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 잔인한 4월, 살인 무기가 돼버린 카페리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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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 잔인한 4월, 살인 무기가 돼버린 카페리 세월호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4.04.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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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믿을 수 없는 카페리 세월호 침몰사고가 진도 앞 바다에서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은 물론 침몰 과정에서 보여준 선원들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아 온 국민은 슬픔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더욱이 구조작업에서 나타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언론의 선정적 보도 경쟁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미확인 정보의 양산 등 많은 문제점을 보이면서 집단적 스트레스가 우리 사회를 침울하게 만들고 있다.

살인 무기가 되어버린 세월호

청해진 해운은 일본에서 18년 동안 운행된 중고 선박을 들여와 수직증축으로 선실을 개조하여 승선 인원을 840명에서 956명으로 늘렸고, 총톤수는 6,586톤에서 6,825톤으로 늘렸다.

그 과정에서 세월호는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가 복원성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인천-제주 간 실제 운행 시에는 화물을 더 싣기 위해 종종 평형수를 채우지 않았으며, 부실한 고박장치로 화물을 선체에 고정시키지 못했다는 증언까지 등장하고 있다.

또한 사고 당시의 선박 운행을 보면, 정식 선장의 휴가로 대체 선장이 세월호를 책임지고 있었고, 조류가 빨라 경험과 주의가 요구되는 진도 앞 바다 맹골수도에서는 선장이 자리를 비우고 26세의 신참 여성 3등 항해사가 조타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일 조타수는 이전에 문제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경력의 소유자였다. 무리한 선박 개조, 안전 운항 수칙의 무시, 선원들의 부실한 근무와 직업윤리의 결여, 이 모든 것이 카페리 세월호를 살인 무기로 만들어 수많은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갔다.

위기의 리더십

세월호 해난 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이준석 선장의 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순간 그가 어떤 판단을 했을까는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결론적으로 작은 실수를 큰 파국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순간, 모든 것을 지키려다가는 모든 것을 잃는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결정을 미루는 것은 잘못된 결정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위기의 순간, 담대하지 못할 때 누구나 범할 수 있는 과오로 최종 책임자가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사고 선박이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와의 교신에서 선장이 판단해서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골든타임을 놓침으로써 대형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은 위기의 리더십에서 무엇이 핵심적 요소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기력한 정부와 무책임한 언론

사고의 발생과 선원들의 대처뿐만 아니라 정부의 위기관리 체제가 이 번 해난사고를 참사로 이끌었다는 비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정부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이 보여 준 모습은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해 페리 침몰사고와 천암함 사고를 겪고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해난사고 매뉴얼조차 없다는 상황에서, 일사분란하지 못한 지휘체계가 문제된다면 총리와 관계 장관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현장을 주도하기보다는 현장분위기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사고 수습과정에서 언론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보도와 사태수습을 위한 균형적인 보도보다는 과도한 비판과 심판자적인 자세를 보였고, 해난사고 전문가의 냉철한 분석보다는 당위론적 시사평론가의 평론에 의존하는 빈도가 높았다.  일부 언론은 특종을 경쟁하듯 미확인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어처구니없는 해난사고는 양적 과도와 질적 미숙의 미스 매치가 초래한 측면이 있다.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을 묻기 전에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없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내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야 할 때다.  한 분 한 분의 시신이 인양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연구실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는 그 것만으로도 미안함이 가슴 속 깊이 솟구친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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