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빗나간 회장님들의 ‘기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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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빗나간 회장님들의 ‘기부 약속’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6.2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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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은 경영승계 한 수단?”
사회공헌보다 재산 대물림 목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회장님들의 기부 약속은 공익재단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본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오너 일가를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에 현금이나 부동산을 출연했을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인터넷커뮤니티
회장님들의 기부 약속은 공익재단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본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오너 일가를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에 현금이나 부동산을 출연했을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인터넷커뮤니티

우리의 회장님들은 선한 기부보다는 재산 대물림이라는 ‘검은 기부’를 선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후 이뤄지는 여론무마용 기부가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회장님의 약속은 공익재단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본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오너 일가를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기부약속이 공익재단 출연으로 이어지고, 공익재단의 재산은 이후 자식에게 승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이 상속세 탈루의 한 수단이 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재단 이사회만 장악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 당시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해놓고 청계재단을 만들어 뒷전에서 좌지우지한 것과 비슷하다. 정말 기부를 하려 한다면 굳이 없는 재단을 만들어서 할 필요 없이 다른 곳에 기부를 하든지 신탁을 하는 게 차라리 재산 사회환원 차원에서 올바르다. 

핵심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 우리 재벌들의 공익재단은 외관상 공익사업을 하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재벌총수가 특정인에게 자신의 재력뿐만 아니라 경영권까지 넘겨줄 수 있는 키(Key)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재벌들은 왜 공익재단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에 현금이나 부동산을 출연했을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실제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 165개 중 112개가 출연 주식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우리와 다르게 외국의 기업가들은 평소에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며,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꼼수’를 부리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부를 '부자의 덕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올바른 기부문화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딸이 태어났을 때 재산의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약 52조원 규모다.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저커버그의 뜻은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천문학적인 기부를 하고 나눔을 실천하려는 기업가는 저커버그 외에도 많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2010년에 시작한 ‘재산 절반 기부 서약’이 눈길을 끈다. 현재 마이클 블룸버그, 데이비드 록펠러, 팀 쿡 등 140명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부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다. 

물의를 빚으면 고개 숙이고 ‘여론무마용 사재 출연’을 약속했던 회장님들. 재산과 기업 경영권을 피붙이에게 승계하려고 탈법과 불법, ‘꼼수 기부’라는 외줄타기를 하는 우리의 재벌들은 어떤 세상을 갈구하는지 궁금해진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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