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말글의 잡풀을 없애자
[사색의 窓] 말글의 잡풀을 없애자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3.2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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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거리를 오가다 보면 말글생활을 어지럽히는 게시물을 보게 된다.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 잘 쓰지 않는 말을 사용해 보는 이를 주눅 들게 하는 것이 많다. ‘내가 배움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나’라는 자괴감마저 느끼게 한다. 고압적인 어휘와 어투로 ‘이렇게 정했으니 무조건 따라 오라’는 식이다. 이런 글들은 남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언어생활을 흐리게 하는 흐름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바른 우리 말글로 바로잡아야 할 말의 ‘잡풀’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영문으로 된 기업 이름이 거리를 점령해 버린 지는 오래됐다. 이게 그것 같고, 그게 이것 같아 헷갈린다.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표기하는 것은 이미지 향상과 세계화 전략의 하나’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긴 하지만 이해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최인호 전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은 “우리 말글의 세계화는 회사·상품·사람·동식물 이름 짓기 등 온갖 분야에서 각별한 홍보와 집중적인 전략개발이 필요하다”며 “제 것을 챙겨 명품으로 가꾸고자 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농사꾼의 자식이라 시골 어머니께서 농작물을 어떻게 가꾸는지 잘 안다. 어머니는 텃밭에 잡초가 나면 가만두지 않는다. 농작물에 해가 되는 것은 뽑고 뽑아야 튼실한 결실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어머니는 호미로 잡초를 솎아내었다. 

우리의 말글 밭에 늘어나는 잡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말글보다 들어온 말글 사용을 중시하는 흐름은 이젠 유행을 지나 일상생활이 된 듯하다. 한글맞춤법에 맞지 않는 말글을 사용하는 네티즌이 많이 생겼다. 넹, 하이염, 방가 등등 인터넷언어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커가면서 올바른 언어사용에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 말글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낮다는 조사 결과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말글에 대한 의식이 흐려져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 것을 버리면서까지 남의 것을 따라간 결과일 것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겨볼 일이다. 

군자역의 이 광고판은 그릇된 표기 하나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되었다. 잘못 쓰인 낱말 하나가 뭐 큰 문제냐 하겠지만, 공공장소에 잘못 쓰인 말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된다.  ⓒ시사오늘
군자역의 이 광고판은 그릇된 표기 하나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되었다. 잘못 쓰인 낱말 하나가 뭐 큰 문제냐 하겠지만, 공공장소에 잘못 쓰인 말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된다. ⓒ시사오늘

서울지하철 5호선 군자역 내부 광고판에는 잘못 표기된 우리 말글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통증, 뿌리 뽑겠습니다’로 써야 하는데, ‘통증, 뿌리 뽑겠습니다’로 돼 있다. ‘그대로, 전부’라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문장이기에 ‘째’(접미사)를 쓰는 게 맞을 것이다.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라는 뜻을 나타내는 명사로 ‘산 채로 잡다’처럼 쓰인다. 

군자역의 이 광고판은 그릇된 표기 하나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되었다. 잘못 쓰인 낱말 하나가 뭐 큰 문제냐 하겠지만, 공공장소에 잘못 쓰인 말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된다. 서울지하철 5, 7호선 환승역인 군자역은 작년 기준으로 하루 약 5만 명이 이용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말글의 잡풀은 솎아내야 한다.

잘못 쓰인 말글은 비단 상업광고판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교열 기능이 약화된 언론매체의 홈페이지에는 오탈자 및 비문법적인 문장이 즐비하다. 어렵고 낯선 국적 불명의 말글이 우리 말글을 병들게 하고 있다. 우리 말글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잘못된 문장은 바로잡아야 한다. 

건설현장에는 국적 불명의 복잡하고 낯선 용어가 난무한다. 업무라는 말보다 ‘노가다’, 끝보다 ‘시마이’란 단어가 많이 쓰일 정도로 비정상적인 언어사용이 고착화돼 있다. 이 외에도 할당량을 뜻하는 ‘야리끼리’, 지렛대란 뜻인 ‘빠루’, 운반이란 뜻의 ‘곰방’이 쓰인다. 건설업이 일제 때 국내에 정착됐기 때문인지 건설용어에는 아직도 일본식 표현이 많이 남아 있다. 군대나 법조계처럼 용어순화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올바르고 원활한 언어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 말글을 살려 쓰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말글생활은 텃밭 가꾸기와 상통하는 점이 많다. 그것은 연중행사가 된 어머니의 텃밭 매기처럼 땀을 많이 흘려야 하는 일이다. 올 여름에도 텃밭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날 것이다. 호미 들고 잡초를 뽑으러 나갈 어머니의 얼굴이 선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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