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금으로는 절대 집값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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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금으로는 절대 집값 못 잡는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2.1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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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기 태성세무회계컨설팅 세무사
“文정부 부동산대책 진짜 목적은 세수 확대”
“임대사업자 특혜?…세제혜택 아닌 세원관리”
“가산세 0.2% 부과…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보유세 올리면 세입자 부담↑…집값 영향無”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3% 올라 23주 연속 상승했다. 9·13 부동산대책 이후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상승폭이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등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규제가 발표되면 집값이 잠시 주춤했다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상황인 만큼, 지금과 같은 부동산 대책만으로 과열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최근에는 임대주택사업자들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본격화 등 여러 조세 정책을 통해 정부가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에게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음에도 부동산시장 안정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뚜렷한 대책도, 색다른 묘책도 없는 상황이다. 과연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있는 걸까.

지난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윤성기 태성세무회계컨설팅 세무사는 문재인 정부가 펼치는 부동산대책의 진짜 목적이 집값 안정화가 아니라 세수 확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임대주택사업자의 양성화를 통해 다주택자 세원관리를 확충함으로써 부족한 세금을 메꾸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윤 세무사는 그런 의도를 품은 조세 정책으로는 절대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인터뷰 영상은 태성세무회계컨설팅 공식 유튜브 채널 'Ent Taesung'의 세무 전문 프로그램 '세무티키타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약 주다가 병 주는 정부
"애초에 藥 아니라 毒…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세무X파일 유튜버 윤성기 태성세무회계컨설팅 세무사 ⓒ 시사오늘
세무X파일 유튜버 윤성기 태성세무회계컨설팅 세무사 ⓒ 시사오늘

-연말 부동산시장이 '종부세 폭탄'으로 떠들썩하다.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 자체가 억지로 공포감을 조성하려 든다는 느낌이 있다. 종부세가 꽤 인상된 건 맞지만 사실 무주택자나 1주택자인 서민들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주택자이거나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세 부담이 조금 늘어나는 것뿐이다. 그것도 인상폭을 제대로 체감하려면 적어도 30억 원 수준의 주택들을 보유해야 한다. 중요한 건 종부세 인상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조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9·13 대책 때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내건 명분은 집값 안정화였는데.

"종부세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2018년 9·13 대책이 아니라 바로 전해인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부터 따져봐야 한다. 당시 정부는 지방세, 소득세, 양도세, 건보료 부담 완화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임대주택자들에게 다양한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집값 하락이 목적이라면 왜 임대주택자들에게 이런 당근을 제시했겠는가. 그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주택사업자 세제혜택을 강화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집값 하락 또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등 표현은 쓰지도 않았다."

-집값 안정화라는 명분은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조세 정책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고, 정부가 어떤 기조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지 유추할 수 있는 포인트다. 그런데 2017년 12월 임대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하고는 2018년 9·13 대책으로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축소하고, 대출규제도 강화했다. 내세운 명분은 '집값 안정화'였는데, 이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조세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무척 중요한데, 정부는 불과 1년도 안 지난 시점에서 앞뒤가 다른 정책을 펼쳤다. 전문가로서 일련의 상황들을 살펴보면 정부가 다른 목적을 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럼 진짜 목적은 뭐라고 생각하나.

"임대사업자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충이다. 현 정권은 문케어 등을 비롯한 복지 정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고, 최근에는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예고한 상황이다. 그런데 세수는 굉장히 부진하다. 돈을 쓸 곳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세수 구조를 보면 근로소득세(지난해 기준 약 40조 원)가 종부세(약 2조 원)의 20배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흘러가는 부동산시장임에도 그곳에서 나오는 세금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부동산시장에서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은 일반 노동자들처럼 연말정산을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진해서 신고를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국가에서 다주택자들의 불로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길이 전무한 실정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래서 집권 초기 다양한 세제혜택을 임대사업자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미등록 임대사업자를 등록 임대사업자로 양성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방편이다. 최근에 정부가 주식 거래로 얻은 수익에도 과세를 추진하고 있지 않느냐. 그것과 같은 논리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일 뿐이다. 무척 단순한 논리다."

-부동산대책의 진짜 목적이 임대사업자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충이라면, 왜 정부는 1년 만에 다시 임대사업자 규제로 돌아선 건가.

"애초에 특혜가 아니었다. 정부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약(세제혜택)을 준다고 했다가 갑자기 병(혜택 축소, 규제)을 줬다. 그런데 이게 약이 아니라 독이었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이 나온 2017년 당시 임대사업자 수는 26만 명이었는데, 2018년에는 41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정도 증가폭이면 정부 입장에서는 세원관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제는 혜택을 줄이고 세금을 거둬들일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을 거다. 무엇보다 차기 총선이 있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속내를 포장할 명분도 좋았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 이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들이 신규주택 매입을 확대하면서 집값이 폭등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영유아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집값 안정화라는 그럴듯한 포장지가 생긴 거다. 또한 앞서 말했듯 종부세를 통한 세수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일반 노동자와의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명분이 있다."

임대사업자 양성화 작업은 아직도 'ing'
"임대사업자 등록 사실상 의무화…충분히 고민해야"

-설사 그렇다고 해도 세수 확충을 위해서라면 임대사업자 양성화를 계속 유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축소됐고, 규제도 강화됐지만 임대사업자 양성화 작업 자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내년부터는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전체 주택임대 수입금액의 0.2%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 0.2%면 무척 작게 느껴지지만 고가 주택을 상당수 보유한 다주택자들에게는 분명 큰 부담이다. 다주택자들을 적폐로 규정하면서 그들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은 부분도 다주택자에게 부담이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에 여론이 호의적이다. 때문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임대사업자는 계속 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해 대비 5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안다."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앞으로도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건가.

"그렇다. 민간기업들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과 9·13 대책을 통해 이미 좋은 영업실적을 낸 상황이다. 이제 지속적으로 세원관리를 할 수 있는 고객층도 확보됐고, 세수도 어느 정도 확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세제혜택은 조금씩 줄이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에게는 당근이 아니라 채찍을 꺼내들 때가 된 거다. 그래야 수익, 즉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일례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부세는 집값 폭등, 공시지가 현실화 등으로 앞으로 인상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오는 2022년부터 공시가격이 100% 반영된 세금을 내야한다. 종부세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예견된 수순이다."

-실제로 최근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증여 등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금방 언급했지만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은 차츰 축소될 것이다. 때문에 무작정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다가 임대사업자 지위를 중도에 포기하면 과태료도 내야 한다. 기존 과태료보다 3~5배까지 강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전체 주택임대 수입금액의 0.2%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는 게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이로 인해 사실상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이 의무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다주택자 유지, 임대사업자 등록, 가족 간 증여 등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어떤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나.

"종부세 얘기가 나왔으니 종부세로 예를 들어보자면, 종부세는 종소세처럼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각 집에 0.6~3.2%까지 각기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이때 종부세는 다주택자의 모든 주택을 합산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이것을 합산하지 않도록 만들면 세율구간이 낮아진다. 절세 효과가 뚜렷하다. 하지만 종부세 합산배제신고가 무조건 되는 게 아니다. △공시가격 6억 원(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 △지자체·세무서 임대주택 등록 △임대료 인상률 5% 상한 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 보다는 자신이 보유한 주택이 기준시가에 맞는지, 임대의무기간은 충족시킬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한 뒤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세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본인이 다주택자라면 과연 세금 좀 더 낸다고 집을 팔겠는가. 그렇지 않다. 혹자들은 양도세를 완화하고 보유세를 크게 강화하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세 부담이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공산이 더 크다. 현재 정부의 조세 정책과 부동산대책의 방향은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으로 발생한 여러 부작용들을 규제를 통해 관리하고,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쪽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진짜 목적은 세수 확충이라고 보는 게 맞다. 집값 안정화가 결코 아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그만큼 세수도 줄어드니까."

윤성기 세무사는…

現 태성세무회계컨설팅 파트너 세무사 
現 기흥테라타워 분양관련 고문 세무사
現 세무X파일 유튜버  
前 국세청 연말정산 상담 위촉세무사(우수상담세무사 표창)
前 국세청 〈월간국세〉 '친절한 국세씨' 칼럼리스트
前 〈시사오늘〉 세무 칼럼리스트
前 석성세무법인
前 유진 세무회계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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