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광화문 광장과 아고라…우리공화당의 떼쓰기인가, 역차별인가
[취재일기] 광화문 광장과 아고라…우리공화당의 떼쓰기인가, 역차별인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7.01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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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그곳이 전쟁 중인 이유, 왜 …?
“서울시와 상의 안 해”vs"합법적 정치활동“
화분으로 천막 저지vs“朴시장의 정치탄압”
시민 광장도 진영과 권력으로 나뉘는 것일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광장은 프레임이 없다. 열린 공간이다. 굳이 문이 필요치 않다. 열쇠도 의미가 없다. 재갈이 물리지 않는 곳이다. 광장 그곳은 자유로운 정치토론의 장이자, 소통의 공간, 민주주의 발현의 장이다. 광장 하면, 아고라(agora)가, 우리에게는 광화문 광장이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 있던 광장 아고라처럼 광화문 광장도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과거 폴리스에서 종교와 토론, 집회 정치활동부터 시장과 상업, 문화와 사교 모임 등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듯 광화문 광장에서도 시민을 위한 공간적 여백이 주이다.

이곳은 그래서 상징성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을 메워왔고, 다양한 표현의 외침을 이어왔다. 노무현 정부인 2002년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뜨겁게 한국 축구 대표 팀을 응원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면서 유모차를 끈 주부부터 청소년까지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가 광화문 광장 위로 울려 퍼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탄핵 국면에 나온 수는 어마어마했다. 또 그 힘에 의해 박근혜 정부는 무너졌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최초의 정부가 됐다.

광화문 광장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 전시회를 비롯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광장 한 켠을 지키고 있다.ⓒ시사오늘
광화문 광장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 전시회를 비롯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광장 한 켠을 지키고 있다.ⓒ시사오늘

그런 이곳에,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대형 화분 80여개를 3m 간격으로 광화문 광장에 설치했다. 사람 키보다 높은 화분이 광장에 들어서자, 휑했던 아스팔트 바닥이 초록색 숲으로 탈바꿈했다. 각계각층 시민의 요구가 때로는 집회로, 때로는 전시회로, 때로는 천막으로 변화되며 활기를 이루던 곳이었다. 어떤 시민이 그 자리를 메울까, 여백으로 남겨뒀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느 정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됐다. 다시 예전처럼 촛불을 들고 나오기가 민망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시가 이렇게 바꾼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날은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천막이 그 근처인 서울파이낸스 건물 주변으로 옮겨가 있던 때였다. 전날(29일) 당 관계자에 물으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환영의 뜻을 전하고자 천막을 임시로 옮기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화분을 들여놨다. 일각의 표현대로면, 속칭 ‘알박기’를 했다는 전언이다. 부동산 투기 용어의 일환이지만, 공간을 미리 사수하려 할 때도 이 용어는 쓰이고 있다.

앞서 시는 우리공화당의 광화문 광장 천막 설치를 불법이라 규정하고, 지난달 25일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려 한 바 있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전협의 없이 광화문 광장을 무단 점유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시민 민원도 200건 이상 접수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우리공화당의 강한 반발로 철거를 강행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잠시 자리를 이동한 틈을 타, 화분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천막 저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공화당이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시위 중에 있다.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자리를 옮기는 틈에 서울시가 화분을 설치한 상황. 사진은 지난달 27일 집회 광경이다.ⓒ시사오늘
우리공화당이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시위 중에 있다.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자리를 옮기는 틈에 서울시가 화분을 설치한 상황. 사진은 지난달 27일 집회 광경이다.ⓒ시사오늘

반면 50일 넘게 천막당사를 설치 중인 우리공화당에서도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을 듯하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1일 청계광장에서 가진 최고위 회의에서 “천막 당사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의 활동”이라며 “언제라도 광화문 텐트를 설치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해 역습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공화당 대변인도 이날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과거 민주당은 시청 당사에서 101일간 천막당사 진행 중 4일만 신고하고 나머지는 불법이었다. 자유로운 정당 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원내의석을 가진 정당 활동을 서울시 조례로 막을 수 없다. 우리는 합법이고 천막당사는 계속될 것”임을 못 박았다. 

따라서 이들은 시의 철거 조치가 역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시가 강제 철거에 나서려 할 때, 조 대표 측은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광화문 역사상 강제 철거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촛불은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나. 동성애 성소수자는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나”라고 물었다. “녹색당, 정의당, 노조 등 수없이 천막을 쳤지만, 단 한 번도 철거를 안 했다. 그들이라고 민원이 안 들어왔겠나. 모두가 환호했겠나. 그런데 왜 우리공화당만 철거를 하느냔 말이다”라고 분개했다.

변상금 관련해서도 이들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흔히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치면, 변상금이란 걸 내게 돼있다. 조 의원 측은 “사전신고해봤자, 어차피 불법이니까 그동안 많은 정당이나, 시민단체는 물론 촛불 집회 때도 천막을 치고 변상금을 부과했다. 우리도 변상금을 부과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만 강제철거하려하나”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우리공화당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지난 2017년 3월 10일 시위를 하다 사망에 이른 5명 시민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시사오늘
우리공화당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지난 2017년 3월 10일 시위를 하다 사망에 이른 5명 시민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시사오늘

시설물 철거 자체 역시 적법하지 않다는 게 공화당 측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은 “시설물 철거는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공화당은 서울시에서 일차, 이차 철거 요구가 왔을 때 이에 대한 심판청구를 해달라고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 그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세법률고문위원 김기수 변호사도 같은 날 통화에서 “어떠한 경우도 강제집행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 판결을 받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조 대표 측과 마찬가지로 역차별 문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세월호 천막은 광장 사용료 내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런데 우리공화당은 왜 안 되나.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데 있어 애국당 천막이 세월호 천막과 다를 바가 뭔가” 라고 반문했다.

어떤 진상규명을 말하나. 그날(6월 27일) 가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천막 주변에는 ‘태극기 애국열사 5인’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가 한창이었다. 자유한국당에서 당적을 옮겨온 홍문종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말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다섯 명의 열사가 있다.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책임자를 처벌해달라고, 이 같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여기 우리는 모였다”고 발언했다.

다음날 당 자원봉사자(여, 50대)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지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날,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 와중에 경찰차 스피커가 떨어지는 사고로 숨지는 등 5명의 시민이 죽게 돼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관련해 우리공화당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의 재난안전본부장, 안전 대책을 총괄하는 사람”이라며 서울시의 방치 문제에 대해 집중 분노했다.  “故백남기 농민의 물 대포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죽음이라면서, 시위하다 목숨을 잃은 우리 시민의 죽음에 대해서는 왜 모른 척 하느냐. 조만간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출할 예정이다.”(조원진 대표 측), “서울시 지방자치조례에 의해 서울시민 3명 이상이 죽으면 시 책임자인 시장이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박 시장도 보고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허평환 전 기무사령관), “우파 시민의 죽음은 죽음도 아니란 말인가.”(인 대변인) 등.

철거 시도 과정에서 용역을 동원한 점에 대해서도 우리공화당은 문제 제기했다. 조 대표 측은 이를 “용역깡패”라고 규정하며 “지금까지 63명의 진단서가 있다. 그러다 사람이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냐. 사람이 다쳐도 된다는 말이냐”라고 성을 냈다.

광화문 광장. 우리공화당이 내는 의견 표출에 대한 여론의 호불호를 따지기에 앞서 어쩌면 그 광장도 진영으로 나뉘고, 권력의 주도권에 따라 한쪽은 허용, 다른 한쪽은 불허되는 게 아닐까.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때 아닌 전쟁 역시 특정 권력자의 정치적 입맛에 따른 ‘내로남불’식 대처는 아닌지 씁쓸하다는 일각의 시선도 전해 져온다.

결국 이 문제는 “정치탄압”이라는 게 우리공화당의 견해다. 조 대표 측은 “야당일 때 촛불집회를 할 당시와 너무 다른 모습”이라며 “집권하고 나니 불만을 터트리려는 이들이 눈엣가시고, 용역을 불러서라도 공권력을 발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 도시재생정책과 등 담당부서에 여러 번 통화를 시도해봤으나, 연결이 안 돼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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