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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강연과 토론에 참석하였다. '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혁신'이 주제였는데, 압축성장에 따른 과도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성과지상주의, 양극화, 탈법·불법의 만연 그리고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국가발전의 동력 상실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치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특히 '정치가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독일 정치의 제도적 장점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독일은 1차 세계대전과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 그리고 히틀러의 등장과 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정치적 오류와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연방제도를 기본으로 한 독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을 나누는 분권화된 제도를 채택하고, 정당투표에 의해 의회의 실질적 의석수가 결정되는 선거제도로 다당제와 연정이 일반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9년 이후 지금까지 8명의 수상이 안정적으로 독일을 이끌어 오고 있다. 국민들의 신임을 받으면 장기 집권도 가능한데 초대 수상인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14년을, 독일 통일을 이룩한 콜(Helmut Kohl) 수상은 16년을, 최초의 동독 출신 수상인 메르켈(Angela Merkel)은 현재까지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패전국에서 경제적으로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정치적으로는 통일 독일과 유럽 통합을 이끌어 낸 독일의 정치제도를 분석해 보는 것은 우리의 정치제도 혁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연구로 보인다.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31일까지 지역구 간 인구편차를 2:1 이하로 개정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시한을 넘기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유가 '연동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였는데, '연동비례대표제'는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변형한 것으로서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다당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다소 부담이 되는 제도이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6-01-21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