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측 "팬데믹 완화, 직장인 마음가짐 새롭게 다짐해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셀트리온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인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안팎에선 시대착오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사측은 지난 19일 △라운드티·청바지·트레이닝 바지·후드티·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면바지·검은색 계열 운동화·단정한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상사·직장동료와 서로 목례로 인사 △출퇴근 시 주변 동료들에게 인사 등 내용이 담긴 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직원들 사이에선 해당 조치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눈치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 자신을 셀트리온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갑자기 당장 내일(20일)부터 복장 규정이 있다며 회사에서 공지가 내려왔다. 이 사건이 부디 공론화돼 이번 캠페인이 (사측의)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도 같은 게시판에서 "삐용삐용 셀트리온 진돗개 1호 발령. 로고 큰 티, 라운드티, 화려한 운동화, 청바지 금지. 올해도 글로벌 제약사로의 편입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서정진 회장을 향한 원성도 감지된다. 서 회장의 직접 지시로 이 같은 캠페인이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누리꾼은 "(이번 캠페인이 전개된) 사유는 (서정진) 회장이 회사를 방문했다가 (직원들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복장뿐만 아니라 점심시간 10분 전에 착석하라, 근무시간에 핸드폰 사용하지 마라, 카페테리아 가지마라 등 말도 안 되는 말도 했다. 지난번엔 책상이 지저분하다는 몇 마디에 갑자기 청소를 시키더니 직원들 서랍 검사까지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본지와 통화한 한 셀트리온 직원은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과 같은 소문이 내부에서 파다하다. 서 회장이 회사를 찾았는데 청바지를 입고 카페테리아에 앉은 직원들을 보고 격노를 했다고 들었다"며 "직원들 사이에선 일부러 회사에 대한 불만을 키워서 이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비판 여론은 회사 밖에서도 들린다. 여러 대기업들이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되레 정장을 권유하고, 직원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없애려고 시도하는 게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 속 해이해진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실적 부진에 빠진 회사를 재도약시키려는 서 회장의 의지를 이해할 순 있다. 다만, 요즘엔 여의도 증권가나 제약 영업사원들도 캐주얼 등 편한 차림을 하는 추세인데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치인 건 분명하다"며 "근무시간에 핸드폰 사용 금지, 카페 이용 금지도 이게 사실이라면 조금 과도하지 않나 싶다. 특히 직무마다 다르겠지만 핸드폰 없이 근무가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측은 앞선 공지 메일에서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다하는 문화 조성을 위해 상대방에게 먼저 인사하는 직장 내 예절 솔선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그간 코로나로 공장 간 이동 시 가운을 착용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고려해 캐주얼 복장을 허용했으나, 팬데믹 상황 완화에 따라 이러한 어려움도 해소됐다. 다시 직장인의 품격에 맞는 복장을 갖추고, 직장과 업무를 향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짐해달라"고 이번 캠페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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