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최대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 9월 출항…해운 부활 ‘뱃고동’
[르포] 세계최대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 9월 출항…해운 부활 ‘뱃고동’
  • 방글 기자
  • 승인 2020.08.12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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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작지만 강하다"…선복량 보유기준 세계 8위 선사로
에펠탑 보다 큰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까지 시운전만 남아
황산화물 저감장치·LNG연료탱커 탑재 가능…친환경 자랑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HMM의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외관. ⓒHMM
HMM의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외관. ⓒHMM

출항을 한 달 남짓 앞둔 상트페테르부르크호가 첫 손님을 맞았다.

지난 11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거제는 변덕스럽게도 먹구름을 드러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를 마주하기 직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전화를 신고, 안전모와 고글을 쓰고, 우비까지 챙겨입으니 준비 완료.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호가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를 품을 거대한 풍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선수에서 선미까지의 길이가 400m에 달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배를 수직으로 세워 비교하면 63빌딩이나 에펠탑보다 높고, 롯데타워보다 조금 작다. 전세계 인구가 한개씩 먹을 수 있는 초코파이를 실을 수 있고, 우리 국민 전체가 4일간 먹을 라면을 나를 수 있다.

엔진룸 바닥부터 레이더 끝까지의 높이는 76미터, 더블데크, 세컨데크, 어퍼데크, a데크, b데크, c데크…h데크 등 내부 규모도 15층 수준이다. 갑판의 넓이가 축구장 4개 보다도 큰 2만4000TEU급 선박이다.

HMM이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대를 발주하기 전,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은 MSC사의 MIA호(2만3756TEU)였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의미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2만4000개 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컨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종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이던 MIA호보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244개 더 실을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 길이 비교.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길이 비교. ⓒHMM

그 크기를 익히 듣고, 감히 상상만 해오다 막상 마주하니, 그 덩치가 어마어마했다. 놀랄 새도 없이, 비를 피해 냉큼 배에 올랐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엔진룸. 메인엔진과 발전기가 있는 곳이다. 초대형 선박이다 보니 발전기만 5대가 투입됐다. 왼쪽 포트에 2대, 오른쪽 스타보드에 3대 등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안의 스크러버.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안의 스크러버. ⓒHMM

ECR이라 불리는 엔진 컨트롤 룸을 지나, SOx Scrubber(쏙 스크러버)를 찾아 계단을 올랐다. 배의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아직 손님을 맞을 준비가 덜 돼 있는 탓에 계단지옥이 시작됐다.

쏙 스크러버는 일명 황산화물 저감장치, 황산화물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장치다. 세계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됐다. IMO의 에너지 효율 설계지수(EEDI) 기준 요구량 대비 50%이상 에너지 효율이 개선됐다. 특히 LNG연료탱커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돼 향후 LNG추진 선박으로 교체도 가능하다.

설명을 듣고, 엔진과 연료탱크를 보는 내내 삐삐하는 알람음이 계속됐다. 출항 전, 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알람이 제대로 울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점검 중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의도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업 중인 근로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 큰 배에서 어디를 가든 근로자들을 마주치는 게 신기했다. 도대체 몇 명의 근로자들이 근무중인지 궁금해 물었다.

인도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라 가장 바쁜 시즌이라는 대답이 들어왔다. 현 시점 기준 최소 600명이 근무할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들은 일주일 안에 모든 마무리 작업을 하고, 5일간 시운전에 들어간다. 이후, 청소와 도장까지 마치면 출항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상테페테르부르크호는 닝보, 상해, 얀티안 등 아시아 항만을 기항한 후,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한다. 로테르담과 함부르크, 앤트워프, 런던 등 유럽 주요 항만을 기항하고 노선을 일주하는데 총 12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 어퍼데크의 오른쪽을 걸어 거주구로 향했다. 바다가 근무지인 사람들이 바다 위를 차로 달리고, 철로 만든 나룻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 메인엔진.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메인엔진. ⓒHMM

거주구는 선수쪽으로 설계됐다.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거주구와 엔진룸을 분리해야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23명의 인원이 탑승해 운항된다. 선장과 1,2등 항해사, 기관장, 1,2등 기관사, 갑판장, 조기장, 조리수 등이 탄다.

방마다 주인이 정해져있다.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갈수록 방이 넓고 시설이 좋다. 아래층의 방은 원룸식으로 방 안에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고, 침대, 소파, 책장이 들어가 있다. 위층의 상급선원들 방은 크기부터 다르다. 방과 분리된 거실이 갖춰져 있고, 화장실에는 욕조도 들어가 있다.

거주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조타실에 가니 전자해도와 CCTV, ICMS 등의 첨단기기가 보인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오토파일럿이 가능하다. 근해는 직접 운전하지만, 원해로 나갈 때는 트래킹을 따놓고 그대로 따라간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맞춰놓고 가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조타실에서는 배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ICMS를 통해 배에 있는 메인엔진, 발전기, 보일러 등의 모든 정보 파악이 가능하고, 컨트롤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바람이나 방향 등 외부 정보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브릿지에서 내려다 본 상트페테르부르크호. ⓒHMM
브릿지에서 내려다 본 상트페테르부르크호. ⓒHMM

밖으로 나가니 거대한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전체가 내려다 보였다.

이 곳에서는 컨테이너가 적재될 공간의 속까지 볼 수 있었다. 숫자만 들었을 때는 높게 느껴지지 않았던 76m를 위에서 내려다보니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찔했다. 축구장 4배보다 크다던 갑판은 바다와 조선소 풍경과 겹쳐져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현장 관계자는 “가로 최대 24열, 수직 최대 13단 적재가 가능하다”며 “2.2m 수준의 낮은 컨테이너는 17단까지도 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만4000TEU급 초대형선은 우리 기술로 만든 친환경, 고효율 선박”이라며 “HMM을 비롯한 국내 해운선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대형선으로 운항할 경우, 현재 유럽항로 평균 선형인 1만5000TEU급 선박에 비해 15% 가량 운항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발주된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 12척 중 마지막 선박으로 9월 중순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에 인도한 12척 외에 내년 1만6000TEU급 8척까지 인도받으면, HMM의 초대형선 비율은 40%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를 통해 선복량 보유 기준 세계 8위 선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첫번째 주자였던 알헤시라스호 출항 당시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연이어 만선에 성공하면서 초대형선 계획은 순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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