4000만 원대, 과연 후분양제 부작용일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기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단지 '과천 푸르지오 써밋' 평균 분양가(3.3㎡당)가 3998만 원으로 책정돼 부동산시장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과천 주공1단지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으로 선회한 단지인데요. 당초 해당 단지 조합이 제시했던 분양가(2017년 3313만 원)보다 높은 가격이 결정돼 후분양제 부작용 논란을 야기한 겁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가시화된 가운데 벌어진 사안이어서 시장 내 공급자와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는데요.

언론들은 논란을 열심히 부채질하는 모양새입니다. '후분양 효과 톡톡', '천장 뚫은 후분양가' 등 후분양제로 인해 고분양가가 책정됐다며 후분양이라는 제도 자체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인터넷 여론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선분양했다면 국민들이 가질 프리미엄인데 후분양제로 시행사·시공사가 가져간다', '후분양 찬성론자들은 어차피 살 돈도 없어서 신경 안 쓴다' 등 후분양제에 부정적인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상당 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후분양를 택하지 않았다면 지난 5월 인근에 분양됐던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단지인 '과천 자이'(3253만 원)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니까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야기한 고분양가라는 지적도 이해가 갑니다. 분양가 규제나 분양가 상한제 얘기가 없었다면 애초에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는 것도 분명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분양제에 대한 고찰이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경기 과천 주공1단지 전경 ⓒ 뉴시스
경기 과천 주공1단지 전경 ⓒ 뉴시스

후분양제의 최종 목적은 부동산 투기 근절, 부실시공 방지 등을 통해 분양시장 내 실수요자들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현재 분양시장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투기세력, 마케팅 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하고 결과적으로 집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업체들로 인해 혼탁한 실정입니다. 후분양제는 전매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고, 수요자들에게 전가된 분양사업에 따른 리스크를 공급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분양시장 내 시장경제 원리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누가 봐도 참 좋은 제도지만 단점이 있습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입주예정자들로부터 받은 계약금, 중도금을 이용해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올리는 현 구조 하에서 후분양제가 도입된다면 건설사들이 부담하는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과천 주공1단지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도 조합과 건설업체의 금융비용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10년, 20년이 흐르면 분양가 상승이라는 단점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공급자가 부담하는 금융비용만큼 수요자들의 대출 이자비용 부담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고, 그간 공급자들이 분양가에 전가했던 마케팅 비용도 감소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후분양가 시행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폭이 제한적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시장경제 원리가 분양시장에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면 공급자들의 가격 경쟁에 따른 분양가 하락도 분명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 과천 주공1단지도 후분양제로 인한 부작용 사례라기보다는 후분양제로 인해 공급자들이 가격을 조정한 사례라고 풀이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입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과천 주공1단지 조합에서 선분양을 추진할 당시인 2017년 5월 과천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3126만 원이었으나 2019년 5월에는 4379만 원을 기록, 2년 만에 40.08% 올랐는데요. 과천 주공1단지 분양가는 선분양 추진 당시 제시한 가격에 비해 20.68% 오른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과천 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23.41%)보다도 낮습니다. 당초 과천 주공1단지 조합은 분양가가 4200만~4300만 원대에 책정되길 원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건설사와 조합은 결국 4000만 원대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분양가를 결정했습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까 부담을 느껴 스스로 가격을 내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 분양시장은 공급자가 절대우위에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투기세력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으로 인해 수요자들에 대한 정보가 왜곡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제의 전면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실정에 맞는 소폭의 제도 개선, 공급자들의 금융비용과 실수요자들의 주택매입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이 병행된다면, 큰 혼란 없이 후분양제가 안착해 국민 주거권 실현과 보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가락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달을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