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남인의 몰락과 정의당의 부활
[역사로 보는 정치] 남인의 몰락과 정의당의 부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10.1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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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이 주도하는 정국에 아낌없는 현실 비판과 대안 제시를 할 수 있는 정당이 절실히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사회적 약자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으로 재무장해 정체성을 버리고 권력의 탐욕에 빠진 영욕의 대명사 남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뉴시스​
​사회적 약자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으로 재무장해 정체성을 버리고 권력의 탐욕에 빠진 영욕의 대명사 남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뉴시스​

남인(南人), 조선시대 붕당의 한 세력으로 동인(東人)이 뿌리다.

조선의 대표적인 무능한 군주인 선조가 만든 덫에 서인(西人) 정철이 세자책봉 문제를 거론해 정쟁이 발생했다. 동인들끼리도 서인을 강경하게 처벌하자는 측과 온건하게 처리하자는 측으로 분열됐다. 역사는 전자를 북인(北人), 후자를 남인으로 기록했다. 당시 북인은 정인홍, 이산해 등이다.

남인은 이황의 수제자들인 우성전·유성룡·김성일 등으로 한 때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유성룡이 북인 정인홍의 탄핵을 받아 실각하자 북인이 정권을 잡았다. 특히 부왕 선조와 첨예한 갈등 속에 겨우 집권한 광해군은 북인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남인의 입지는 더우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생 새옹지마라고 했다. 광해군이 서인이 주도한 인조반정으로 강제 퇴위됐다. 남인은 같은 뿌리인 북인을 버리고 서인을 지지했다. 정신적 혈육보다는 실리가 중요했다. 이원익·정경세·장현광 등이 서인 정권에 참여했다. 겉으로는 서인과 남인이 공존하는 연합정권이지만 역시 실세는 반정을 주도한 서인이었다. 본처 밑, 첩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정체성을 버리고 권력을 선택한 대가라고 볼 수 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다. 인조가 죽고 효종 시대가 열리자 남인에게도 기회가 왔다. 허목·허적과 북인의 후예인 윤휴 등이 중용되면서 남인 세력이 확장됐다. 정치적 힘이 생겼다. 

권력이라는 달콤한 고기 맛을 맛본 서인이 남인의 득세를 가만두지 않았다. 탐욕에 빠진 정치꾼들에겐 백성의 안위가 중요치 않았다. 권력을 위해선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효종이 죽자 예송논쟁이 발생했다. 서인은 효종이 죽자 조대비의 상복 문제를 놓고 효종이 본래 장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1년 상을, 남인은 효종을 국왕의 예로서 3년 상을 입어야 한다고 맞섰다. 현종이 서인의 손을 들어줬다. 남인은 몰락했다.

하지만 남인도 만만치 않았다. 고기 맛을 맛 본 퇴폐 중이랄까? 효종의 비가 죽자 반격에 나섰다. 이른바 제2차 예송논쟁이다. 현종이 이번엔 남인의 손을 들어줬다. 서인이 몰락했다. 남인은 다시 정권을 잡았다.

오만해진 남인은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다. 과거 서인에 대한 처벌을 놓고 갈라졌던 분열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번에도 처벌 문제를 놓고 내부 대립이 발생했다. 허적이 중심인 온건파 탁남과 허목이 중심인 강경파 청남으로 분열됐다.

이 순간 뜻밖의 괴물이 등장했다. 다름 아닌 숙종이다. 숙종은 왕권을 위협할 만큼 비대해진 남인이 싫었다. 숙종은 경신환국을 주도해 남인을 내쫓고 서인을 등용했다. 남인도 복수의 칼을 갈았다. 숙종이 장희빈의 치마폭에서 놀아나자 그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장희빈이 몰락하자 남인도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이후 남인은 영·정조의 탕평책으로 잠깐 반짝했지만  이미 정국은 서인 출신인 노론의 천하가 됐다. 결국 정조 사후 세도정치가 펼쳐지자 남인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다만 권력에서 멀어진 남인들 중에 유형원· 이익· 정약용 등과 같은 실학자들이 나왔다. 이들은 노론이 주도하는 세도정치를 비판하면서 조선 후기 타락한 사회질서를 혁파하고자 개혁론을 내놓았지만 현실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법이다.

요즘 정의당의 존재감이 없다. 정의당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범여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정의당 데스노트가 온 국민의 주목을 받을 정도였다. 또한 여권이 주도한 4+1 연합에 참여하면서 연동형 선거제와 공수처 처리에도 제법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주도했던 연동형 선거제로 오히려 의석수가 급감하면서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연동형 선거제는 역대급 괴물 선거제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정의당은 보수 일색의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진보 정당이었다.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정국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대변인이라는 역할도 충실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범여권의 테두리라는 달콤한 늪에 빠져 21대 총선에서 몰락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다. 

김종철 신임 대표체제가 출범했다. 정의당의 역할이 필요하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현 여권과 적대적 공존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대 여당이 주도하는 정국에 아낌없는 현실 비판과 대안 제시를 할 수 있는 정당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으로 재무장해 권력의 탐욕에 빠져 영욕의 대명사가 된 남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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