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김모 씨(30대·경기)은 LG유플러스에서 5G 휴대폰을 구매했으나, 5G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아 업체에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입 시 사용 환경에 따라 LTE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에 동의했기 때문에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는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보상은 받지 못한 상태다. 

엄모 씨(40대·창원)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5G서비스의 빠른 속도를 기대하고 5G스마트폰을 구입했지만, 자택과 직장에서 5G통신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통신사에 문의하니 “창원 지역에는 기지국이 부족해 5G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는 변명을 받았다. 엄 씨가 “앞으로는 설치할 예정이냐”고 묻자 통신사는 “아직 기지국 설치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엄 씨는 “휴대폰 구입 당시에 이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모 씨(50대·광주) 역시 지난 8월 거주지에 5G기지국이 설치된다는 말만 믿고 5G 스마트폰에 가입했다. 그러나 10월이 돼도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아 불만을 제기하니 “12월 말까지 확신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위 내용은 모두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실제 소비자상담 내역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9년 4월(5G 상용화) 이후부터 올 상반기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상담을 분석한 결과, 5G 관련 불만 중 압도적 1위는 ‘통신망 부족’으로 드러났다. 

2019년에 접수된 불만 중 581건(96.4%), 2020년 상반기 240건(94.1%)이 ‘통신망 부족’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통신사가 ‘5G 시대’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는 반면, 소비자들은 5G기지국 부족으로 인한 불만과 피해를 연이어 겪고 있는 것이다. 

또한 5G 서비스 관련해 소비자 불만이 제일 많았던 통신사는 KT(32%), SK텔레콤(27%), LG유플러스(25%) 순으로 나타났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5G서비스 소비자 피해실태 및 이용 활성화 토론회’에서 “휴대폰 개통단계에서 5G 통신망 확대를 믿고 구매했지만 약속한 기한이 돼도 설치가 되지 않아 고가의 요금제를 내며 LTE를 사용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한범석 통신분과장은 “이통3사는 ‘초시대’, ‘초능력’, ‘일상이 바뀌는’ 등의 표현들을 사용하며 시골 할머니댁에서도 5G 서비스를 이용 가능한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상은 2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통신 불통”이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 단말기와 비싼 요금제임에도 5G 서비스를 선택했는데 광고와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5G 서비스 ‘불통’의 원인에는 '기지국 부족'뿐만 아니라 '기술 구조적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분과장은 “이론상으로는 5G 속도는 28GHz 주파수 대역의 단독모드(SA)에서 LTE와 비교해 20배가량 빨라지지만, 국내 이통사들의 5G 기술은 3.5GHz 대역에서 5G망과 LTE망을 연동해 쓰는 비단독모드(NSA)에 머물러 있다”면서 “두 개 망을 연동하다 보니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고 접속이 5G에서 LTE로 전환되는 일은 잦을 수밖에 없다. 기지국 확충과 더불어 품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