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미아동 개발사업 본격화…수익성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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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미아동 개발사업 본격화…수익성은 물음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4.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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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KT&G(케이티앤지)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옛 궁전회관(궁전예식장) 부지(미아동 195, 194-2번지 등)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해당 사업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올해 케이티앤지 부동산 부문이 어느 정도 실적을 올릴 수 있을 지, 케이티앤지의 부동산 자산 유동화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지 추측할 만한 바로미터로 평가되는데, 관련 업계에선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프로젝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티앤지는 오는 4월 주상복합아파트인 '엘리프 미아역'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5층~지상 24층, 3개동, 전용면적 49~84㎡ 총 260가구(공공임대 34가구 포함) 규모로 조성된다. 타입별 세대 수는 △전용면적 49㎡ 21가구 △59㎡ △74㎡ 74가구 △84㎡ 21가구 등이다. 시공은 계룡건설산업이 맡았다.

이는 서울시·강북구청이 추진하는 '미아역세권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문재인 정부, 박원순 체제 하 서울시는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도심 주거정비 정책을 내놨다. 역세권 활성화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의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역세권을 고밀복합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 주택공급 확대 효과를 꾀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019년 9월 서울시는 역세권 활성화 시범사업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20일 케이티앤지는 미아동 195, 194-2번지 토지와 궁전회관 건물을 사들였다. 그리고 이듬해 5월 서울시는 케이티앤지가 매입한 미아동 부지를 1단계 역세권 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후 미아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케이티앤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급물살을 탔다. 당초 미아동 부지는 용적률 250%에 해당하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2021년 2월 발표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근거로 서울시는 해당 사업지를 '고밀 복합개발 적합성을 갖춘 부지'라 판단했고, 2022년 2월  미아동 부지 용도지역을 '근린상업지역'으로 변경했다. 용적률은 최고 600%로 확대됐다. 케이티앤지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관리계획이 지난해 10월 13일 결정된 직후인 같은 달 18일 계룡건설을 해당 사업 시공사로 선정한 것이다.

케이티앤지가 미아동 개발사업에 속도를 낸 건 올해 1월 발표한 약 4조 원 규모 '중장기 성장 전략' 영향으로 보인다. 케이티앤지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사업 매출을 확대하고, 전자담배와 건강기능식품 사업 비중을 제고하는 게 주요 골자다. 투자 재원의 절반 가량은 빠른 개발, 매각 등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통해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 시장 호황기 속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됐던 부동산 부문이 경기 침체에 따라 '무정란을 낳는 거위'로  전락하자 정리를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케이티엔지 부동산 부문(분양·임대 등)의 매출(내부거래 제외, 외부고객으로부터의 수익)은 2021년 7100억7600만 원에서 2022년 5914억8300만 원으로 16.7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보고부문영업손익)은 3100억5400만 원에서 2124억3300만 원으로 31.48% 줄었다.

특히 미아동 개발사업은 케이티앤지 입장에서 시간을 끌 필요가 없는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규모도 크지 않은 데다, 기존 보유 토지가 아닌 땅을 매입해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일정이 지연될수록 거머쥐는 돈이 줄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상 케이티앤지가 2019년 해당 사업장을 사들이는 데에 투입한 비용은 394억 원, 시공사인 계룡건설에 지급하는 용역비는 1148억288만 원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 사업 관련 지출만 1500억 원 이상이다. 현재 업계에선 엘리프 미아역의 분양가가 3.3㎡당 2600만~3100만 원 수준에 책정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과 미아동 일대 시세를 감안해 3.3㎡당 분양가를 2800만 원으로 잡으면, 케이티앤지가 해당 단지에서 거둘 분양 수익은 약 1700억~1800억 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단지 지하 1층~지상 3층에 들어서는 상가 임대·분양 수익을 더하면 케이티앤지는 엘리프 미아역을 통해 20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거론한 직접 지출을 제외하면 500억 원 가량을 챙기는 것이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비용이다. 우선,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인건비, 대관(對官)비, 금융비, 판관비 등이 반영돼야 한다. 부지 매입비에 대한 이자 등 기회비용도 존재한다. 또한 해당 단지는 상한 용적률을 적용받음에 따라 거점형 키움센터(지상 3층), 청소년 문화수련시설(지상 2층 청소년 문화의 집), 쌈지형 공원, 공공임대 물량 등 공공기여시설(용적률 증가분의 50%)이 사업시행자 순부담으로 마련돼야 하는데, 이는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케이티앤지에겐 일종의 매몰비용에 해당된다.

이를 만회하고자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청약 시장까지 분위기가 악화된 상태여서다. 실제로 엘리프 미아역이 들어선 미아동 일대에 지난해 한화건설(현 한화 건설부문)이 공급한 주상복합아파트 '한화 포레나 미아'에선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대거 발생해 현재까지도 회사보유분에 대한 분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엘리프 미아역의 경우 역세권 입지를 갖춘 소규모 단지여서 완판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 부동산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질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청이 있을 수 있다. 이밖에 고밀 지역에 조성되는 고층 주상복합인 만큼,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변수로 떠오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사업장 부근에 위치한 서울사이버대학교는 △교통체증 발생과 학생 안전 위협 △조망권 침해 등을 근거로 들어 2021년 12월 '학습권,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미아역세권 활성화사업 개선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이번 사업이 난항을 겪을 시 케이티앤지 부동산 부문은 올해 예상보다 더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정기주주총회 시즌 당시 보고서를 내고 2023년 케이티앤지의 단독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면서 "수원 부동산 분양 매출이 2022년 3800억 원에서 2023년 1700억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아동 개발사업과 더불어 케이티앤지 부동산 부문이 올해 추진하는 경기 안양 호계동 옛 LG안양연구소 부지 개발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케이티앤지는 2019년 LG그룹에 약 1400억 원을 주고 해당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이 사업지엔 지상 최고 20층, 516가구 규모 공동주택과 최고 18층 높이 지식산업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케이티앤지 측은 "미아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지난 1월 발표한 중장기 성장 전략이나 자산 유동화 추진과는 무관하게 계획대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며 "사업에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 있는 잠재적 비용은 이미 시공사에 지급한 용역비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또한 이미 원자재비 가격 인상이 이뤄진 상황에서 입찰이 진행된 만큼, 비용 상승분 역시 공사원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분양가는 시장 환경과 주변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분양가를 책정할 것이며, 교통체증이나 조망권, 안전 문제의 경우 일찍이 교육환경영향 평가 등 인허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을 주고받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엘리프 미아역은 지난달 말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관추천 특별공급안내문을 보내고 본격 분양일정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입주자모집공고는 오는 13일로 예정됐다. 모델하우스는 보문동1가 일원에서 운영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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