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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성(性)을 산 사람과 판 사람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처벌법'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헌재는 3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재는 결정문에서 "성매매처벌법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 성매매 행위를 처벌하는 것 역시 과도한 국가의 형벌권 행사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성매매는 성을 상품화하고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며 국민 생활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등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허물어뜨린다"며 "성매매를 처벌하는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성매매를 형사처벌함에 따라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고, 성구매 사범 대부분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자제하게 됐다고 설문에 답한다"며 "이러한 점 등에 비춰보면 위 조항이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을 갖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헌재는 성을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성을 파는 판매자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했다.헌재는 "성을 사는 사람만 처벌하고 성판매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비범죄화'로 보고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 오지혜 기자 | 2016-03-31 15:47

최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강연과 토론에 참석하였다. '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혁신'이 주제였는데, 압축성장에 따른 과도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성과지상주의, 양극화, 탈법·불법의 만연 그리고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국가발전의 동력 상실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치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특히 '정치가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독일 정치의 제도적 장점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독일은 1차 세계대전과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 그리고 히틀러의 등장과 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정치적 오류와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연방제도를 기본으로 한 독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을 나누는 분권화된 제도를 채택하고, 정당투표에 의해 의회의 실질적 의석수가 결정되는 선거제도로 다당제와 연정이 일반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9년 이후 지금까지 8명의 수상이 안정적으로 독일을 이끌어 오고 있다. 국민들의 신임을 받으면 장기 집권도 가능한데 초대 수상인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14년을, 독일 통일을 이룩한 콜(Helmut Kohl) 수상은 16년을, 최초의 동독 출신 수상인 메르켈(Angela Merkel)은 현재까지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패전국에서 경제적으로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정치적으로는 통일 독일과 유럽 통합을 이끌어 낸 독일의 정치제도를 분석해 보는 것은 우리의 정치제도 혁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연구로 보인다.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31일까지 지역구 간 인구편차를 2:1 이하로 개정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시한을 넘기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유가 '연동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였는데, '연동비례대표제'는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변형한 것으로서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다당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다소 부담이 되는 제도이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6-01-21 15:20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전후하여 팟캐스트, 인터넷 TV, 케이블 TV 그리고 지상파 TV에서 행해진 다양한 찬반 토론과 보수-진보 연구단체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 40 여 개를 분석해 보았다. 한 동영상당 평균적으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분량이었으니까 50 여 시간의 동영상을 분석해 본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중 교학사 교과서와 미래엔 교과서를 다시 읽어 보았다.분석하는 과정에서 연세대학교 송복 명예교수가 전국경제인연합회 특강에서 언급한 이튼스쿨(eton school)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송 교수에 따르면,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 중영국의 명문 학교인 이튼스쿨 졸업생 5,000 여 명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송 교수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전쟁이 발생하면 사회지도층 인사가 앞장서 싸우다 죽어준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으로써 전 국민이 통합되고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이야기다.우리나라 6.25 전쟁 중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6.25 전쟁 기간 중 미국 고위급 인사의 자제 35명이 한국전에서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한 것으로 되어있다. 미 8군 사령관 밴 플리트 대장의 아들 밴 플리트 2세는 폭격기 조종사로 야간 폭격 후 귀환하다 전사했으며, 유엔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의 아들 빌 대위는 금화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하였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5-12-07 15:11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대규모 시위인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쌓여왔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만큼 세간의 이목도 쏠렸다. 그러나 결과는 '다 된 집회에 종북·폭력 빠트리기'였다.민중총궐기에는 13만 여명(결찰추산 7만 여명)이 참여,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 시위였다. 투쟁본부는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졌다.여러 단체가 모인만큼 요구 내용도 다양했다. 농민층에서는 쌀 수입 중단을, 노동자층은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반대를, 학생층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외쳤다. 현장까지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그 외침을 '이해'했다. 박근혜 정부의 의사소통 능력 결여는 여러 번 지적됐던 바다.문제는 민중총궐기가 그 과정에서 결국 대중의 이해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우선은 폭력시위로의 변질 문제다.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당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와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넘어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질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고 시위를 주도했다.그 모든 책임에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안전도 포함됐는지 한 위원장에 묻고 싶다. 당시 총궐기에는 민주노총뿐 아니라 여러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개중에는 대학생도, 어르신도 있었다. 참가자 백남기 씨(70)는 경찰의 직사살수로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진격'을 주문한 '리더'로서 이같은 피해는 예측했는지 의문이다.

기자수첩 | 오지혜 기자 | 2015-11-16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