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점검 대행→탄성→줄눈→단열필름’…꼭 다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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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점검 대행→탄성→줄눈→단열필름’…꼭 다해야 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4.19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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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입주 공식', 업계 관계자들 의견 들어 보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1.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탄성 코트→줄눈→입주청소→새집증후군→나노코팅→단열필름'이라는 '입주 공식'을 들먹이면서 입주예정자 단체채팅방에 계약 인증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미세 방충망' 교체가 필수라는 말도 이따금 보였다. 당초 입주청소만 전문업체에 맡길 생각이었던 A씨는 점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일단 조만간 열릴 아파트 입주 박람회에 가서 상담을 받아볼 예정이다.

#2. B씨는 최근 '사전점검 대행' 업체와 가계약을 맺었다.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 전문가들이 단순 육안 점검은 물론, 창호가 튼튼하게 설치됐는지, 고급 장비를 활용해 단열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 결로 하자 발생이 예상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준다는 입소문을 들어서다. 가격이 30만~4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굳이 쓸 필요가 있나 잠시 망설였지만 수억 원짜리 새 집에 온전히 입주하고픈 마음이 더 컸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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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새 전국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이사 전후 '사전점검 대행→탄성 코트→줄눈→입주청소→새집증후군→나노코팅→단열필름' 순으로 시공을 하는 게 일종의 공식처럼 거론되고 있다. 총 비용은 전용면적에 따라 다른데 보통 수백만 원이고, 프리미엄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1000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 가격대가 어지간한 가전제품과 비슷하거나 높다 보니 입주예정자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들 하는 걸 보면 대세에 따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덜컥 계약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파트 입주 공식, 꼭 다해야 하는 걸까. 전현직 건설사 임직원과 신축 아파트 현장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사전점검 대행에 대해선 본지가 직접 경험한 한 업체 사례를 소개하며 다뤄본다. 

 

교육 4시간 만에…‘나도 사전점검 전문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를 살펴보면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 서비스 매니저', '사전점검 보조 매니저', '사전점검 장비 전문가' 등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의 채용 광고가 종종 올라온다. '경력 무관', '학력 무관', '장비 사용법 몰라도 됨', '투잡 우대', 요구하는 자격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중 한 업체에 직접 이력서를 넣었고, 얼마 후 연락이 왔다. '스마트폰과 타블렛PC 등을 다룰 줄 아느냐', '○월 ○일부터 며칠간 근무 가능한가',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느냐' 등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했다.

교육을 받으러 가 보니, 수십여 명의 교육 참여자 중 대부분이 가정주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1세대당 3~4만 원으로 꽤 수입이 짭짤한 아르바이트여서 주변 지인 소개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옆 자리에 앉은 한 아주머니께서 귀띔했다. 남성은 5명쯤에 불과했다. 교육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4~5시간 가량 진행됐다. 5대 건설사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소장'이라는 자가 교육을 맡았다. 어느 부분을 주로 체크해야 하는지 등을 사진·영상 자료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고객(입주예정자)의 질문과 컴플레인에 대한 대응팁도 간간이 소개했다. 스마트기기, 앱 등 사용법을 교육하고, 직접 다뤄보는 시간도 있었다.

업체에선 남성 교육 참여자들을 따로 불러 모았다. 공기질 측정기, 열화상 카메라 등 전문 장비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난생 처음 보는 기기였지만 조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공기질 측정 수치, 열화상 사진 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습득하기 불가능했다. '장비 전문가가 다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업체 측은 팀장급 인력이 있긴 하지만 일이 많이 몰려 사람이 부족할 수 있고,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교육이 끝났고, 업체 측은 어느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니 시간에 맞춰 나오라고 통보했다. 그렇게 '나도 사전점검 전문가'가 됐다.

비전문가가 약 4시간의 교육을 받고 사전점검 전문가가 돼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점검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특정 회사의 일만이 아니라 일종의 관행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건설사 전(前) 직원은 "건설사 근무 경력을 내세워서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 업체를 차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처음에는 전문가를 고용해서 제대로 하려고 하지만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이내 아르바이트를 쓰거나 인력파견회사를 사용하게 된다. 아파트 분양이 매일처럼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물론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하는 업체도 있긴 하나, 대다수는 이런 식이다. 입주청소 업체가 서비스로 해주는 육안 점검이랑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전점검 기간 내 방문이 어려운 입주예정자들에게만 권하고 싶다. 입주 전에 하자보수를 완료해 깔끔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대부분의 하자는 살면서 발견하는 것이다. 정말 형편 없는 시공사가 아닌 이상 입주 1~2년차 안에 하자보수는 거의 마무리가 된다"며 "업체에선 주로 전문 장비를 사용해 하자를 점검한다고 홍보하는데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사검 때 열화상 카메라에서 파란색(온도가 낮은 부분)이 많아 결로가 예상된다고 시공사나 하청업체에서 그거 보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난방 배관도 체크한다는데 그걸로는 파악할 수가 없다. 실익이 없다는 뜻이다. 공기질이야 요즘 기계가 얼마나 저렴하게 잘 나오는데 걱정이 되면 하나 장만해서 직접 측정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다만, 사전점검 대행 업체에선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건설업자들이 괜한 꼬투리를 잡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사전점검 대행 업체 대표는 "반나절 정도 교육해서 바로 투입되는 알바들은 어디까지나 보조다. 메인은 건축기사 자격증 등을 갖춘 전문가들이 맡는다"며 "입주민들은 하자를 많이 잡아주면 좋아한다. 반면, 건설사들 입장에선 당연히 전문가들이 하자를 잡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일부 건설사들은 사전점검 대행 업체 관계자들이 세대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막기도 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곰팡이 잡는 탄성코트'·'청소 편한 줄눈', 잘못하면 '毒'된다
"이사 전 마무리하고픈 마음 이해하지만…'先거주 後시공' 합리적"


최근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입주청소와 더불어 입주 전 필수 항목으로 여겨지는 줄눈 시공. 요즘에는 사진과 같이 청소를 자주 안 해도 표가 나지 않는 어두운 색 줄눈 시공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독자 제공
최근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입주청소와 더불어 입주 전 필수 항목으로 여겨지는 줄눈 시공. 요즘에는 사진과 같이 청소를 자주 안 해도 표가 나지 않는 어두운 색 줄눈 시공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독자 제공

사전점검 다음 입주 공식은 탄성 코트와 줄눈 시공이다.

탄성 코트는 고무와 같은 방수 원료가 들어간 페인트를 말한다. 시공업체에선 베란다 등 습기에 취약한 벽면에 탄성 코트를 칠하면 곰팡이가 생기는 걸 100% 예방 가능하다는 식으로 입주예정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100% 거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도료업체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단열이 제대로 안 돼 결로가 발생하는 벽면에 피어나는 곰팡이를 완전 차단할 수 있는 페인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탄성 코트를 칠해도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벽에는 환기를 자주 시키지 않으면 탄성 코트 위로 곰팡이가 나타나고, 결로도 막을 수 없다. 요즘 나온 바이오 세라믹도 마찬가지다. 탄성 코트 대비 결로와 곰팡이를 최소화하는 기능이 우수한 것이지, 100% 예방할 순 없다. 오히려 결로가 심하면 페인트가 뜨면서 보기가 더 안 좋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추가 시공도 어렵다"고 단언했다.

물론,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는 "벽면이 '반딱 반딱'해지는 효과는 확실하다. 보기에 깔끔하고 좋다. 청소가 용이한 측면도 있다. 기본 벽면에 생긴 곰팡이는 독한 제거제를 써도 잘 닦이지 않는데, 탄성 코트 시공을 하면 물티슈나 걸레로 쓱쓱 문지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줄눈 시공은 세대 현관 앞과 화장실 타일 사이에 기존 시공된 시멘트 등을 벗겨 내고, 특수 도료를 칠하는 것이다.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입주청소와 더불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공이기도 하다. 줄눈 시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타일 사이에 끼는 물때나 곰팡이 등을 제거하기 수월해 청소가 간편해지는 효과가 확실해서다. 특히 최근에는 유리질 등이 함유된 검은색 줄눈 시공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색이 어둡다 보니, 청소를 자주 안 해도 티가 크게 나지 않고, 반짝거리기 때문에 심미성도 누릴 수 있어서다.

중견건설사의 한 현장소장은 "줄눈 시공은 보통 입주자들이 청소 편의를 위해서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건설사에서 유상옵션으로 줄눈 시공을 제공하는 현장도 있는데 최근엔 색상 같은 것도 워낙 잘 나왔더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새 아파트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줄눈도 요즘엔 질이 꽤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탄성 코트든, 줄눈이든 시공 시 경우에 따라서 입주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있다. 탄성 코트·줄눈 시공 후 해당 부분에서 발견된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을 아파트 건설사가 회피하거나 시공업체에 떠넘기는 사례가 여럿 있어서다. 창호 유리 단열필름 시공, 방충망 교체 시공 등도 마찬가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자체 시공을 한 부분에 대해 하자보수를 요청하면 난감할 때가 있다. 우리의 실수인 건지, 다른 시공업체의 책임인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와 계약한 하자보수 협력사에서는 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해서 이런 경우 하자보수가 불가하다고 할 수가 있다"며 "이사 전에 입주민들이 기본적인 공사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가급적 일정 기간 살아보고 하자보수를 거친 뒤 시공을 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정 시공을 해야 한다면 해당 업체에 AS가 언제까지 보장되는지, 아파트 건설사에서 하자보수를 한 뒤에 이를 보완하는 시공도 가능한지 등을 꼭 확인하고 계약서상에 반드시 명시한 뒤 서명을 해야 한다"며 "이 분야 종사자로서는 입주청소와 줄눈 시공 정도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보통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주는 업체들이 많다. 이밖에 탄성 코트나 조명, 주방·화장실 코팅, 단열필름, 방충망 교체 등은 거주해보고 자신의 집 상황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가구, 가전 하나 더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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