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경제가 어렵다’…기로에 서있는 최저임금
[취재일기] ‘경제가 어렵다’…기로에 서있는 최저임금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6.13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7년 대선, 2020년과 2022년으로 양분된 최저임금 공약
최저임금 1만원엔 모두 동의했지만, 인상률에서 입장 엇갈려
기로에 서있는 2020년 최저임금, 인간다운 삶vs부작용 수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경제는 늘 어려웠다. IMF 경제 위기가 있을 무렵에 태어난 기자는 ‘경제가 어렵다’는 말과 함께 자라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말이 유독 크게 들리는 듯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기자에게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것도 모두 언론과 정치권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말했지만, 좌우간(左右間)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판 대상은 다름 아닌 ‘최저임금’이다.

2017년 장미대선, 각 후보의 최저임금 공약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임기 내 실현하겠습니다.”

혹자는 이 공약을 보고 진보 측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대선공약집 88페이지에 나온 내용이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각 후보의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을 모았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각 후보의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을 모았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처음 최저임금의 논쟁이 시작된 장미대선을 살펴보면, 당시 다섯 후보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기준은 ‘1만 원’으로 동일했다. 다만 임기 중간에 실현할지,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실현할지에 대한 시기의 차이는 2020년과 2022년으로 양분(兩分)됐다. 2020년을 주장한 후보는 셋으로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였으며, 2022년을 주장한 후보는 둘로 당시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있었다.

자연히 각 후보가 주장하는 시기에 따라 인상률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2020년까지 1만 원이 되기 위해서는 매년 15.7%, 2022년까지 1만 원이 되기 위해서는 9.2%의 인상률이 필요했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10년간(2010-2019년) 최저임금 시간급과 인상률을 정리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최근 10년간(2010-2019년) 최저임금 시간급과 인상률을 정리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결국 여야 간 최저임금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인상률’에 있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은 적게는 약 5%, 많게는 8%의 인상률을 보이다가, 2018년에는 최근 10년 중 최대 인상률 8.1%에 2배가 넘는 16.4%의 인상률이 결정됐다. 이내 2019년에는 인상률을 10.9%로 낮췄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두고, 2017년 7월 17일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위한 첫걸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인상률이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긍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규정 속도를 한참 위반했다”며 “최근 5년간 5-7% 오르던 인상률이 갑자기 16.4% 올랐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다른 의미로 아쉬움을 표했는데,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지난해와 달리 인상률이 컸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염원인 시간당 1만 원이라는 벽을 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각 공약별 최저임금 변화는?

각 공약별로 최저임금 변화를 나타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각 공약별로 최저임금 변화를 나타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앞서 설명했듯, 각 공약에 따른 인상률 기준이 다르다. 2020년까지 1만 원 공약을 이루기 위해 15.7% 인상률을 적용하면, 2018년 7490원에서 2019년 8670원을 거쳐야 2020년에 1만 원에 도달한다. 반면 2022년 1만원 공약을 이루기 위해 9.2% 인상률을 적용하면, 7070원, 7720원, 8430원, 9210원을 거쳐야 2022년 1만 원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2019년을 기준으로 공약과 최저임금을 비교한다면, 이는 애초 공약에 비해 320원이 적은 금액이다. 320원은 얼마 안 되는 금액처럼 보이지만, 2018년 최저임금이 공약에 비해 고작 40원 더 인상해 논란이 된 것을 보면 320원은 상당히 큰 금액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13일 최저임금 고시 위헌과 관련된 헌법소원 공개변론에서 “2018년과 2019년 인상이 예년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그 전에 최저임금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높아 보이는 것”이라며 “매년 15% 인상이 필요하지만 올해 인상은 대폭 줄었기 때문에 이미 속도조절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늦어도 7월 중순이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20년 최저임금을 의결하며, 8월이면 결정된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이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2020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결하더라도, 8350원은 당시 홍준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2022년 기준 1만 원 공약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번 2020년 최저임금 의결은, 2017년 각 대선 후보들이 “한 달 꼬박 일하고 150만 원으로 가족부양 하겠냐”며 인간다운 삶을 위해 결정한 최저임금 1만 원의 길과 당시에는 생각지 못한 부작용에 정책을 수정하는 길의 기로(岐路)에 서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