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광화문 광장의 조국 규탄 집회…“6월 항쟁 이후 처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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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광화문 광장의 조국 규탄 집회…“6월 항쟁 이후 처음 나왔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8.24 19: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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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촛불집회 이어 시민 참여 예상 외 뜨거워
한국당 집회 넘은 민심 이반 두드러진 현장에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24일 광화문 광장 일대로 문재인 정부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규탄하는 집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시사오늘
24일 광화문 광장 일대로 문재인 정부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규탄하는 집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시사오늘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체감 상 유독 멘트 받는 게 어려웠다. 용감함을 자처한 이들도 있었지만, 불이익 받을까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젊은 층들일수록 더욱 답변을 피했다. 30대 남자 둘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 란에다 이름을 적고 있었다. 어떻게 오게 됐나는 질문에 자신들은 ROTC(학군사관) 출신이라고 했다. 그걸로 답을 대신하며, 더 이상의 말은 안 했다 서둘러 집회 현장 속으로 사라졌다.

또 다른 30대 남녀는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서 집회 현장을 응원했다. 그들이 손에 쥔 종이 피켓위에는 “조로남불 위선정권” “아무나 흔들어대는 나라, 이게 나라냐”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어떤 점에 가장 분노해 참가하게 됐냐고 묻자, 자신들은 서울의 모 공무원이라고 했다. 원래 공무원들은 집회에 참여하면 안 됨에도 조용히 힘을 보태고 싶어 왔다며 더 이상은 말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 인파들. 한국당 주최로 열린 집회지만, 한국당만의 리드는 아니었다. ⓒ시사오늘
광화문 광장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메운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 인파들. 한국당 주최로 열린 집회지만, 한국당만의 리드는 아니었다. ⓒ시사오늘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메운 장외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조국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시사오늘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메운 장외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조국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시사오늘

 

그중 서울에 거주한다는 한 시민(남‧50대)은 익명을 전제로 “나는 87년 6월 항쟁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에 분노해 거리에 나온 이후 처음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부에서 국민 보기를 너무 우습게 본다. 가만히 있다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더 무시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부득불 왔다는 말도 했다. 비록 최소한의 성 씨조차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부글부글 끓는 민심의 현장을 똑똑히 보라는 점 또한 강조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다는 20대 커플 남녀(둘 다 성은 이씨)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의혹 때문에 집회에 오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또 다른 30대 청년은 “이게 그가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것이냐. 내로남불 위선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어디서 왔냐” “감시하러 왔냐”는 적대적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르게는 “어제(23일) 고대, 서울대 촛불집회 보면 학생들 역시 무서워 마스크 쓰지 않았냐”, “틀딱충(노인 폄훼 신조어)만 오는 게 아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이게 민심” 이라는 분노의 소리도 들렸다.

수원에서 왔다는 최모 할머니(76세)는 “나라가 나라꼴이 아니다”며 “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왔다. 안보 경제 사회 모두 이대로 방관할 수 없지 않냐”고 분개했다. 서울 거주 80살 넘었다는 할아버지는 “나라가 걱정이다.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다 죽을 것 같다”는 말로 참여 동기를 밝혔다. 이외에도 “조국 한 개인을 지키는 정부가 정부냐”며 “나는 대한민국을 지킬 거다. 앞으로 집회에 계속 나올 것”이라는 시민의 일침도 전해졌다.
 

예상외의 집회 규모를 보인 광화문 광장 장외집회는 여러 시민들이 종이피켓과 직접 적은 손글씨 등을 갖고 정부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시사오늘
예상외의 집회 규모를 보인 광화문 광장 장외집회는 여러 시민들이 종이피켓과 직접 적은 손글씨 등을 갖고 정부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시사오늘

이 모두가 24일 한낮의 ‘문재인 정부 규탄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자유한국당 광화문 집회에서 들려온 얘기들이었다. 주로는 장년층이 많았지만,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광장 일대를 빼곡히 메웠다. 세종문화회관 주변은 물론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 그 너머로 보이는 분노의 물결은 뜨거웠다. “대한민국 파괴 저지” “평등 공정 정의? 못 찾겠다 문 정권” “조국은 사퇴하라 문재인은 사죄하라”등의 글씨가 쓰인 종이 피켓들이 햇빛에 반사돼 이글거렸다.

주체는 분명 한국당에서 똘똘 뭉쳐 장외로 나온 것이지만, 단지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될 집회는 아니었다. 서울역에서부터 행진해 온 듯한 조원진 홍문종 공동대표 진두지휘의 우리공화당 태극기집회 규모도 보였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나마 집회의 물결을 함께하려는 일반 시민들의 움직임도 컸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는 20대 자매들, 초등학생 손 주 두 명과 함께 온 할아버지 등 다양한 연령층이 “살리자 대한민국”구호에 동참하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살리자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는 장외 집회 참가자들 한국당이 마련한 무대 위 전광판을 통해 보이고 있다. ⓒ시사오늘
살리자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는 장외 집회 참가자들 한국당이 마련한 무대 위 전광판을 통해 보이고 있다. ⓒ시사오늘

 

상당한 규모였다. “5만 명?”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세종문화회관 2층에서 집회를 지켜보는 한 할아버지는 어림잡아 눈대중으로 족히 수만 명은 참가한 것 같다며 웃었다. 시민들과 인사하며 중앙 무대로 올라가기 전의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시사오늘>에 “사상 최대의 규모가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참가자들의 지지를 받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의 장외집회는 ‘살리자 대한민국’ 구호들로 넘쳐났다. 참여 단체들을 모두 호명한 전희경 대변인, “청년으로써 분노한다”는 이준호 청년부대변인, “태극기 말고 분노의 촛불을 들어 조국을 끌어내리자”는 김진태 의원,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권교체 밖에 없다” “보수가 똘똘 뭉쳐야 한다”는 나경원 원내대표, “안녕하지 못해 광장으로 다시 나왔다” “죽을 각오로 싸우자”는 황교안 대표 등의 연설이 대중의 기를 받고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전날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방학임에도 예상외의 학생 참여로 ‘조국 정국’에 대한 청년의 분노를 대변했다면, 이번 광화문 한국당 집회는 국민의 나라 걱정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시사오늘>의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23,24일 학생과 시민들의 정치 참여 양상이 조국 정국 향방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그 규모가 클수록 정부의 출구전략 또한 고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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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08-25 10:40:36
왜 조국에 집착하는지.
휘어지지 않고 부러지겠다는 신념?
다른 정책이라면 그렇다 할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인물이 조국 한 사람 뿐이라는 말인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경자 2019-08-25 10:35:51
반드시 조국이어야 하더라도 ... 문 정권이 위태롭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