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의 역습②] ‘플렉스’에 울고 웃는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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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의 역습②] ‘플렉스’에 울고 웃는 MZ세대
  • 장대한 기자,한설희 기자
  • 승인 2021.11.2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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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일찍이 포기, 나를 위해 지갑 연다”…MZ세대에 드리운 그림자
비싼 것 팔아 이윤 남기는 기업들 ‘싱글벙글’…프리미엄 전략 가속화
양극화 심화에 고가차 성장 전망 ‘파란불’…코로나19 팬데믹의 역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한설희 기자]

프리미엄 시장의 ‘큰손’으로 MZ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MZ세대의 민심을 잡는 것이 곧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하게 됐다. ⓒ 시사오늘
프리미엄 시장의 ‘큰손’으로 MZ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MZ세대의 민심을 잡는 것이 곧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하게 됐다. ⓒ 시사오늘 김유종

프리미엄 제품군의 ‘큰손’으로는 MZ세대,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의 청년층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특성이 강한 소비층으로 꼽힌다. 구매 자체를 경험으로 여기고 SNS에 공유하는 것을 중시하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여행 등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프리미엄 소비에 더욱 탐닉하게 된 것.

LG전자 자체 조사에 따르면 출시 후 1년 동안 오브제컬렉션 제품을 구매한 고객 중 4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특히 오브제컬렉션은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도 MZ세대로부터 호응을 얻어 대세로 자리잡았다. 갤럭시Z 플립3는 2030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높았으며. 구매 고객의 약 54%가 MZ세대 소비자로 분석됐다. 더불어 △카페 노티드 △젝시믹스 등 MZ세대 선호도가 높은 40개의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 액세서리를 출시한 것도 인기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MZ세대 민심을 잡는 것이 곧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하게 된 셈이다.

 

“집은 일찍이 포기, 나를 위해 지갑 연다”…MZ세대에 드리운 그림자


갤럭시Z 플립3는 2030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높았으며. 구매 고객의 약 54%가 MZ세대 소비자로 분석됐다. ⓒ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3는 2030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높았으며. 구매 고객의 약 54%가 MZ세대 소비자로 분석됐다. ⓒ 삼성전자

비싸도 잘 팔리는 가전제품들. 그렇다면 사람들의 실질적 구매력도 좋아졌을까? 통계는 다르게 말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계층에 따른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청년층의 취업난은 지속됐다.

양극화 현상은 전혀 새로울 게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양극화는 심화된 반면, 소비 경향은 전 계층에서 강해진 것이 문제로 꼽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은 지난해 기준 232만 명으로 전년 대비 3만6000명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무주택 가구는 3.5% 늘어난 919만7000가구로, 지난 2015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900만 가구를 넘겼다.

집값 상위 10%와 하위 10%의 집값 차이(주택 자산가액 격차)는 지난 2019년 40.85배에서 지난해 46.75배로 커졌다. 상위 10%의 집값은 평균 13억900만 원으로 1년 사이에 2억600만 원 뛰었지만, 하위 10%의 주택은 2800만 원으로 고작 100만 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함께 몰아치는 고용 한파에 청년층의 고통도 배가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산출한 올해 상반기 연령별 체감경제고통지수 가운데 청년층은 27.2로, △60대(18.8) △50대(14.0) △30대(13.6) △40대(11.5)보다 월등히 높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 하위 20% 가구의 평균자산(2473만 원)은 상위 20%(8억7044만 원)의 3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 20%가 1년 동안 증식한 자산 규모(7031만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 셈이다.

불평등의 주된 원인으로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거론된다. 지난해 자산 상속·증여 규모는 신고액 기준으로 71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21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17년 대비 건물 증여는 3년 만에 건수는 2.2배, 금액은 무려 3.4배나 불었다.

계속되는 부의 대물림과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취업시장. 1년 사이에 집값이 고작 100만 원 오르는 작은 집에 강제로 갇혀있게 된 사람들. 소비의 불꽃은 이렇게 타올랐다.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집을 살수 없다는 절망감이 젊은 층에 만연하면서, MZ세대는 저축 대신 자기 자신을 위한 명품 소비와 가치 소비에 집중했다.

학계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보상소비’와 ‘보복소비’라는 말이 나왔다. 보상소비는 특정 제품 구매를 통해 심리적 결핍을 채우는 것, 보복소비는 억눌린 욕구를 사치품 구매로 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을 벌어도 내 몸 뉘일 곳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결혼이라는 미래 계획은 사치가 돼버렸다. 코로나19로 여행 등 외부 활동에 제약까지 생겼다. MZ세대는 그렇게 프리미엄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단적으로 백화점 내 명품 매출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주 고객층은 MZ세대다. 사람인이 지난 2020년 실시한 플렉스 소비문화 설문조사에서도 2030세대의 절반(52.1%)가량은 플렉스 소비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로는 △자기만족이 중요(52.6%)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다(43.2%)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34.8%)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 생각(32.2%) 등이 꼽혔다.

 

비싼 것 팔아 이윤 남기는 기업들 ‘싱글벙글’…내년에도 프리미엄 전략 가속화


한국 내 70인치 이상 올레드 TV 라인업은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1개까지 늘었다. ⓒ LG전자
한국 내 70인치 이상 올레드 TV 라인업은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1개까지 늘었다. ⓒ LG전자

기업들은 ‘거거익선’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버릴 리 없다.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에도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대부분 소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보다 더 큰 화면과 더 좋은 품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거거익선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양사 점유율은 36.9%다. 하이센스와 TCL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 32.4%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을 보면 한국 기업들이 52.1%로 훌쩍 뛴다. 고가 제품 위주의 프리미엄 한국 TV가 잘 팔리다 보니, 같은 대수를 팔아도 매출 규모가 훨씬 커 수익성면에서 단연 앞선다.

삼성전자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TV 캎프레임’ 85형을 새로 출시했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더 프레임의 60% 가량은 75형 이상의 초대형 제품이다. 지난해 대형 비중이 12%였던 것에 비하면 일반(라이프스타일) TV 시장에서도 대형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LG전자 역시 고가 제품군인 올레드 TV 대형화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최초로 선보였던 83형 올레드 TV에 이어, 다음해 상반기 90인치대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내 70인치 이상 올레드 TV 라인업은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1개까지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올레드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앞으로도 올레드와 초대형 등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 비중을 늘려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극화 심화에 고가차 성장 전망 ‘파란불’…코로나19 팬데믹의 역설


수입차 시장에서 2030세대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 픽사베이
수입차 시장에서 2030세대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 픽사베이

고가차 구매 증가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양극화 현상 심화 속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쓸 곳이 없다”는 소비자들이 유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코로나19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와 보상 격으로 가치 소비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019년 2030세대의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5만9635대였는데,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오히려 6만5601대로 늘었다. 올해도 10월까지 5만3308대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세대가 신규 구매한 7000만 원 이상의 수입차 대수도 2019년 1만5406대에서 이듬해 1만7357대, 올해는 1만5813대로 앞선 수치와 비슷한 성장 흐름을 보인다.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 구매 대수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 2019년 2157대에서 2020년 3870대로 급격히 늘더니, 올해는 10월까지 5515대로 대호황이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 소비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극화 심화는 건강한 소비문화와 경기 부양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자칫 과소비를 부추길 경우 ‘카푸어(Car poor)’ 양산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완성차 메이커들 입장에서도 큰 차와 SUV, 프리미엄 라인업에만 몰두하다보니 실용적인 데일리카의 개발 필요성을 잃게 되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는 향후 가성비 모델의 입지 위축으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높인다.

일례로 지난 2016년부터 각광받던 소형SUV 시장 역시 점차 쇠퇴기에 놓이며 준중형, 중형 SUV 시장에 수요를 뺏기고 있다. 그 사이 쏘울과 스토닉 등이 단종을 겪었다. 소형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아베오 △SM3 △클리오 △액센트 △i30 등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엔트리카 구매의 기준점이 경차·소형차에서 쏘나타가 돼버렸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는 트렌드와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 발맞춰야 하는 만큼, 크고 고급스러운 모델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기술과 첨단 안전 사양 확대로 가격 상승 역시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잘 팔리는 고급화 모델들에 수요가 집중되다 보니 작은 차급의 명맥이 끊기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받아들여진다.

물론 모델 노후화와 경쟁력 상실 등에 따른 단종 결정을 거스를 수 없지만, 그만큼 고객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부메랑 효과로 돌아온다는 점은 시사점을 남긴다. 이에 가성비 모델들의 경쟁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프리미엄 시장의 호황으로 “살 사람은 다 산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차급에서의 신차 출시와 가격 경쟁을 통한 견제·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메이커들이 프리미엄 차급에만 몰두하다보면 결국 그 피해는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돈이 안되는 시장은 포기하고 수익성만을 쫓는 왜곡된 자동차 시장 성장은 가격 상승과 선택권 축소를 야기한다. 모든 고객들의 수요와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고급 모델과 가성비 모델이 공존하는 투트랙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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