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복귀하자 임직원에 “정장 입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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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서정진 복귀하자 임직원에 “정장 입어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4.2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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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핸드폰·카페 이용 금지, 일일 청소검사 실시" 주장도
셀트리온 측 "팬데믹 완화, 직장인 마음가짐 새롭게 다짐해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자신을 셀트리온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사측의 '직장인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에 대해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린 글 캡처 ⓒ 시사오늘
자신을 셀트리온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사측의 '직장인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에 대해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린 글 캡처 ⓒ 시사오늘

셀트리온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인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안팎에선 시대착오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사측은 지난 19일 △라운드티·청바지·트레이닝 바지·후드티·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면바지·검은색 계열 운동화·단정한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상사·직장동료와 서로 목례로 인사 △출퇴근 시 주변 동료들에게 인사 등 내용이 담긴 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직원들 사이에선 해당 조치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눈치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 자신을 셀트리온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갑자기 당장 내일(20일)부터 복장 규정이 있다며 회사에서 공지가 내려왔다. 이 사건이 부디 공론화돼 이번 캠페인이 (사측의)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도 같은 게시판에서 "삐용삐용 셀트리온 진돗개 1호 발령. 로고 큰 티, 라운드티, 화려한 운동화, 청바지 금지. 올해도 글로벌 제약사로의 편입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서정진 회장을 향한 원성도 감지된다. 서 회장의 직접 지시로 이 같은 캠페인이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누리꾼은 "(이번 캠페인이 전개된) 사유는 (서정진) 회장이 회사를 방문했다가 (직원들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복장뿐만 아니라 점심시간 10분 전에 착석하라, 근무시간에 핸드폰 사용하지 마라, 카페테리아 가지마라 등 말도 안 되는 말도 했다. 지난번엔 책상이 지저분하다는 몇 마디에 갑자기 청소를 시키더니 직원들 서랍 검사까지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본지와 통화한 한 셀트리온 직원은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과 같은 소문이 내부에서 파다하다. 서 회장이 회사를 찾았는데 청바지를 입고 카페테리아에 앉은 직원들을 보고 격노를 했다고 들었다"며 "직원들 사이에선 일부러 회사에 대한 불만을 키워서 이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셀트리온이 지난 1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공지 메일 캡처 ⓒ 시사오늘
셀트리온이 지난 1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공지 메일 캡처 ⓒ 시사오늘

비판 여론은 회사 밖에서도 들린다. 여러 대기업들이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되레 정장을 권유하고, 직원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없애려고 시도하는 게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 속 해이해진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실적 부진에 빠진 회사를 재도약시키려는 서 회장의 의지를 이해할 순 있다. 다만, 요즘엔 여의도 증권가나 제약 영업사원들도 캐주얼 등 편한 차림을 하는 추세인데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치인 건 분명하다"며 "근무시간에 핸드폰 사용 금지, 카페 이용 금지도 이게 사실이라면 조금 과도하지 않나 싶다. 특히 직무마다 다르겠지만 핸드폰 없이 근무가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측은 앞선 공지 메일에서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다하는 문화 조성을 위해 상대방에게 먼저 인사하는 직장 내 예절 솔선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그간 코로나로 공장 간 이동 시 가운을 착용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고려해 캐주얼 복장을 허용했으나, 팬데믹 상황 완화에 따라 이러한 어려움도 해소됐다. 다시 직장인의 품격에 맞는 복장을 갖추고, 직장과 업무를 향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짐해달라"고 이번 캠페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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