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중 콘크리트 타설, 지켜만 보다 결국 사고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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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중 콘크리트 타설, 지켜만 보다 결국 사고 터졌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1.13 13: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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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겨울철 영하권 날씨에 이뤄지는 콘크리트 타설을 '한중(寒中) 타설'이라고 한다. 한중 타설 시 콘크리트는 잘 굳지 않을뿐더러 내부 수분이 얼어붙을 경우 압축강도가 떨어지고, 금이 가기까지 한다. 이렇게 동해를 입은 콘크리트는 아예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라도 훗날 부실공사로 발견되거나,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무리 품질이 우수한 동절기 콘크리트가 출시되고, 타설 작업 시 보온·급열 장비 기능이 좋아져도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다. 심각한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지라 단 1%의 가능성도 용납해선 안 된다. 그래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동절기마다 자체적으로 지역에서 이뤄지는 건설공사를 금지하기도 한다. 영하권 콘크리트 타설·배양의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이 같은 점을 보다 널리 알리고자 지난해 초 '영하권 추위 속 콘크리트 타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는 보도를 낸 바 있다. 해당 기사의 주된 내용은 '동해 방지 차원에서 압축강도 5MPa 이상을 확보한 후 2일 간 0도 이상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표준시방서상 한중 타설 관련 규정을 '압축강도 12MPa'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동절기 온도 보양 부실시공 현황 파악 △시공사·감리사에 대한 영업정지와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에 대한 기술자격정지 등 처벌 강화 △콘크리트 타설 전일부터 12MPa까지 자기온도기록계 기록·의무보관 책임 부여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한파 속 작업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건설기술자를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우선 퇴출 대상으로 분류하는 현장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에도 한중 콘크리트 타설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관계당국, 국회, 건설사 등은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결국 지켜보다 사고가 터졌다. 지난 11일 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물 일부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됐다. 이로 인해 현장 노동자 1명이 부상을 입었고, 6명이 실종된 상황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하권 추운 날씨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져 양생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저하돼 수평 또는 수직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러자 해당 건설현장 시공사에서는 콘크리트 압축강도(공시체 시험강도)를 8~9Mpa(3일 강도)로 했으며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는 반박 자료를 냈다. 본지가 제언한 '12Mpa'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1차적 책임은 시공을 맡은 업체에게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고 예방의 1차적 책임은 정부와 지자체에게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12월 전국 3080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겨울철 현장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합동 점검을 실시했는데, 이번 사고 현장은 여기서 빠졌다. 공무원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또한 지방 기초의원이 2020년 이 건설현장에 대한 각종 위험 징후를 지적하고, 해당 현장과 관련해 서구청에 접수된 민원이 300여 건에 달했음에도 서구청이 내린 행정처분은 27건에 그쳤다. 영하권 날씨에 시공 중지 권한이 있는 광주시장은 현재 건설사 탓만 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참 나쁜 회사'라면서 말이다. '참 나쁜 정부와 지자체'도 맞는 말이 아닌가.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국민들이 다치기 전에 그만 지켜보고 한중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대한 규제 마련에 서둘러 나서주길 바란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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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순 2022-01-14 08:56:22
정곡을 찌르는 기사 멋집니다.
앞으로도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기사 많이 써 주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