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2016년 진박 파동이 없었다면?
[정치텔링] 2016년 진박 파동이 없었다면?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9.01.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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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의 권력 독점욕이 낳은 보수의 비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진박 감별사로 전국을 누비던 최경환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 현대사는 격동의 시대다.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했으나, 미국과 소련의 군정으로 3년간 다시 외세의 지배를 받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초대 이승만 정부부터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12명의 대통령이 배출되는 동안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많은 정치적 격변기를 보내며 현재에 이르렀다.

<시사오늘>은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 현대사의 고비마다 펼쳐진 선택의 순간에서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가상(假想)의 정치를 펼쳐보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는 2016년 보수의 몰락을 초래한 ‘진박파동’을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1. 보수 몰락의 촉진제 ‘진박파동’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자신감이 넘쳤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리더십 부재와 계파 갈등으로 지리멸렬한 상태였고, 특히 안철수 의원이 호남계를 이끌고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야권 분열이라는 뜻밖의 호재를 맞이했다.

당시 여권은 20대 총선에서 180석+∝라는 허황된 기대감에 빠졌다. 최경환 의원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계 실세 등은 누구나 공천해도 당선될 것이라는 오만에 빠져 ‘진박(眞朴)’이라는 신조어를 창출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진박 감별에 나섰다.

당 대표였던 김무성 대표도 이들의 행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무성 대표는 ‘옥쇄 갖고 나르샤’라는 희대의 코미디극을 연출하며 진박에 맞섰다. 이들의 눈에는 정작 ‘국민’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당내 패권 장악에만 몰두했고, 야권 분열의 어부지리을 얻고자 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새누리당의 참패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완승했고, 호남은 국민의당의 새로운 텃밭이 됐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던 낙동강 벨트가 무너졌고, TK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깃발이 나부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라는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애써 외면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놓고 고질적인 계파 갈등에 빠졌다. 총선이 끝나고 변할 줄 모르는 새누리당에 천벌이 내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식물 대통령이 됐고, 결국 2017년 3월 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다.

곧이어 5월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보수의 몰락은 진박파동에서 시작됐다.

#2. 만약 진박 파동이 없었다면?

시간을 다시 2016년 초로 돌려보자.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계의 정권 재창출이 아닌 ‘보수 정권 재창출’이라는 사명을 갖고 탕평 공천을 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통해 그동안 하지 않았던 탕평의 정치를 펼치기로 했다. 먼저 권력 투쟁에 몰두한 친박계 핵심 인사 설득에 나섰다.

대한민국의 중흥을 위해선 보수의 재집권이 절실하다는 아젠다를 제시하며, 이번 총선은 보수 정치권의 모든 인재들을 최대한 발굴해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자는 뜻을 밝혔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일부 강경파들이 반발하지만 카리스마 정치인의 대명사 박 대통령의 레이저 광선에 수용의 뜻을 밝힌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김무성 대표, 유승민 의원, 남-원-정 등 비박계 핵심 인사들을 초대한다. 친박계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며 비박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또 이번 총선을 계파 나눠먹기가 아닌 보수의 미래를 위한 인재의 등용문으로 만들자고 전격 제안한다.

박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진 비박계는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대신 비박계의 추천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화답했다.

비박계도 모든 의구심을 풀고 오직 총선 승리를 위한 인재 영입에 나선다. 마침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호남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대대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며 보수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만들었다.

합리적 추론-다시 2019년 1월로 복귀하자. 지금까지 ‘진박 파동이 없었더라면’ 이라는 가상의 정치 상황을 펼쳐봤다. 2016년 진박 파동은 권력이라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빠진 보수의 독(毒)이 됐다. 하지만 현재의 보수 정치권은 2016년과 별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의 어부지리로 21대 총선을 기대하는 한심한 작태가 자유한국당의 현 모습이다. 이젠 자신들의 패를 보여주며 유권자에게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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