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대' 주장하는 안철수 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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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전대' 주장하는 안철수 셈법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2.0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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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사람"
"일단 문재인 중심으로 차기 총선 치러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위), 안철수 전 대표 ⓒ 뉴시스

야권의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혁신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핑퐁 게임'이 극단으로 치닫는 눈치다. 혁신 전대를 고집하는 안 전 대표, 그리고 이를 거부하는 문 대표. 이들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이와 관련, <시사오늘>은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모처에서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새정치연합 중앙당직자와 안 전 대표의 전(前) 측근을 순차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安, '새정치'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사람"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자는 우선 지난 대선 때 안 전 대표의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와 접촉했다. 그는 현재 '천정배 신당' 창당을 돕고 있다.

그가 말하는 안 전 대표는 청와대 입성 열망이 강한 사람이었다. 2011년 서울시장 도전, 2012년 대권 도전, 2015년 12월 '혁신 전대' 제안은 모두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대'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옛날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내가 아는 안 전 대표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사람이다. 순진하리만치 순수하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청렴한 사람이다. 그는 정치권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개편하고 싶어 했다. 기성 정치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모양이다. 국회에서 그 작업을 하기에는, '자기 사람'이 없는 안 전 대표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바로 청와대로 가야 했다. 나는 2011년 서울시장 도전이 이를 위한 교두보였다고 본다. 2012년 대권 도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박원순, 문재인에게 양보하지 않았는가.

"만약 박원순 시장이나 문재인 대표가 기성 정치인이었다면 안 전 대표는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 모두 안 전 대표처럼 '비정치적 인사'였다."

-어느새 안 전 대표도 '기성 정치인'이 돼 버렸다.

"그렇지 않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에 '안철수 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 흔한 계파도 없다. 김한길 전 대표와 대표 자리를 함께한 탓에 비주류라는 소리를 듣고 있긴 하지만, 그건 오해다. 순진한 안 전 대표를 김 전 대표가 철저히 이용한 거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안 전 대표는 7·30 재보궐선거 전략공천 파문과 무관하다. 윤장현의 광주시장 출마는 민주당 합류 조건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안 전 대표가 여전히 우리 정치권에 '새정치'를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야겠다. '혁신 전대'를 제안한 것 자체가 '기성 정치인'이라는 방증 아닌가.

"'혁신 전대' 제안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정치권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청와대로 가야하는데, '문재인 체제'로 총선을 치르면 계파가 없는 안 전 대표는 대선 경선에서 명함도 못 내민다. 20대 총선을 통한 '친노의 당 완전 장악'은 곧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선 후보'로 이어진다. '혁신 전대'는 그 판을 깨기 위한 부득이한 제안이 아니었을까."

-'혁신 전대'가 '조기 대선 경선'이라는 의미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혁신 전대'에서 당심과 민심이 안 전 대표를 지지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선 후보'의 밑그림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그보다 '제3의 개혁적 후보'의 당대표 당선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거라고 본다."

-탈당 가능성은.

"문 대표가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 '마이 웨이'를 고집한다면, 탈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수용하면 좋겠지만."

그는 '옛 안철수 사람'이 됐음에도 안 전 대표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탈당 가능성을 높게 본 까닭은 그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돕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文 중심으로 차기 총선 치러야"

이어 기자는 같은 날 오전 11시 새정치연합 내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중앙당직자와 만났다. 각 계파를 아우르는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지난 5월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정치권에서는 처음으로 비주류의 전략을 밝히며 '빅 텐트'를 언급한 인사다(관련기사: "새정치연합 비노 플랜, 천정배·정동영 흡수 '빅 텐트'",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81).

그는 야권 재편 측면에서 '혁신 전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타이밍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대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대'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깊은 한숨을 쉰 뒤)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당을 살리겠다는 두 사람이 분열을 야기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형국이니 당에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으로서 착잡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양쪽 모두 던질 수 있는 패란 패는 다 던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이다."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피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피하는 게 아니다. 거절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전당대회를 치르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누구 좋으라고 우리끼리 티격태격 싸우나. 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지금 중앙당은 차기 총선을 대비해서 예산을 응축하고 있다. 지역위원회 쪽에 줘야 할 것도 아껴가며 모은 예산이다. 온갖 불평·불만을 들어가며 모았는데, 전대 한번 개최하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는가. 인적 자원도 낭비된다. 당장 다음 주부터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이 선거운동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된다. 출마자들 홍보해야 할 사람들이 전대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당력 낭비다."

-패배가 두려운 게 아닌가.

"2·8 전대 때 문 대표가 내세웠던 구호가 무엇인지 기억하는가. '당 살리기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패배가 두렵겠느냐. 문 대표는 당을 살릴 수만 있다면 누가 당대표가 되든 상관없다고 할 거다. 그런데 '혁신 전대'는 타이밍이 틀렸다. 야권 재편을 위한 전대야 얼마든지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문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혁신 전대'가 '조기 대선 경선'이라는 말도 있다.

"아마 비노(비노무현) 쪽에서는 그렇게 무게를 두고 싶을 거다. 그러고 싶으면 '혁신'이라는 표현은 삼가야 하지 않겠느냐. 총선이 코앞이고, 지금 당이 풍전등화인데 대권 후보 조기 가시화라니 '혁신'이 아니라 '구태'다."

-안 전 대표가 탈당한다면 당에 큰 타격이다.

"탈당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당의 가장'이다. 본인이 만든 당을 스스로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탈당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 재차 말하지만, 지금은 문 대표의 리더십을 믿고 따라야 한다."

-문 대표가 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언성을 높이며) 더 이상 어떻게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 재신임도 물었고, 안 전 대표가 제시한 혁신안도 받아들였다. 공천권도 다 내놓고, 대표 권한도 다 내주고 그래야 하는가. 그러면 뭣 하러 당대표를 뽑아놨느냐. 책임은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에 져도 늦지 않다. 비주류가 요구하는 문 대표의 사퇴는 전혀 명분 없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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