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북한 신형 ICBM 발사에 담긴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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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북한 신형 ICBM 발사에 담긴 목적은?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3.2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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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4년4개월 만에 깨져
"핵보유국 지위로 인정받기 위해 미사일 발사해"
"북한, 레드라인 건너기 전 대미 압박용으로 발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풍전등화의 한국안보 ⓒ시사오늘 김유종
풍전등화의 한국안보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사오늘 김유종

참 소란스러운 세상입니다. 지난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며 장기전이 될 조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자유시보는 러시아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치킨이 공개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기밀보고서를 인용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순조로운 세번째 연임 확정을 위해 올 가을 대만을 침공해 전면 접수하는 방안을 고려했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현재 대만은 무력사용 가능성을 내비치는 중국의 움직임과 우크라이나 전쟁 경과를 지켜보다가 4개월 현역 복무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기 위한 준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전 세계를 안보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마저 지난 24일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 발사하며 긴장감을 한층 더 고조시켰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발사는 유의미합니다. 2018년 4월 북한이 자발적으로 선언했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이 4년 4개월 만에 깨졌기 때문입니다.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이란 2018년 4월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 북한의 모라토리엄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 간 신뢰를 유지하는 상징적인 조치였는데, 이번 발사로 그 상징이 깨졌습니다. 또한 현 정부가 추진해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날 발사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을 북한이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7형의 사거리입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신형 ICBM 화성-17형을 고각 발사(정상 각도보다 높여 쏘는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사전문가들은 만약 정상 발사했으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했으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슨 목적으로 초강수를 뒀을까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중단거리 전술핵 미사일 실전 배치와 능력을 이미 보여줬다"며 "그다음 단계 ICBM까지 확실히 완성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핵 보유국으로서의 위치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그런 목표를 갖고 북한을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정리를 하면 북한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목적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란 의미입니다. 

그럼 다음 질문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이 시점에 북한은 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할까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핵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되고 핵개발은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1994년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과 국가 주권을 인정받는 대가로 핵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는 핵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면 우크라이나처럼 침략·위험에 놓인다는 교훈을 배웠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이용해 최종적으로 얻고자하는 것은 뭘까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이용해 먼저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대화가 시작되면 핵으로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국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았다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인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사는)미국에 대한 일종의 압박용이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기 전에 미국이 제발 입장 변화를 통해서 북한의 손을 잡아달라는 뜻이다"라며 "아울러 미국이 북한의 손을 좀 빨리 잡도록 한국 정부가 설득해달라는 그런 대남 압박 의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유도하고, 미국과의 대화테이블에서 핵을 이용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뜻입니다.

협상 테이블로 상대방을 유인하고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다는 의미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이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은 뭘까요. 기자는 '종전선언→평화협정→미군 철수'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미동맹이 있는데 미군 철수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의 행동을 보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8월 15일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미군은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겠다는 '말'은 무성하지만 '행동'은 부재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유럽에 미군을 증강하라고 명령하지만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내에 들어가서 싸우는 미군은 없습니다. 세계 경찰 역할을 하던 미국은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한 미국의 태도 때문에 북한이 더욱더 많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앞으로 강행하며 자신이 목표한 바를 관철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이 방위비를 적게 낸다면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대기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빠르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보면 한국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아 보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안보 정책을 수립한 후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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