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장세동의 몰락과 실패의 역사
[역사로 보는 정치] 장세동의 몰락과 실패의 역사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11.22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극적 역사 반복은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기 때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자신들이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자신들이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는 유달리 경호실장의 비극적인 최후가 자주 회자된다. 곽영주, 차지철, 장세동 등 역대 경호실장들은 절대 권력자의 충복이자 권력의 하수인으로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곽영주, 10·26 사태 유발자인 차지철,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의 촉진제인 장세동 등이 있다. 물론 장세동은 87년 당시에는 안기부장이었지만 5공화국의 상징적인 경호실장이다.

특히 장세동은 영남 출신이 대다수인 하나회에서 호남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리더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절대 신임을 받았다. 보스 전두환의 남다른 신뢰감의 결실이거나, 자신만의 능력이든 간에 윗사람의 신임을 받는 데는 특출한 재주가 있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지금도 전두환의 절대 심복은 장세동으로 통한다.

전두환은 장세동의 충성심을 높이 사 준장을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임명해 중장까지 진급시키면서 경호를 맡겼다. 당시 정가에서는 전두환의 장세동 경호실장 임명은 12·12 쿠데타의 일등 공신이자 청와대 초실세인 허화평과 허삼수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장세동은 전두환의 기대 이상으로 육사 후배인 허화평과 허삼수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전두환의 육사 동기인 노태우와 정호용의 발호도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세동의 눈에는 전두환밖에 안 보였다.

또한 장세동은 재임 당시 ‘심기 경호’라는 신조어를 만든 주인공이다. 한 마디로 대통령의 심기가 편안해야 국정도 안정되니 심기까지 경호해야 한다는 전 세계 경호 역사상 초유의 경호 시스템을 창시한 것이다. 절대 왕정 시절에서나 볼 수 있는 아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전두환에게 있어서 장세동은 경호실장 이상의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충복이었다. 1985년이 되자 정국은 대혼란기에 빠졌다. 지난 1984년 2·12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이 불어 국민의 민주화 욕구가 분출되고 있었다. 전두환의 선택은 역시 장세동이었다. 장세동을 안기부장으로 임명해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고자 했다.

고금을 막론하고 절대 권력자의 퇴임 후 소원은 ‘자신의 안전보장’이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례를 보더라도 자신의 사후까지 안전을 원하는데 생전의 안전은 가장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전두환의 판단으로는 쿠데타 동지이자 평생지기인 노태우보다는 장세동이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장세동은 자연스레 노태우, 노신영과 함께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장세동도 보스의 의지를 잘 읽고 있었다. 안기부장의 역할은 각하의 안전한 퇴임, 그리고 퇴임 후 상왕 정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면 사고가 터지는 건 당연지사.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역류하다 보니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비극이 연달아 발생했다. 수지김 간첩 조작 사건,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평화의 댐 사건,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 야당 국회의원 빼오기 등 수많은 정치공작은 그의 안기부장 시절에 자행됐다.

결국 장세동은 1987년 박종철군 고문 치사사건의 여파로 안기부장을 물러난다. 장세동의 몰락은 전두환의 퇴임 후 계획도 함께 무산시켰다. 장세동은 차지철의 비극적인 최후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역사의 증인인데도 역사의 교훈을 깨닫지 못한 과오의 자해자가 됐다.

문재인 정권도 후반기에 돌입했다. 라임 사태, 울산시장 선거 의혹, 드루킹 의혹 등 역대 정권 말기 때와 비슷한 권력형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열혈 지지층은 각종 의혹을 부인하면서 문재인 정부 옹호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 여권은 정권 재창출이 지상 최대 과제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임도 중대 과제다.

이를 실현하고자 하면 여권은 문 대통령 주변에 제2의 장세동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실패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자신들이 스스로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